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금융당국이 국내 금융사의 해외 진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금산분리 완화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금융권 일각에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금산분리 규제로 비금융사업의 체력을 키우지 못한 상태에서 해외에 진출해더라도 막강한 자본력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해외사들과 경쟁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국내 은행이나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가 해외에서 현지법이 허용하는 범위안에서 비금융자회사를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국내 카드사가 해외에서 렌터카 업체를 인수하는 게 가능해지고 보험회사가 해외 은행 등 금융회사도 소유할 수 있게 된 것인데요.
정치권과 노조, 시민단체 등이 리스크 전이와 소비자 피해 우려를 이유로 금산분리 완화를 반대하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은 해외에서만이라도 먼저 금산분리 완화라는 대안책을 내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는 금융지주회사법 등에 규정된 금산분리 규제에 따라 국내 금융회사는 금융업이나 금융과 직접 관련이 있는 업종에 한해서만 자회사를 가질 수 있습니다. 현재 인터넷은행을 제외하면 산업자본이 금융자본 지분을 4% 이상 보유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고육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의 연장선에서 이번 규제 안을 내놓았지만 회의적인 부분이 있다"며 "막강한 자본력을 갖춰도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지 장담할 수 없는데, (이번 규제로) 해외 시장의 이종 산업에 진출할 금융사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라고 했습니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선 당국이 혁신금융서비스를 선정해 규제 면제 혜택을 주고 있지만, 사업 비전이 없으니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비이자수익을 늘리라고 하지만 해외에 인력과 인프라를 쏟을 수 있는 금융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대내외 경기가 불안한 상황도 해외 진출을 머뭇거리게 하는 요인입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말 국내금융회사의 현지법인과 지점, 사무소 등 해외점포는 모두 490개로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지난 2019년말과 비교해 48개(12.9%) 늘렸지만 수익성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기 순이익은 9억91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전년대비 1억7400만달러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8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습니다. (사진=뉴시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