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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비닐하우스’ 안소요, ‘이상함’이 담은 진심의 힘
“나와 달리 극중 ‘순남’ 투명한 인물...다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입력 : 2023-07-25 오전 7:00:22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이상한배우들이 종종 등장합니다. 분명 작품 속에서 연기를 합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 장면, 그 프레임 안에 등장했고 존재했다고 하는데 본 사람의 기억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두 가지 추측이 가능합니다. 먼저 하나는 본 사람의 기억에서조차 흔적을 지울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단 얘기가 됩니다. 그리고 두 번째, 본 사람의 기억에서조차 흔적을 지울 정도로 그 연기가 자연스러웠고 연기가 아닌 것처럼 등장했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첫 번쨰와 두 번째. 같은 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상한이란 형용사를 사용해 이런 배우들의 연기를 표현해 봤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표현되는 문장을 지금까지 읽는 동안에도 그런 이상한 연기를 하는 배우들을 떠올릴 때 분명 머릿속에 잘 그려내지 못했을 겁니다. 그건 사실 부정적이라기 보단 긍정의 의미에서 이상한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표현의 꼭지점에 선 배우, 즉 현 시점에서 이상한존재감의 꼭지점을 찾아 보자면 단연코 배우 안소요가 있습니다. 본명 안지혜, 그의 예명 소요자유롭게 거닐며 돌아다닌다란 뜻입니다. 그 예명 그대로 그는 작품 속에서 자유롭게 거닐며 돌아다닙니다. 그래서 우린 그가 작품 속 출연 배우인지 캐릭터인지 급기야 공기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가 됩니다. 그의 전작 더 글로리경란을 떠올리면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개봉하는 영화 비닐하우스순남을 보면 이 말에 소름 끼칠 정도로 동의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배우 안소요. 사진=트리플픽쳐스
 
더 글로리를 얘기해야 배우 안소요를 얘기할 수 있습니다. ‘더 글로리에서 전재준 패거리에게 학교 폭력을 당한 뒤 그들의 그늘에서 성인이 된 이후에도 존재하는 경란. 처음 그는 극 속에서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존재감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린 그걸 인지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렇게 그는 아픔이 뭔지 존재가 뭔지 그 존재의 아픔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짚어내고 드러내는 방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그에게 경란은 정말 소중한 존재로 남아 있었습니다.
 
제게 경란은 정말 소중한 캐릭터 중에 하나인 건 사실이에요. 아마 비닐하우스를 보시면 경란을 떠올리실 수도 있을 듯싶어요. 일단 비닐하우스더 글로리보다 먼저 촬영했어요. 그리고 비닐하우스속 순남은 경란과는 사실 근본적으로 달라요. 경란은 생각이 굉장히 많은 인물이에요. 반면 순남은 타인에 대한 경계가 있지만 쉽게 허물어져요. 그 순간의 감정과 감각에 많이 의존하는 인물이죠. 두 사람다 상처가 많은 인물인데, 경란은 생각이 많지만 순남은 그 순간에 의지를 해요.”
 
배우 안소요. 사진=트리플픽쳐스
 
비닐하우스속 안소요가 연기한 순남’. 극 흐름을 주도하는 문정(김서형)의 감정을 뒤 흔들고 그의 고요했던 삶에 파동을 일으키는 돌멩이 같은 존재입니다. 그런 존재감으로서 앞서 설명한 순간에 의지하는 인물의 성격까지 더해지면서 더 명확해진 부분이 있습니다. 일단 직접적인 설명은 없습니다. 하지만 제3자의 간접적 설명으로 인해 순남의 가장 큰 설정이 언급됩니다. 그는 3급 지적 장애인입니다.
 
조심스러울 수 있는 부분이긴 해요. 시나리오 설정상 그런 부분이 있었는데, 사실 전 순남을 지적 장애인이라고 생각하고 접근 하진 않았어요. 기본적으로 하나하나 레이어를 쌓아 올리면서 순남을 만들어 갔는데 그 제가 쌓아간 레이어 안에 지적장애인은 없었어요. 전 단지 그런 부분이 순남의 성격일 수 있겠다고 싶었죠. ‘지적장애인으로 저 스스로가 순남을 가둬 버리면 인물 자체가 좁아져 버릴 수 있겠다 싶었어요. 순남의 그런 오지랖이라고 할까요. 비장애인들에게도 충분히 많잖아요. 전 그렇게 생각해요.”
 
배우 안소요. 사진=트리플픽쳐스
 
굉장히 기괴한 인물인 순남’. 안소요는 비닐하우스출연 제안을 받고 읽은 시나리오에서 순남에게 순식간에 빨려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 인간 안소요와 정반대의 지점에 선 순남이란 인물에게 너무도 깊은 애정과 그 이상의 무엇을 느꼈답니다. 당연하게도 그런 점에서 순남을 반드시 연기하고 싶었고 그 모든 것을 빨아 들이고 싶었답니다. 그리고 그런 순남을 만들어 내는 데 쉬운 작업은 아니었지만 예전의 기억이 떠올라 뭔가 인연처럼 느껴지는 점도 있었답니다.
 
전 감정 기복도 심하고 내면의 변화도 많아요. 근데 순남은 너무 투명해서 감추는 게 없을 정도에요. 내 속에 숨은 뭔가를 드러내 보일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죠. 그런 과정으로 인물을 만들어 가던 중 순남의 기괴한 표인트를 잡아낼 기억이 떠올랐어요. 어릴 때 제가 산에서 들개와 마주한 적이 있는데, 굉장히 난폭하게 생긴 모습과 달리 제가 자신에게 적의가 없단 걸 알자 꼬리를 흔들며 오더라고요. 이게 뭐지 싶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그때의 이미지가 딱 떠올라서 이거다싶었죠.”
 
배우 안소요. 사진=트리플픽쳐스
 
그에게 이상함에 대한 질문을 했습니다. 그의 연기를 보면 기묘할 정도로 연기를 안하는 것 같은 이상한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사실상 연기의 긍극적인 목표는 진짜처럼 보여야 하는 가짜의 표현입니다. 배우가 하는 연기의 실체가 진짜의 감정과 진짜의 실체처럼 느껴지게 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객은 그 연기가 가짜인 걸 알면서도 흥미와 관심을 두고 바라보고 몰입합니다. 그런데 안소요의 연기를 보면 진짜와 가짜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 그냥 그대로 존재하는 그 자체처럼 보이게 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그가 더 글로리초반에 보여 준 존재감이 대표적입니다. 분량의 문제가 아닌 그는 존재했지만 배역이 아닌 그 자체의 공기처럼 그 공간에 있었습니다.
 
“(웃음) 너무 극찬을 해주신 것 같아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우선 전 제 연기를 잘 못봐요. 제가 출연한 배역도 다시 보면 너무 부끄럽고. 뭔가 모르게 내가 그 배역을 잘 살려 야지, 또는 잘 표현해 야지. 그런 생각 자체를 안하는 것 같아요. 의도적으로 그런 부분을 배제해요. 이번 비닐하우스속 순남도 내가 뭘 어떻게 만들어서 표현하자 싶은 게 아닌 그냥 내가 몸으로 살아 버리자 생각했어요. 정말 내가 모자라고 부족한 걸 알기에 그냥 그 인물로 살아버리는 방법 외에는 없는 것 같더라고요.”
 
배우 안소요. 사진=트리플픽쳐스
 
비닐하우스를 보면 삶에 대한 시선의 깊이가 느껴질 정도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집니다. 이 영화는 연출을 맡은 감독님이 시나리오까지 직접 썼습니다. 영화를 보면 최소한 40, 중년 이상의 감독님 같은 풍모가 다가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눈을 의심케 할 정도로 앳된 모습의 여성 감독님 이었습니다. 너무 어린 외모가 오히려 이 영화의 최대 반전이자 놀라움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안소요도 그 점에서 크게 웃었습니다.
 
“(웃음)저도 여전히 감독님이 어떤 분일까 진짜 궁금해요. 사실 촬영 기간 동안에는 영화에 대한 얘기만 했는데, 개봉하고 나면 술 한 잔 같이 하고 싶어요. 제가 아는 것만 말씀드리면 극중 순남과 문정에게 본인을 아주 많이 투영시켰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느껴졌던 게 순남에게 단순한 이질적인 감정이 아니라 굉장히 복합적인 부분이 많이 들어 있다 느꼈거든요. 그런 복합적인 부분을 굉장히 잘 잡아내고 또 이끌어 주세요. 젊은 분인데 너무 능수능란하셨어요. 그리고  굉장히 쿨 하세요. 하하하. 이건 뭐라 설명이 안되는데, 아주 쿨하세요(웃음).”
 
배우 안소요. 사진=트리플픽쳐스
 
더 글로리로 이름을 알린 안소요, 그리고 비닐하우스가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촬영은 비닐하우스가 먼저였습니다. 그리고 두 작품 모두 워낙 어둡고 무거운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에게 있는 또 다른 모습인 밝은 안소요도 꼭 보여 드리고 싶다고 합니다. 앞으로 소개될 작품은 분명 밝은 느낌이 강할 것이라며 웃습니다.
 
“ENA 월화드라마남남에서 경찰로 나와요. 최수영씨 직장 동료로 나오는 데 이번에는 아주 밝고 그냥 보고 즐기실 수 있는 내용이라 전혀 다른 안소요를 기대하실 수 있어요. 근데 촬영 중인 피라미드 게임은 또 무거워요(웃음). 진짜 다크한 작품이라 하하하. 언제라도 색다른 모습의 안소요를 기대하실 수 있게 항상 준비된 모습으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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