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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지나치게 압도적인 ‘콘크리트 유토피아’
‘아파트’ 상징성·유토피아 속 ‘디스토피아’ 역설…‘재난의 민낯’
입력 : 2023-08-01 오전 7:00:23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디스토피아’, 안티 유토피아를 배경으로 한 서사 구조는 역설적으로 유토피아에 대한 문제점을 들춰내는 가장 큰 동력입니다. 또 다른 표현은 역설의 가장 완벽하게 온전한 예시. 그건 이 영화 제목이 담은 은유에도 담겨 있습니다. 가장 차갑고 가장 무생물적이며 가장 무공감적이고 단절의 상징과도 같은 콘크리트’. 현대 사회의 소통 부재를 이미지화 시킬 때 끌어 내는 최적의 오브제. 여기에 무너진 세상을 뜻하는 디스토피아의 반대 유토피아’. 이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가장 완벽한 이상향을 만들기 위해 가장 완벽한 그 반대를 끌어옵니다. 세상이 무너졌습니다. 모든 것이 파괴된 세기말. 그 안에서 꿈꾸는 우리 모두의 이상향, 유토피아는 디스토피아이전의 세상. 즉 현실을 말합니다. 하지만 그 현실은 이미 막을 내린 상태. 끝입니다. ‘디스토피아적 관점에서 유토피아는 앞서 언급한 그 이전 세상, 즉 폐허 이전의 삶 입니다. 상당히 복잡해 보이지만 논리적으로는 아주 간단합니다. 현실에서 세상 하나만을 지워 버립니다. 그럼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어떻게 될까. 그 모습이 바로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담긴 여러 모습들입니다. 그 모습들이 너무도 소름 돋고 심각할 정도로 찌릿합니다. 내 속에 꿈틀대는 무엇을 들킨 것처럼 뜨끔하게 되는 포인트가 많습니다. 이 영화, 일단 극단적으로 의미심장합니다.
 
 
 
영화는 시작과 함께 한국 사회 모든 패러다임을 뒤 바꿔 놓은 아파트에 대한 기록 영화로 시작합니다. 우리 삶 속에서 아파트의 존재와 의미. 다양합니다. 초기 아파트의 존재는 터부시되던 그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과 삶의 흐름 속 아파트는 삶 그 이상의 의미로 성장합니다. 누군가는 아파트를 위해 삶을 받치고 누군가는 아파트에게 지배 당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아파트로 인해 군림하는. 그런 세상은 유토피아인가. 아니면 이미 디스토피아인가.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그런 질문에 대한 해답, 지금 세상을 빼앗으면 됩니다. 신의 선택일지, 신의 형벌일지. 영화에선 그 질문을 직접적으로 실행시킵니다. 서울이 무너집니다. 한반도 전체가 무너집니다. 산이 무너지고 도로가 치솟습니다. 불기둥이 터집니다. 한반도 전체가 지진으로 무너집니다. 파도처럼 밀고 들어오는 무너짐의 연속. 세상이 망했습니다. 그 속에서 멀쩡하게 버틴 한 곳. ‘황궁 아파트’. 이제 영화가 제대로 질문합니다. 무엇이 유토피아이고 무엇이 디스토피아인가.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무너진 세상,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재난 장르 공식으로 시작을 알립니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하고 생존을 위해 무슨 행동을 하는지. 그 모습을 통해 앞서 언급한 이 영화의 대전제, 질문의 답을 찾아가려는 시도를 합니다. 황궁 아파트 사람들은 아파트를 삶의 보금자리로서 지키고자 단합합니다. 단결합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이 간단명료한 공식을 위해 모두가 행동합니다. 일단 그들은 구심점이 될 리더를 뽑습니다. 대재난 이후 황궁아파트에서 벌어진 작은 사건을 온 몸으로 막아낸 한 사람. 김영탁(이병헌), 그가 주민들 다수결에 따라 리더가 됩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여기서 영화의 질문에 대한 첫 번째 답이 나옵니다. 누군가는 영탁과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영탁은 사실 리더와는 거리가 먼 인물입니다. 작은 사건을 위해 온 몸을 던진 행동의 선택이 있었지만 그건 돌발적 상황의 단편일 뿐. 그의 리더 선출은 그저 이 세상을 덮친 재난의 불확실성처럼 모두의 의심을 사기에 충분합니다. 하지만 그런 의심을 간파한 듯 영탁은 점차 자신의 내면을 들춰내면서 변화를 시작합니다. 살기 위해 그랬는지, 원래부터 그랬는지 후에 드러날 비밀의 단초를 제공하는 영화적 트릭일지. 그건 확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탁은 선택합니다. 그 선택은 점차 행동에 분노를 덧씌우고 광기를 색칠하며 집착으로 세공 시켜 나갑니다. 그의 변화된 면모는 즉각적으로 황궁 아파트 사람들에게 강력한 리더십으로 비춰집니다. 하지만 그런 영탁의 선택은 누군가에겐 인간성을 상실한 폭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바로 명화(박보영)입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민성(박서준)의 아내인 명화는 세상이 망하기 전 간호사였습니다. 그는 사람들 살리는 신념을 가진 인물입니다. 황궁 아파트로 살아 남은 사람들, 영화 속에선 바퀴벌레로 불리는 무리가 몰려 들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생존을 위해 모두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한정된 식량과 물자, 그들은 몰려 든 바퀴벌레들을 쫓아내는 것에 합의합니다. 물론 이 선택에 명화만이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못합니다. 그는 공존을 원합니다. ‘우리만이 존재하는 세상, 그 자체로 이미 세상은 존재의 가치가 없다고 합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또 다른 인물 민성. 그는 영탁과 명화의 중간입니다. 일단 민성은 생존에 모든 방점을 찍습니다. 그가 선택한 생존의 이유는 아내 명화입니다. 아내를 지키기 위해 행동합니다. ‘공무원이란 신분 그리고 가장 젊다는 이유만으로 그는 황궁 아파트 방범 대장이 됩니다. 그의 역할은 아파트 밖에서 생필품을 구하는 것과 아파트 전체 외부 침입 대응. 그 과정에서 민성은 비인간적 비이성적 행위도 불가분의 선택으로 행동합니다. 생존을 위해서입니다. 모두의 안녕을 위해서입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무너진 세상, 그 세상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민 낯을 철저히 까발립니다. 누군가는 군림합니다. 누군가는 공존을 택합니다. 누군가는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합니다. 무엇이 절대적 가치인지 묻습니다. 사실 절대적이란 말, 그 자체부터 틀렸습니다. 최소한의 가치가 정확한 표현일 듯합니다. 세상이 무너졌습니다. 가치가 변화됐습니다. 변화가 모든 것을 뒤 바꿔 버렸습니다. 그 속에서 인간은 무엇을 위해 생존을 해야하고 선택을 해야 할까. 극복과 인간다움, 그 두 가치의 충돌은 이 영화 전체에 흐르는 아이러니한 블랙 코미디 그 자체일 듯합니다. 그 속에서 발생되는 상실의 감정, 그것이 오롯이 관객들에게 가장 깊고 가장 아픈 고민을 던져줄 듯합니다. ‘그래서 당신은 어떤 선택과 어떤 가치를 바라볼 것인지라고.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이병헌의 존재감 그 자체가 만들어 내는 파괴적 광기가 스크린을 찢어 발기는 수준을 넘어선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히려 표현 수위가 한 없이 모자랄 정도입니다. 영화 속 이병헌이 연기한 영탁이 부르는 윤수일의 아파트는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기괴한 감정을 끌어내는 영화적 미장센의 끝입니다. 단언컨대 이병헌이 만들고 엄태화 감독의 연출한 이 장면은 한국영화 역대 명 장면 꼭대기에 끌어 올려도 모자람이 없는 풍자적 날카로움을 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병헌은 이 영화 전체 모멘텀을 조율하는 역할도 담당해 흐름 자체를 컨트롤합니다. 그가 품고 있는 비밀이 드러나는 중 후반부터 이어지는 이 영화 흐름은 완벽한 스릴러와 공포를 담보합니다. 이병헌이기에 가능했고 이병헌이기에 시도할 수 있던 영화적 장치입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사실, 가장 놀라운 점은 이 영화를 진두지휘한 엄태화 감독입니다. 독립영화 잉투기로 장편 연출 데뷔 후 가려진 시간으로 감성적 연출 스타일을 선보였습니다. 그에게 200억대 재난 영화의 연출은 분명 현실적 재앙을 만들어 낼 것이란 우려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을 완전히 뒤집어 버렸습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엄태화 연출적 평가 기준을 다른 영역으로 끌고 갈 결과물입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콘크리트 유토피아’, 한국형 재난 장르와 한국형 블록 버스터 두 가지의 가치와 기준을 완벽하게 재창조했습니다. 이 영화로 엄태화는 포스트 봉준호에 가장 근접한 연출자가 됐습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그걸 증명합니다. 한국영화 기준을 몇 단계는 끌어 올린 결과물입니다. 개봉은 오는 9.
 
P.S. 삶에 대한 가치는 그저 살아갈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 영화 마지막이 전하는 이 영화의 질문에 대한 이 영화의 답입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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