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신용점수 500점 이하의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중금리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저축은행이 5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저축은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 수준에 불과한데요. 저축은행뿐만 아니라 대부업체들까지 수익성 악화와 건전성 관리를 이유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어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31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인 사잇돌2·민간중금리 상품을 취급하는 저축은행은 30곳입니다. 그중 신용점수 500점 이하 저신용자를 취급하는 곳은 KB·세람·우리금융·웰컴·참 저축은행 5곳인데요. 전국 79개 저축은행 중 신용점수 500점 이하의 저신용자에게 중금리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곳은 6.3%에 불과한 셈입니다.
KB저축은행과 우리금융저축은행이 취급하는 사잇돌2 대출은 SGI서울보증과 연계한 보증대출상품이고, 민간 중금리대출은 금융사가 신용평점 하위 50%인 차주들을 위해 자체 신용으로 공급하는 중금리 대출 상품입니다.
최근 저축은행은 고금리에 따라 조달비용이 커지고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수익성과 건전성 관리를 위해 중·저신용자 대출을 줄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2분기 저축은행 중금리 신용대출을 분석해 보면 신용점수 500점 이하의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내어준 저축은행은 총 35곳 중 12곳이었습니다.
저축은행은 업황이 안 좋은 상황을 감안하면 선제적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의 민간 중금리 대출 공급액은 3조343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6조1317억원)와 비교해 45.4% 줄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저신용자를 상대로 소극적으로 상품을 취급할 수밖에 없는 것은 고금리로 차주들이 대출상환을 못 하고 연체한 비율도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금리가 안정될 때까지는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대출 폭을 넓히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습니다.
실제로 저축은행의 올해 1분기 연체율은 5.1%로 지난해 말보다 1.7%p 높아졌습니다. 게다가 조달금리는 오르는데 대출금리 상한은 막혀 역마진 우려가지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2021년 말 대비 올해 2금융권 조달금리가 1.15∼2.07%p 높아진 점을 감안해 올 하반기 저축은행 중금리대출 금리상한을 16.3%에서 17.5%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보증기관을 낀 정책대출은 공급 규모가 늘었습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사잇돌2 대출 공급액은 6034억원으로 집계됐는데요. 지난해 연간 취급액(6496억원)과 맞먹는 규모입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잇돌2 대출은 보증기관의 보증을 끼는 만큼 차주가 대출을 갚지 못할 경우 정부가 대신 갚는 구조"라며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 저축은행들이 보증부 대출을 더 늘리는 셈"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