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SF영화’로 장르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확하게 짚고 넘어갑시다. 우주가 배경이니 SF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칩시다. 이 영화, 바람(wish)을 담았습니다. 네 사람 바람. 먼저 첫 번째 바람, 지구로부터 무려 38만 3000km 떨어진 달에 홀로 남겨진 한 남자. 그는 돌아오고 싶습니다. 너무도 가고 싶습니다. 두 번째는 반대로 달로부터 38만 3000km 떨어진 지구의 한 남자. 그 남자는 달에 홀로 남겨진 또 다른 한 남자를 무사히 대려 오고 싶어합니다. 세 번째는 두 번째 남자와 대략 1만km 떨어진 곳에 있는 한 여자. 그는 이 남자의 바람이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그 바람을 이뤄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 남자의 바람을 채워줄 정도로 힘이 없습니다. 해줄 수 있는 게 너무 없어 속상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입니다. 네 번째, 그 네 번째가 제일 중요합니다. 이들 세 사람의 바람이 반드시 이뤄졌으면 하는 간절함을 담고 모든 것을 바라보고 될 바로 당신. 이들 세 사람의 간절한 바람이 이뤄지기 위해서라면 130분 동안 두 손을 맞잡고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스크린을 응시하며 응원을 보낼 당신. ‘신과 함께’로 쌍천만 신화를 일궈낸 국내 최고의 테크니컬 연출자 김용화 감독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더 문’. 달에 홀로 남겨진 한 남자, 그리고 그 남자를 구출하고 싶은 지구의 또 다른 한 남자. 그리고 그 두 사람의 바람을 돕고 싶은 한 여자. 그리고 이들의 모든 바람을 응원하는 당신의 응원. ‘더 문’은 그런 영화입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작년에 달 궤도 탐사선 다누리호를 쏴 올렸습니다. ‘더 문’은 기획 당시 그런 바람을 담고 출발했습니다. 배경은 2029년, 대한민국이 달 탐사선 우리호를 쏴 올립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우주연합에서 대한민국은 퇴출됐고, 이에 좌절하지 않은 대한민국은 독자 개발을 통해 미국에 이어 인류 두 번째 유인 달 탐사 계획에 도전합니다. 대원들을 태우고 우주로 향한 우리호.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합니다. 태양 흑점 폭발로 지구의 모든 전자기기에 문제가 생깁니다. 무엇보다 우주 달 궤도에서 공전 중이던 우리호에겐 이런 현상은 치명적이었습니다. 태양풍을 직격탄으로 맞아 버린 우리호 기계 오작동으로 우주 유영 중이던 대원 두 명이 희생됩니다. 홀로 우리호 내부에 있던 막내 대원 황선우(도경수)만 살아 남습니다.
영화 '더 문' 스틸. 사진=CJ ENM
대한민국 나로 우주센터와의 교신도 끊긴 우리호. 우리호 내부에 홀로 남겨진 선우의 비상 수리로 센터와 가까스로 교신에 성공합니다. 하지만 태양풍으로 인한 기체 결함으로 지구로의 귀환은 불가능해졌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5년 전 달 탐사 계획을 진행시켰지만 탐사선 공중 폭발로 모든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 전임 센터장 김재국(설경구)을 급히 다시 불러옵니다. 그는 우리호 설계를 총지휘한 인물. 급하게 센터로 복귀한 재국, 하지만 역부족입니다. 태양풍 영향으로 센터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그는 NASA 유인 달 궤도선 메인 디렉터 윤문영(김희애)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하지만 우주 개발에서 주도권을 쥔 미국. 그런 미국의 계산과 대한민국의 이해득실. 양국의 실리 문제가 황선우 구출 작전을 가로 막습니다. 재국의 선택 그리고 선우의 선택 그리고 문영의 선택. 각기 다른 선택 속 모두의 바람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영화 '더 문' 스틸. 사진=CJ ENM
‘더 문’은 국내 영화 산업 기술이 집약된 현재까지 가장 순수한 결정체입니다. 러닝타임 전체가 4K로 제작 됐습니다. 우리가 보는 일반 극장 화면이 2K이니 산술적으로 2배 가량 선명한 화면을 제공합니다. 무엇보다 ‘더 문’은 4K방식으로 촬영부터 VFX(시각특수효과) 그리고 색보정(DI)까지. 이른바 영화 제작 전체 공정을 4K로 진행시켰습니다. 이런 방식이라면 일단 데이터 자체가 엄청난 분량이 됩니다. 김용화 감독에 따르면 자신의 전작이자 VFX가 국내 영화에서 첫 손에 꼽힐 정도로 많은 부분을 차지한 ‘신과 함께’와 비교해 무려 4배 이상 데이터 분량이 증가하는 수준 이랍니다.
영화 '더 문' 스틸. 사진=CJ ENM
이런 방식을 택한 이유, 분명히 존재합니다. ‘더 문’ 기획에서 가장 핵심이 된 지점, 바로 우주입니다. 그럼 우주를 표현하기 위해 가장 핵심이 되는 지점. 바로 빛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빛이 아닙니다. 가장 어두운 빛, 바로 ‘어둠’입니다. 그것도 가장 극단적 어둠. 우주는 빛이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닙니다. 태양 빛을 반사할 수 있는 행성만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우주선 그리고 우주 유영을 하는 우주인을 제외하면 그 배경이 되는 공간, 다시 말해 ‘우주’ 그 자체임을 관객들이 느낄 수 있는 공간 창조가 최우선입니다. 이런 공간을 창조하기 위해 가장 선결돼야 할 조건은 지구에선 존재할 수 없는 이른바 ‘쨍한’ 어둠입니다. ‘더 문’은 인물과 물체를 제외하면 우주 공간 속 배경의 극단적 대비를 통해 실제 같은 우주의 명징한 공간 대비를 일궈냈습니다. 체험의 감도에서 ‘더 문’은 국내 어떤 상업 영화보다도 강합니다. 이런 화면 공간 대비를 IMAX로 관람할 경우를 상상한다면 짜릿함의 기준이 재정립 될 것입니다. 참고로 ‘더 문’은 CMOS(이미지 센서) 크기가 아이맥스 카메라 규격과 큰 차이가 없는 아리 알렉사 65 카메라로 촬영됐습니다. 국내 상업 영화로는 전례 없는 ‘맞춤형 IMAX’ 상영 작품입니다.
영화 '더 문' 스틸. 사진=CJ ENM
‘어둠’과 함께 ‘더 문’을 차별화 시킬 또 다른 포인트, 사운드입니다. 사실 ‘더 문’과 비슷한 소재의 레퍼런스 영화 가운데 가장 빼어난 걸작으로 주목 받는 ‘그래비티’. 이 영화는 극단적 사운드 제한으로 실제 우주의 소리 전달 체계를 만들며 현장감을 최고조로 끌어 올립니다. ‘더 문’은 우주를 상징하는 소리의 전달, 즉 ‘소리 자체가 존재할 수 없는’ 공간의 상상보단 영화적 상상력과 체험력에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달 표면에 떨어지는 유성우 세례부터 우주 공간에서 이뤄지는 유영 장면 등에선 관객이 느낄 수 있는 사운드의 질감 자체를 ‘매끄럽게’ 혹은 ‘거칠게’로 조율해 나갑니다. 이미지에서 명확한 공간을 창조했다면 이를 뒷받침할 사운드에선 리얼리즘보단 영화적 체험으로 포커스를 맞춥니다.
영화 '더 문' 스틸. 사진=CJ ENM
‘어둠’과 ‘사운드’가 결합돼 만들어 낸 ‘더 문’의 공간은 결과적으로 서사를 끌어 오면서 이 영화 자체가 갖는 분명하게 드러난 힘을 끌어 올립니다. 단순하고 또 단순해서 너무도 명확하게 관객의 감정에 박혀 버리는 ‘구하고 싶다’는 바람, 이 메시지가 실질적으로 ‘더 문’이 차별화로 선택하고 집중한 진심입니다. 한 발 더 나아가면, 그 선택과 집중은 궁극적으로 ‘더 문’의 배우와 서사 그리고 인물과 VFX 등이 아닙니다. 바로 관객입니다. ‘더 문’은 이 모든 것들을 끌어와 관객들을 결국에는 반드시 설득시킵니다.
영화 '더 문' 스틸. 사진=CJ ENM
‘더 문’을 통해 김용화 감독은 또 다시 간절함이 가진 힘을 증명합니다. ‘더 문’은 간절함을 증명하고 체험 시키는 우리 모두의 ‘바람’입니다. 8월 2일 개봉.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