[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파킨슨병 오리지널 치료약제가 잇따라 국내에서 철수하면서 환자들의 약물 선택권 박탈과 치료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의 획일적인 약가 인하 정책과 제약사의 소극적인 대응이 맞물린 데 따른 것으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1일 대한파킨슨병협회와 만나 최근 이어지고 있는 오리지널 치료약제 철수 사태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협회 측이 요구한 사항은 △오리지널 파킨슨병 치료제의 지속적인 공급 △해외 유통 파킨슨병 치료제의 조속한 국내 도입 △희귀의약품센터 의약품 구매 편의 제공입니다.
대한파킨슨병협회 관계자는 "신약개발을 고사하고 수십 년간 공급되던 약마저 중단되는 등 파킨슨치료제는 갈수록 퇴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내 파킨슨병 환자들이 가장 많이 복용 중인 치료제는 글로벌제약사 로슈의 '마도파'정입니다. 제네릭이 출시되면서 오리지널 약 가격이 인하되자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로슈는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했습니다. 마도파정에 이어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의 미라펙스서방정도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마도파정은 23%, 마도파정125는 22% 가격이 내려갔는데요. 통상 제네릭 출시 후 약가산정방식에 따라 최초 1년에는 70%, 이후에는 53.5%로 조정되는 가격 인하 폭보다 적은 데도 공급 중단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입니다.
약가가 불합리하다고 판단될 경우 제약사에서는 인상 조정 신청을 할 수 있는데, 로슈 측은 조정 신청을 별도로 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로슈 관계자는 "여러 가지 요인과 변수를 고려해서 내린 결정이며, 현재까지 재공급 추진 계획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파킨슨병 환자에게 가장 많이 처방돼 오던 시네메트정에 이어 마도파정까지 공급이 중단되면서 레보도파 계열 약물은 오리지널이 한 개도 남아 있지 않게 됐습니다. 파킨슨병 환자들은 파킨병 약은 뇌를 통과하는 특성으로 오리지널 약과 동일성분의 복제약이라도 미세한 첨가물의 차이만으로 환자가 느끼는 차이는 매우 크다는 입장입니다. 복제약이 맞지 않는 환자의 경우 어지럼증, 경직, 실신 등 다양한 부작용을 호소했습니다.
우리나라에 공급되는 파킨슨병 주 치료제는 해외와 비교했을 때 현저히 적은 데다 오리지널 약까지 공급이 중단되면서 환자들은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할 기회가 현저히 줄어들게 됐습니다. 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서 오리지널 약을 구입하려고 해도 급여 적용이 안돼 약값이 비싸고, 50만원 상당의 항공료가 들어 이용이 쉽지 않습니다. 오리지널 약의 공급 문제를 제약사의 책임으로만 전가할 게 아니라 약물 선택권 보장 차원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협회에서 제안해준 여러 내용 가운데 가능한 부분은 최대한 도울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면서 "복지부와도 협의가 필요한 부분은 함께 논의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신경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은 인구 고령화에 따라 증가하고 있는 질병으로, 우리나라 환자 수는 2016년 9만6764명에서 2020년 11만1312명까지 늘었습니다.
파킨슨병치료제 '마도파정'. (사진=한국로슈)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