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국내 은행들이 오프라인 점포를 지속적으로 감축하고 있지만, 점포 폐쇄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특화점포 확대는 지지부진합니다. 금융당국이 우체국 업무제휴, 은행 간 공동점포 신설과 관련해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금융사 간 지점 위치와 수수료, 내부통제 관리의 이견이 여전한 상태입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점포 수(출장소 포함)에서 최근 5년간 문을 닫은 점포는 680곳에 달합니다. 지난 2018년 말 기준 3563개였던 4대 시중은행 국내 점포는 년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해 12월 말 기준 2883개로 줄었습니다. 해마다 최소 100개 이상씩은 문을 닫고 있는데요. 올 상 반기에도 65개가 문을 닫거나 인근 점포로 통합됐습니다.
4대 시중은행 국내 영업점 추이(그래픽=뉴스토마토)
은행권·우체국, 업무제휴 세부안 이견
은행 점포 줄폐쇄가 이어지고 있지만 대안 마련은 지지부진합니다. 지난 6월 금융위는 은행권의 지점 축소 등으로 인한 금융 소외계층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지점 수가 많은 우체국을 중심으로 은행과 창구 업무 제휴를 강화하는 '은행 대리업'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현재 우체국은 한국씨티은행,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전북은행,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과 제휴를 맺고 있습니다. 우체국은 업무 위탁 형태로 이들 은행 고객들에게 창구를 통해 입출금과 잔액조회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는데요.
우체국 지점에서 다양한 업무를 볼 수 있으려면 우체국이 금융사로부터 업무를 위탁 취급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해야 합니다. 현재는 우체국에서 예·적금 입금 및 지급만 가능하지만, 우체국의 은행업무 대리가 가능해지면 예·적금 계좌 개설과 해지, 대출, 환업무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당국의 대책 발표에도 은행권과 우체국 간 업무제휴에 속도가 붙지 않다는다는 점입니다.
우체국은 전국 단위 지점에서 시범 운영을 실시하고 싶은 반면, 은행권에선 점포가 적은 지역을 중심에서 시범 운영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우체국과 업무 제휴에 따른 수수료 산정에서 서비스·고객 등 어떤 것을 기준으로 할지를 두고도 양측 간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은행권에선 비용 절감 차원에서 수익성이 낮은 점포를 정리하는 것인데 대체 점포를 활용할 경우 비용 부담이 생기는 데다 고객을 뺏길 가능성까지 생기고 우체국이라는 타행 거래가 되기 때문에 고객이 내야하는 수수료를 은행이 내신 내야하는 손실도 생깁니다.
공동점포 도입 1년…5개 불과
은행권 점포 폐쇄의 다른 대안책으로는 공동점포가 있습니다. 공동점포는 각 은행이 창구, 금고 등 개별 영업에 필요한 공간은 별도 운영하면서 고객 이용공간은 공유하는 형태입니다. 타행과 공동으로 점포를 운영하면서 임대료를 절감하고, 인력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으면서도 지역민들에게 대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6월 '은행권 오프라인 금융서비스 접근성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금융사 공동지점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은행권 공동지점은 지난해 말 기준 4개 지점을 선 보인데 이어 올 들어 1개 지점이 추가됐습니다.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나온 지 1년이 넘었지만 실제 공동점포수는 미미한 상황인데요.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은행 영업점이 사라지고 있으나 공동지점 형태로라도 남겨야 하는 곳 등을 중심으로 선정되다보니 급격히 늘어나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공동으로 운영하는만큼 은행 내부의 의사결정뿐만 아니라 점포 위치 선정이나 운영 방식, 비용 등과 관련해 조율도 거쳐야 합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울보다는 인구가 줄어드는 지방지역을 중심으로 공동점포 형태로라도 운영을 하자는 취지"라며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만큼 고객 정보 유출 위험 등 내부통제도 신경써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올 들어 금융당국이 은행 점포 폐쇄 작업에 제동을 걸고 추가 통·폐합이 진행되지 않으면서 대안으로 제시된 특화점포들의 출점 속도가 늦춰진 측면도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은행 공동점포, 우체국 제휴 등 점포 폐쇄의 대안책이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기존 점포를 줄여야 한다"며 "현재 은행들의 점포 통폐합 계획이 사실상 없다보니 이러한 대체점포들도 섣불리 구축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김보연·신유미 기자 boye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