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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D.P. 시즌2’, 결코 바뀌지 않을 폭력의 비웃음
‘D.P.’ 시즌1 주목한 ‘방관의 죄의식’ 본질적 접근·질문과 해답
입력 : 2023-07-28 오전 7:00:27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큰 틀에서 통제와 폭력의 인과 또는 상관 관계를 묻는 질문의 답. 바로 군대입니다. 군대는 합법적으로 자유를 박탈하고 통제하며 그 틀 안에서 폭력을 학습시키는 집단입니다. 그 어떤 법적 규범으로도 군대의 존재 가치를 규정하는 폭력을 처벌할 기준은 없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군대는 통제와 폭력을 통해 결코 통제되지 못하는 폭력의 악의를 들춰내 볼 수 있는 속이 시커먼 구멍 같은 집단이기도 합니다. ‘시커먼 구멍이란 표현, 보이지만 보이지 않고 또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요하는 군대의 이른바 폭력의 가스라이팅에 빗대어 보겠습니다. 그 구멍에 빠져 허우적대는 피해와 가해의 관계. 인과로 봐야 할까요. 아니면 상관으로 봐야 할까요. 작용이 있었기에 반작용이 존재하고 A를 위해선 반드시 B가 존재해야 하는 필요조건의 귀결이 아닙니다. 군대는 그런 공간이고 그런 존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가 그걸 말했었습니다. 그 자리에 존재 했었는지 아니면 원래부터 있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누군가 그걸 만들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폭력은 그 안에서 나도 그리고 너도 그리고 우리 모두가 인지하지 못했고 바라볼 수도 없던 순간 어디에서부터 인지 모르게 고개를 들췄습니다. 그것을 바라볼지 무시할지 짓밟을지 아니면 짓밟힘을 당할지. 그건 온전히 우리 모두 선택의 몫입니다. 그게 바로 ‘D.P’의 핵심, 방관자로서의 죄악이었습니다. 방관자, 그 개념 안에선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28일 공개되는 ‘D.P. 시즌2’는 시즌1마지막 얼굴조석봉 일병의 처절한 외침 그리고 그 외침이 슬프게 바라봤던 방관의 무게에 대한 질문 이면서 고민입니다. 군대 안에서 벌어질 수 있고 벌어지는 모든 부조리에 대해 우리 모두가 방관의 죄악을 짊어진 공범이라 지적합니다. 그럼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시즌2는 시즌1 형식과 구성 그리고 구도와 메시지 모든 것을 이어 받았습니다. 하지만 질문을 던진 시즌1과 달리 시즌2에선 보다 더 직접적인 답을 찾기 위한 행동에 나섭니다. 행동은 시즌1에 이어 헌병대 군무 이탈 체포조(Deserter Pursuit) 소속 군인 안준호(정해인)와 한호열(구교환). 각각 이등병과 상병에서 일병과 병장으로 진급했습니다.
 
'D.P. 시즌2' 스틸. 사진=넷플릭스
 
시즌2는 시즌1 마지막에서 비극적 최후와 함께 군대,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가 외면하고 또 망각해 온 묵직한 죄의식의 상징 조석봉 일병 사건 이후를 그립니다. 6화 가운데 사전 공개로 이뤄진 1화부터 4화까지 내용은 여전히 바뀌지 않은 군대의 모습입니다. ‘수통 하나도 못 바꾸는군대의 고질적 병폐를 꼬집으며 방관의 죄악을 꼬집던 조석봉 일병은 없습니다. 대신 그 자리는 김루리(문상훈) 일병이 대신합니다. 조석봉 탈영 사건 당시 등장 했습니다. 조석봉과 애니메이션 동호회 일원이던 그 역시 군대 내 가혹행위 피해자였습니다. 극중 김루리 사건은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지만 여전히 그대로인지 아니면 진실로 바뀐 것인지 모를 방관의 무게를 더욱 더 깊게 파고 듭니다. 실제 일어났던 군대 내 총기 난사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김루리 사건의 무게감은 단순히 사건 실체에만 접근하지 않고 그 주변 고통과 우리 사회 시선의 무감각까지 확장시켜 바라봅니다. 그 안에서 안준호와 한호열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D.P. 시즌2' 스틸. 사진=넷플릭스
 
또 다른 에피소드, 성 정체성으로 인한 병역 거부와 장기 탈영병 문제는 슬프고 또 아픈 방식으로 그렸습니다. 최전방 초소 GP에서 벌어진 사망 사고 에피소드에선 ‘D.P.’ 시리즈가 시즌1에 이어 시즌2로 향하며 묻고 또 파헤치는 방관 그리고 진실의 무게에 보다 더 현실적 질문으로 관객과의 논쟁적 흐름에 파장을 일으키려 합니다. 진실을 위해 거짓을 덮을 것인지, 거짓을 들춰내 진실의 무게를 가늠케 할 것인지. 그 무게를 감당해야 할 주체가 만약 피해의 영역에 존재한다면. ‘D.P 시즌2’는 이 복잡하고 또 꼬일 대로 꼬인 채 뒤엉켜 있기만 한 질문과 답변을 GP자체의 폐쇄성 그리고 군대 자체의 통제와 수직적 명령 체계에 대한 단 방향소통과 결부시키며 결코 바뀔 수도 없고 바뀌어서도 안된다 말하는 폭력의 또 다른 얼굴을 비춥니다. 시즌2에서 새롭게 합류한 육군 법무실장 구자운(지진희) 준장과 그의 수족 오민우(정석용) 준위. 그들 얼굴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아마도 바뀌지 않을 미래의 군대 그 자체라고 고발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제안한 진실의 무게, 그 무게에 안준호 한호열 그리고 박범구(김성균) 중사와 임지섭(손석구) 대위. 네 사람의 시선이 결국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 그들의 시선이 멈추는 곳이 시즌1 조석봉 일병이 그토록 증오했던 방관의 죄악을 씻을 수 있는 무엇이 놓인 그곳일 듯합니다.
 
'D.P. 시즌2' 스틸. 사진=넷플릭스
 
그나마 희망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은 시즌1에 이어 시즌2로 이어지면서 각각의 인물들도 성장하고 있었단 점입니다. 안준호는 조석봉의 마지막 그리고 김루리에 대한 방관의 가해에 대한 죄책감을 안고 더욱 더 탈영병들에게 인간적으로 접근하고 그들의 사연에 귀를 기울입니다. 한호열은 입이 아닌 가슴으로 대화를 하며 그 가슴을 통해 좀 더 인간적 교감을 일궈낼 수 있단 희망을 대변합니다. 박범구 역시 큰 형 다운 면모를 통해 안준호 한호열과 같이 탈영병들에게 잘못이 아닌 사연으로 다가서려는 노력을 합니다. 가장 변화를 일궈낸 인물은 단연코 임지섭 대위입니다. 그는 성과주의자였던 시즌1과 달리 시즌2에선 후회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려는 변화에 스스로 들어섭니다. 임지섭이 그 속에서 느끼는 감정은 후회가 절반이고 나머지 절반은 그 후회를 하고 있는 지금일 듯합니다. 구자운-오민우와 함께 등장하는 차갑고 냉정한 모습의 육군 작전과정 서은(김지현) 중령과의 숨겨진 사연 그리고 GP사건 희생자와의 감춰진 관계가 임지섭의 본심을 드러내는 촉매제이자 도화선으로서 이번 시즌의 새로운 불씨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D.P. 시즌2' 스틸. 사진=넷플릭스
 
시즌2 에피소드 가운데 장기 탈영병으로 등장하는 노인의 대사가 ‘D.P’ 시즌1과 시즌2 그리고 앞으로 혹시 이어질지 모를 그 다음 시즌과 그 다음 시즌까지. 이 세계관 자체를 규정하고 규명하는 핵심일 듯합니다. ‘여전히 그곳은 변하지 않았는지라는.
 
'D.P. 시즌2' 스틸. 사진=넷플릭스
 
통제와 통제 그리고 통제. 그 속에서 스스로 꿈틀대고 고개를 쳐드는 폭력의 비웃음. 그 비웃음에 굴복하는 현실의 외면과 방관. 우린 그 안에서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공범일 뿐입니다. 결단코 다음 시즌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랍니다. ‘D.P.’가 바라는 진심일 것입니다. 28일 넷플릭스 공개. 총 6부작.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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