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상담소에서 하는 일의 하나가 기업이나 자선단체에서 보내 온 지원품을 나누어 주는 일이었다. 문제는 지원품을 나누어 줄 시간을 정하면, 물품을 받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했다. 여름에는 무더운 땡볕에서 땀을 흘려야 했고, 겨울에는 추위에 오들오들 떨며 기다렸다. 다들 한두 시간 고생하는 것보다, 굴욕적인 모욕감을 더 못 견뎌했다.”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주민작가의 이 블로그 글을 읽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취약층 물품 지원뿐 아니라 지원하는 방식까지 좀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쪽방상담소 동행스토어에서 열린 온기창고 개소식에서 물품구매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쪽방촌 주민들이 가장 중요한 서비스로 꼽는 것은 ‘생필품 지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쪽방상담소들은 그동안 인력과 물품 부족 등으로 민간기업이나 기관들로부터 후원물품이 들어올 때마다 날짜를 정해 선착순으로 배부했습니다.
선착순으로 물품을 배분하는 날은 쪽방촌 주민들이 일찍부터 긴 줄을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게 됩니다. 줄을 서서 생필품을 지원받는 방식은 주민들의 자존감을 떨어트리고, 이미 가지고 있는 물품을 중복 수령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건강 취약자·노약자들이 배분과정에서 불이익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동자동에서 다음달부터 운영되는 서울시 1호점 동행스토어 ‘온기창고’는 기존 줄서기 방식을 없애고 쪽방촌 주민들이 보다 편리하게 생필품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쪽방촌 특화형 푸드마켓’ 사업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매장에 후원받은 생필품을 진열해 놓고 쪽방주민들이 필요한 물품을 개인이 배정받은 적립금 한도 내에서 자율적으로 선택해서 가져가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동자동 이외에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 9월초에 온기창고 2호점이 개소할 예정입니다. 다른 지역들로 널리 확산됐으면 좋겠습니다.
안창현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