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요. 귀신은 없어요. 저 악귀 같은 인간 때문에 사람이 죽은 거라고요."
지난 주말, OTT를 둘러보다가 디즈니+에 화제의 신작 '악귀'가 올라와 있길래 냅다 클릭했습니다. 제가 김태리 배우를 좋아하거든요. 무엇보다 김은희 작가님의 신작이기도 하고, 테드창으로 유명한 오정세 배우도 나온다니 안 볼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제 주말이 순삭됐습니다. 1화부터 4화까지는 좀 끊어서 봤는데요. 후반부로 갈수록, 특히 9화를 넘어가니 미친듯이 몰아치는 전개에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김은희 작가의 대사나 짜임새있게 끌고 가는 스토리 흡입력도 너무 좋았고, 세련되게 뽑은 시퀀스, 옛 문화에 대한 고증, 각 배우의 열연이 어우러져 눈길을 끌었습니다. (모두가 명장면의 주인공이었지만, 그 중 한 명을 꼽으라면 악귀를 만든 무당 최만월 역 '오연아' 배우의 연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악귀를 본 시청자들이 용두용미였다며 올린 사진
'악귀'는 구산영(김태리 역)이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악귀가 씌이면서 악귀를 볼 수 있는 남자(오정세 역)와 함께 의문의 죽음들을 풀어나가는 미스터리 오컬트물입니다. 드라마에서는 의문의 자살들이 계속 이어지는데요. 귀신은 '억울함을 들어주고 풀어주면 없어진다'는 해결법(?)에 근거해 두 주인공이 악귀를 없애기 위해 협력하게 되고, 경찰도 사건 수사 차 함께 합류하며 원한 서린 오랜 진실을 캐내게 되지요.
근데 그 진실을 캐기 위해 주인공들이 파헤치는 사건들을 보면 '귀신이 무섭냐 사람이 무섭지' 소리가 절로 나오곤 합니다. 극 중 아직 구산영이 귀신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못할 때 "아니요. 귀신은 없어요. 저 악귀 같은 인간 때문에 사람이 죽은 거라고요."라며 사건의 피해자, 동시에 가해자인 사람들을 향해 일침을 놓기도 하는데요.
구산영이 마주한 사건들, 돈 없는 학생들을 타겟을 노린 불법 대출, 아이의 존재를 지운 아동 학대, 명품 등 끝 없는 욕심에 사로잡혀 사람을 죽이거나, 기업을 일구며 돈을 갈구하다 악귀를 만든 사람들을 마주하다 보면 "그래. 귀신이 무섭겠니 사람이 무섭지"란 소리가 시청자인 저도 자연스레 나오더라고요.
'사람이 무서운 사건'은 드라마 속 뿐만 아니라 우리네 현실에서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멀리가지 않더라도 최근에 일어난 일들, 가령 전과 17범의 신림역 칼부림이라든지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초등학교 6학년이 교사를 폭행한 사건 등 보면 굿은 귀신이 아니라 사람이 받아야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드라마 악귀는 수사물이지만 '살풀이'에 더 가깝다고 해야할까요. 김은희 작가 특유의 화법, 즉 과거와 현재가 얽힌 사건들이 때로는 탐욕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동시에 사랑을 통한 따뜻한 이해로 구현됩니다. 우리네 삶은 언제쯤 귀신이 더 무서워질까요? 사람보다 귀신이 더 무서운 세상이 오길 바라봅니다.
드라마 악귀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