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대기업 택시 호출 앱인 카카오T의 독주를 막고자 전국 지자체들이 공공 택시앱을 앞다퉈 내놓고 있지만 민간 앱에 비해 전문성이 부족한 데다 이용객도 적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시장독점 구조를 깨고 택시의 공공성을 높이고자 한 시도에 비해 기사와 승객의 외면으로 되레 세금낭비라는 지적이 큽니다.
카카오T택시 (사진=뉴시스)
서울시 '지브로', 1년만에 운영 중단
31일 지자체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2017년 지브로라는 이름의 공공택시앱을 야심차게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택시기사와 승객 모두의 외면을 받은 채 1년 만에 운영을 중단했습니다. 이어 서울시는 지브로를 보완해 2019년 'S택시'를 출시했지만, 또다시 실패를 맛봤습니다. 결국 서울시는 탁상행정, 혈세낭비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경기도에서도 기초지자체들이 공공택시앱을 내놓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수원시는 지난 2021년 '수원e택시'를 도입했습니다. 할인행사 등 프로모션 진행으로 홍보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이용자는 20만명을 넘지 못합니다. 수원시 인구가 약 119만명인 것과 비교하면 이용객은 20%도 안 되는 꼴입니다.
출시한 지 2년도 안 된 상태에서 가입자 수가 16만명을 넘었다는 성과를 남겼고, 호출비가 없고 자동결제시 이용 요금의 2%를 적립해 주는 등 혜택이 있지만 오류가 잦고 서비스 기능이 떨어지면서 점차 시민들의 외면을 받는 상황입니다.
용인시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시가 직접 운영하는 '용인앱택시'는 지난 2016년 3월 호출 앱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호출비도 없을 뿐더러 중개수수료 역시 없지만 이용자 수가 현저히 낮습니다. 지난 3년 배차율을 보면 2020년 53%, 2021년 46%, 2022년 30%로 줄면서 공공성이 퇴색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공공 택시앱의 뚜렷한 성과가 없음에도 전국 지자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추진에 나섰습니다. 수수료를 줄여 택시기사와 시민들이 부담을 줄일 수 있고, 공공성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대기업의 횡포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역화폐 연계…지자체 예산 부담 이어져
성남시는 시에서 운영되던 콜택시 서비스 '푸른콜'과 '브랜드콜'을 성남콜로 통합운영키로 결정했습니다. 기존의 전화 호출 방식에서 플랫폼 앱 호출 방식을 추가하려는 계획입니다. 성남시는 택시 호출 앱을 독점하고 있는 대기업을 견제하고, 시민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대구시와 부산시 등은 공공 택시앱에 지역화폐를 연계해 운영에 나섰습니다. 전북 익산시는 지역화폐로 결제할 경우 이용요금의 10%를 캐시백으로 돌려받고 소비촉진 지원금 10%의 혜택을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공공택시앱의 목적이 택시의 공공성인만큼 온갖 혜택은 결국 지자체 예산의 부담으로 이어질 우려가 큽니다. 공공택시앱의 경쟁력이 커지더라도 지자체 예산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공공택시앱의 부진 요인으로는 기술성이 꼽힙니다. 카카오T의 경우 계속해서 배차 시스템 등을 개발해 정확한 승객의 위치와 택시기사의 매칭에 나서지만 공공택시앱의 경우 기술력이 높지 않아 여전히 배차 오류가 크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공공택시앱으로 택시를 호출했을 땐 잡히지 않다가 카카오t로 호출하니 바로 배차가 됐더라는 후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중개수수료, 호출수수료 등이 없는 데다 각종 혜택까지 주고 있지만 기술력과 편의성, 홍보 부족으로 여전히 공공택시앱은 대기업 택시 호출 앱과 나란히 서지도 못하는 실정입니다.
경기도내 기초지자체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대기업에 비해 부족한 건 맞지만 배차에 있어서 최대한 오류가 없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최대한 이용하는 시민들의 편의성에 맞춰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월 22일 서울시내 택시승강장에서 택시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사진=뉴시스)
수원=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