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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 악용에 팔 걷어붙인 금융당국…불공정 틀어막나
금감원, 사모CB 조사 중간결과 840억 부당이득 적발
입력 : 2023-07-2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금융당국이 전환사채(CB) 시장과 관련한 개선방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관련 공시 강화 및 불공정거래 조사 등에 힘을 쏟고 있는데요. 일각에선 금융당국의 노력에도 시장에 존재하는 CB 관련 편법을 완벽히 틀어막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합니다.
 
사모CB 사건, 불공정거래 전력자 다수 연루
 
26일 금융감독원은 사모CB를 악용한 불공정거래를 기획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지난 1월  사모CB 발행이 급증하고 불공정거래에 악용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이에 대한 기획조사를 시작했는데요. 지난 6월말 기준 40건의 사모CB 악용 불공정거래 조사사건을 발굴해 14건에 대한 조사를 완료했다고 밝혔습니다. 패스트트랙 등을 거쳐 11건은 형사고발 조치했고 3건은 최종 처리방안을 심의 중입니다. 관련 부당이득은 약 840억원 규모로 혐의자 33인은 검찰에 이첩했다고 밝혔습니다.
 
조사대상 중엔 상습 불공정거래 전력자 또는 기업사냥꾼이 연루된 경우가 많았는데요. 조사대상 40건 중 25건(62.5%)이 여기에 해당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모CB가 자본시장 중대 교란사범의 부당이득 편취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테마주를 악용한 부정거래가 큰 문젯거리로 꼽혔습니다. 사모CB 발행 시점에 증시에 유행하는 테마사업 신규 진출이나, 사모CB 등을 통한 대규모 투자유치를 가장해 투자자를 현혹시킨 경우가 대부분(32건)이었습니다. 백신·치료제 개발, 진단키트·마스크 제작 등 코로나19 관련 사업 등 가짜 신규사업 진출도 단골손님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강된 조사인력을 집중해 더욱 속도감 있게 사모CB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공시·회계·검사 등 자본시장부문 공조 체제를 활용해 불공정거래 카르텔을 끝까지 추적해 엄단하겠다"며 "금융위와 긴밀히 협업해 사모CB가 건전한 기업자금 조달 수단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위, 공시강화 통한 CB 시장 개선 계획
 
금융위원회는 CB를 악용한 불공정거래 차단을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설 계획입니다. 지난 20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한국거래소에서 개최된 '전환사채 시장의 공정성·투명성 제고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통해 금감원, 한국거래소와 함께 CB를 불공정거래에 악용하는 사례를 엄중 제재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공시의무 강화로 CB 시장 투명성을 제고하고, CB가 무분별하게 발행, 유통돼 투자자 피해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세미나의 발제를 맡은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위의 공시의무 강화에 힘을 실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CB 공시를 활성화해 투자자에게 CB 관련 정보 제공을 확대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특히 콜옵션(발행회사의 매수청구권) 행사자 지정시 공시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는 CB 발행시 콜옵션 행사자를 대부분 '회사 또는 회사가 지정하는 자'로만 공시하는데요. 이후 발행회사가 제3의 콜옵션 행사자를 지정할 경우 공시할 의무가 없어 투자자들은 그 대상이 누구인지 알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만기 전 CB 취득에 대한 공시의무 강화도 주장했습니다. 발행회사가 만기 전 취득한 CB를 최대주주 등에게 재매각해 주식으로 전환하는 등의 방법으로 불공정거래에 악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기 전 취득 후 재매각은 사실상 신규발행과 유사하지만 충분한 관련 정보가 없습니다. 따라서 투자자들이 만기 전 취득사유, 향후 처리방법(소각 또는 재매각 등)을 알 수 있게 공시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외에도 △현물 대용납입 시 공시의무 강화 △담보제공 약정 CB 발행시 공시의무 강화 △사모 CB 발행 시 납입일 일주일 전 공시의무화 등 CB 관련 공시 강화를 제시했습니다.
 
CB 시장 편법 구멍 여전…대주주 지분강화 목적
 
금융당국의 불공정거래 조사와 공시의무 강화 등 개선 노력에도 현실적으로 CB를 활용한 편법을 다 막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 일부에서는 이번 개선안만으로는 대주주가 지분강화 목적 또는 차익 목적으로 사모펀드나 법인 등의 이름에 숨어서 CB를 가져가는 편법 등 여러 곳의 구멍을 모두 막을 수는 없다고 지적합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시를 자율적으로 하는 상황에서 대주주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 이상 공시만 보고 알아내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의 출자자를 공시할 때 '누구 외 몇 명'으로 공시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이해관계자가 숨어있는지 파악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주주 등이 사모펀드 등에 숨어서 지분을 늘리는 사례가 있어도 사모펀드는 사적자치에 대한 이슈가 있어서 쉽게 다루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 연구위원은 "근본적으로 대주주 지분 강화 목적으로 불법, 편법으로 CB 발행하는 것을 막긴 어렵다"며 "다만 지난 세미나에서 나온 조치들 중 생각보다 센 조치들이 몇개 들어 있어서 웬만큼 효과를 낼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사진=뉴시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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