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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거래소, 'AI 매매 전유물' 전락할수도
'더 유리한 가격 주문' 포장했지만 개인 활용 현실적 불가능
입력 : 2023-07-24 오후 4:35:58
[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한국거래소와 경쟁할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가 예비인가를 받아 내년에 출범할 예정입니다. 증권거래세 폐지가 현실화 한다면 기관투자자들의 전유물인 고빈도 알고리즘 거래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증시 유동성 증가, 시장간 경쟁 등 기대감이 있지만 개인에겐 무용지물이란 비판도 나옵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넥스트레이드는 금융위원회로부터 투자중개업 예비인가를 받았습니다. 넥스트레이드는 안정적인 전산시스템 구축 등에 걸리는 기간을 고려해 예비인가 날짜로부터 18개월 이내에 본인가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는 ATS 설립을 추진해 내년부터 업무를 개시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시장유동성 증가…개인에겐 그림의 떡
 
대체거래소의 등장으로 과도한 경쟁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존재합니다. 고빈도 알고리즘 거래가 더 늘어나 증시의 유동성이 증가하는 등 효과가 기대되지만 개인들에겐 큰 의미가 없을 거란 지적이 있습니다.
 
같은 종목을 두 거래소에서 동시에 거래할 경우, 호가에 큰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가 흔치 않을 뿐더러, 찰라에 벌어지는 일이어서 이를 개인이 포착해 매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ATS가 앞세운 홍보 문구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가격차를 활용하는 것은 개인이 아니라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2025년으로 시행을 미룬 금융투자소득세 개정과 맞물려 논의 중인 증권거래세 폐지가 현실화될 경우 이와 같은 고빈도 알고리즘 투자가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고빈도 알고리즘 매매란 투자 전략 중 하나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0.001초 단위로 매우 빠르게 매매 주문을 내면서 다른 투자자보다 유리한 가격에 체결되도록 하는 매매 기법입니다. 
 
고빈도 알고리즘 매매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고작 1~2틱(호가단위) 정도지만 수천번 반복하면 상당한 이익이 쌓입니다. 따라서 수십곳의 대체거래소가 운영 중인 미국과 유럽은 고빈도 거래가 전체 거래에서 상당 비중을 차지합니다. 지난 2020년 기준 미국 주식 거래량의 50%, 유럽 주식 거래량의 20~40%는 고빈도 거래로 추정됩니다. 
 
고빈도 알고리즘은 시장 교란의 주범으로도 지목됩니다. 2010년 미국에서 벌어진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지난 2010년 5월6일 다우지수는 5분 동안 998포인트 폭락했다가 다시 600포인트가 오르는 극심한 변동성을 겪었는데요. 이날 한 투자회사가 거액(41억달러)의 S&P500 미니선물 매도계약을 내자 다수의 알고리즘 투자자들이 3분간 71억6000만달러어치 거래를 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매수가 실종되면서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시타델증권이 고빈도 거래를 통해 시장을 교란했다는 혐의로 118억8000만원의 과징금을 받은 전례가 있습니다. 시타델증권은 지난 2017년 10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총 264개 종목, 총 6796개 매매구간에서 시장을 교란했다는 혐의를 받았습니다.
 
고빈도 거래의 특성상 불공정 거래 여부를 밝히는 일은 쉽지 않은데요. 대체거래소의 도입으로 거래 속도가 더 빨라지는 만큼 불공정 거래를 막기 위한 감시체계 강화의 중요성도 커집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고빈도 거래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알고리즘 매매를 하는 과정에서 시세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있거나 자전거래, 통정매매 등이 의심된다면 불공정 거래로 볼 수 있다"며 "리스크차원에서 고빈도 알고리즘 거래를 하기 위해선 투자자들이 사전등록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엔 거래세가 있어서 수익을 올리기 어려운데도 고빈도 매매비중이 꽤 높은 편"이라면서도 "고빈도 거래 등록제를 시행 중이고, 선진국들의 과거 사례도 많이 쌓여 제도적으로 부작용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원활한 거래 위한 유동성 공급 긍정적
 
대체거래소의 등장이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은 ATS가 시장 간 경쟁을 촉발하고 시장 효율성을 높였단 평가도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경쟁 구도로 매매 수수료 인하, 거래 시간 확대, 거래 속도 개선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이죠. 
 
또한 고빈도 알고리즘 투자로 시장의 유동성이 증가한다는 효과도 발생하게 됩니다. 고빈도 거래로 활발하게 매수·매도 호가를 제시하다보면 다른 투자자들 역시 원활하게 거래를 할 수 있는 것이죠.
 
국회입법조사처 연구에 따르면 대체거래소 도입으로 국내 증시에서 프로그램 매매 비중은 현재 약 10~15%에서 20% 이상으로 증가할 전망입니다. 
 
한편, ATS는 전자거래시스템을 통해 주식·채권 등 증권거래에 대한 매매체결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에서는 기존 거래소와 유사하지만 상장기능, 자율규제기능 등 매매체결 이외의 기능은 갖지 못하는 전자거래플랫폼을 말합니다. 자본시장 규제환경이 거래소의 독점권을 배제하고 시장의 다양성을 인정하며 상호 경쟁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면서 선진국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대체거래소가 등장했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체거래소가 오랜 시간 자본시장에 보편화돼 있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된 ATS는 지난해 초 기준 총 62개이며, 미국 ATS의 상장주식 점유율(거래대금 기준)도 2020년 기준 전체 시장의 11.3%에 달했습니다. 이외에 상장주식 점유율은 정규거래소는 61.6%, 장외거래(non-ATS)는 27.1%로 집계됩니다. 
 
유럽에서는 대체거래소를 다자간거래시설(Multilateral Trading Facility: MTF)이라고 지칭합니다. 지난 2020년에 유럽 MTF는 총 142개로, 상장주식 점유율(거래대금 기준)은 전체 시장의 28%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넥스트레이드 창립총회 모습. (사진=금융투자협회)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신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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