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엔화예금 증가 폭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한달 새 12억9000만달러가 엔화예금에 순예치됐는데요. 역대급 '엔저' 현상으로 엔화 값이 쌀 때 엔화예금에 여윳돈을 넣어두려는 '엔테크'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지난달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은 998억3000만달러로 전달보다 30억4000만달러 증가했습니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 기업,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에 진출해있는 외국기업 등이 보유한 국내 외화 예금을 의미하는데요. 5월(54억달러 증가)에 이어 증가세가 이어졌습니다.
엔화예금이 크게 늘어난 데다 기업의 해외소득이 국내로 흘러온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됩니다. 지난달 엔화 예금 잔액은 74억8000만달러로 한달 만에 12억3000만달러 이상 급증했습니다. 10억달러 이상의 엔화 예금 증가는 이번이 처음인데요. 전체 거주자 외화예금에서 엔화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7.5%까지 커졌습니다.
최근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은 약 8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는데요, 엔저 여파로 원·엔 환율이 하락하자 환차익이나 일본 여행을 가기 위해 여유자금을 미리 엔화로 바꿔놓거나 최근 일본 여행을 다녀와서 환전하고 남는 자금을 넣어둔 것으로 보입니다.
원·엔 재정환율은 지난 한 달 951.09원에서 911.11원으로 39.98원 가량 내려갔습니다. 지난 4월6일 연고점인 1003.61원에서 2달만에 100원 가까이가 떨어진겁니다. 일본 증시가 강세를 보이면서 일본 주식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많아지고, 개인의 일본여행이 급증하는 등 엔화예금이 늘어날 환경이 조성된 상황입니다.
앞으로도 엔테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최근 엔화 약세는 일본은행(BOJ)의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 때문으로 분석되는데요. 오는 27~28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도 일본은행이 기존의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 18일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기자회견에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물가상승률 2%를 실현할 때까지 금융중개 기능과 시장기능을 배려하면서 끈질기게 금융완화를 계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달러화예금은 전달 대비 11억5000만달러 증가한 834억4000만달러, 유로화예금은 3억5000만달러 늘어난 60억9000만달러로 조사됐습니다. 달러화·유로화 예금 증가 모두 기업이 해외 유보소득의 환류분과 해외 직접 투자자금을 일시 예치한 영향이 큰데요. 기업이 해외에서 번 돈을 국내로 송금해 투자로 활용하기 위해 외화예금 형태로 보유하는 규모가 늘어났습니다.
예금 주체별로 살펴보면 기업예금이 851억8000만달러로 한달 새 25억1000만달러 증가했고 개인예금은 5억3000만달러 늘어난 146억5000만달러로 나타났습니다. 국내은행과 외은지점 외화예금 잔액도 전달보다 12억달러, 18억5000만달러 늘어나면서 각각 881억9000만달러, 116억4000만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화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사진=뉴시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