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하늘길 소재 국립항공박물관에 위치한 대한항공 보잉747 단면. (사진=뉴스토마토)
“엄마 이 비행기는 뭐야?”
지난 주말 서울 강서구 하늘길에 위치한 ‘국립항공박물관’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이었습니다. 장마철로 야외 나들이가 어려워지자 시원하면서 유익한 경험이 가능한 국립항공박물관에는 그야말로 부모와 아이들로 북새통이었습니다.
곳곳에 설치된 항공기를 보고 엄마, 아빠에게 ‘이건 뭐냐’며 기종을 묻는 아이들의 지저귐이 귓가를 스치니, 항공박물관이 왜 이제야 생겼을까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국내 최초의 항공 분야 국립박물관인 ‘국립항공박물관’은 지난 2020년 7월 5일 개관했습니다. 항공역사는 물론, 항공산업, 항공생활 등을 다룹니다. 또 국내외 항공역사를 다룬 기획전시도 마련돼 볼 거리가 풍부했습니다. 특히 박물관에는 실물 비행기 16대를 비롯해, 전투기, 드론 등도 설치되어 있어 아이들이 손으로 가지고 놀던 항공기, 전투기 모형을 실물로 본다는 점에서 흥미를 가질만한 요소였습니다.
아무래도 항공 관련해 소비자들은 기내식, 마일리지 등에 관심이 많겠지만 우리가 지금 어떻게 여객기를 이용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항공수송 역사를 알면 더 재밌게 여객기를 이용할 수 있을 듯합니다.
본격적으로 여객기가 탄생하고 정기항공수송이 시작된 것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유럽에서라고 합니다. 전쟁 이후 대부분의 군용기가 필요 없게 되자 그중 일부 폭격기가 민간 수송기로 개조된 것이 여객기의 출발점인 셈이죠.
최초 정기 여객기는 폭격기나 2,3인승 비행기를 단순 여객용으로 개조한 것에 불과해 소음과 진동, 기체 요동, 추위 같은 불편함이 매우 컸다고 합니다. 영국과 프랑스를 시작으로 민간 수송기를 이용한 수송이 활발해지면서 독일은 항공 사상 최초로 금속제 단엽 여객기 융커스 f-13을 개발했습니다. 이는 목제 복엽기가 주류를 이루던 당시로서는 항공기술의 획기적인 진보를 보여줬습니다. 또한 독립된 객실과 별도의 조종실을 갖췄고, 뛰어난 내구성과 우수한 비행 성능으로 널리 사용되면서 유럽 전역에 항공수송사업이 확산되었다고 합니다.
유럽 최대 항공기 제조업체이자 전 세계 항공기 제조 시장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에어버스가 왜 유럽 기반으로 발전해왔고 시장을 주도할 수 있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 대목이었습니다. 에어버스는 독일·프랑스·스페인 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이날 박물관에는 성인보다 부모와 손을 잡고 온 아이들이 주를 이뤄서인지 여전히 아이들에게 ‘조종사’라는 직업이 희망 직업군 우선순위에 있을지가 궁금해졌습니다. 10여 년 전만해도 조종사는 고연봉에 선망 받는 직업군이어서 몇 차례나 희망 직업 1위를 놓치지 않았던 것을 신문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에서 공개한 휴머노이드 파일럿 ‘파이봇’을 보자 머지않아 조종사도 로봇으로 대체되는 시대가 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이봇은 몸통, 팔, 다리 형태를 갖춰 마치 사람과 유사한 로봇으로 비행기를 조종하는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기계 조작을 넘어 급히 착륙하거나 비상상황 발생 시 수 초 안에 정확한 판단을 내려 수백 명 승객의 안전을 확보하는 영역은 여전히 인간에게 남아있을 것이라는 게 만나본 기장님들의 의견이었습니다.
3층 마지막 전시관을 둘러보며 든 생각은 조종사든, 객실승무원이든 항공산업에 어떤 직업이 있고, 앞으로 관련 어떤 직종이 살아남을지를 충분히 고민해보는 시작으로 국립항공박물관을 찾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