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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건 많아졌는데 다 봐도 괜찮을까
입력 : 2023-08-21 오후 6:07:48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국내에서 처음부터 파급효과가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웨이브의 전신인 쿡, 스포츠 중계를 이동하면서 볼 수 있고, 못 봤던 지상파 드라마를 몰아 볼 수 있는 용도였습니다. 1가구 1유료방송 시장인 국내에서 넷플릭스도 미국드라마를 보는 사람 정도나 추가 요금을 내는 취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넷플릭스 K-콘텐츠 킹덤의 주목과 코로나, 2021년 오징어게임의 성공으로 국내 OTT 시장은 대변혁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넷플릭스가 K-콘텐츠에 집중 투자에 나서면서 국내 OTT 티빙, 웨이브 등도 오리지널 콘텐츠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OTT들도 국내 시장으로 진출을 본격화했습니다. 24시간 리모컨으로 다른 채널을 넘기는 재핑 행위 없이도 선택적으로 콘텐츠를 무한정 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그런데, 콘텐츠가 넘쳐나면서 이용자 선택을 받기 위해 자극적인 콘텐츠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내 OTT사들은 유튜브의 정제되지 않은 콘텐츠에 쓴소리를 내왔지만, 이들도 자극적인 콘텐츠 노출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으로 OTT 사업자의 자체등급 분류제도가 도입되면서 콘텐츠에 대한 자율성에는 날개를 달았습니다. 국내 모든 영상물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 분류를 거치지만, OTT는 자체적으로 등급을 매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장인물로 분장한 퍼레이드 참가자가 시민과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러한 셀프 규제 속에서 욕설이나 흡연 장면이 일상화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마약 복용 상태에서 환각을 본 장면이 묘사되거나 성행위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 살인에 대한 내용은 콘텐츠의 완성도를 위해 당연시되고 있습니다. 동성애 콘텐츠도 거리낌 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 이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받는 지상파들이 흡연이나 음주, 흉기 등을 블러처리하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죠. 지상파의 경우 문신도 방송심의 기준에 걸려 테이핑을 하거나 블러처리를 하는 등 제한요소가 있습니다. 정제된 콘텐츠를 접해왔던 과거와는 달리 날것의 콘텐츠를 가감없이 볼 수 있는 시대인 것입니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언제든지 맘만 먹으면 볼 수 있는 사회로 진입이 본격화되면서 정말 다 봐도 되는 것인지 우려의 시선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영화에서나 나왔을 법한 흉악범죄가 일상의 장소에서 벌어지는 사태를 보면서, 이러한 콘텐츠를 아무렇지 않게 보는 것이 정말 정서상 문제가 없는 것인지에 대해 목소리가 나오는 것입니다. 다양성의 중요성, 사업자의 자율성의 무게의 추를 어디에 둬야하는지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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