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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금리에 무이자 유상증자 봇물…주주와 진통
자금조달 어려운 기업들 유증 선택 많아져
입력 : 2023-08-23 오후 2:11:50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물적분할 이슈가 법 개정에 따른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형태로 걷히자 이번엔 유상증자가 말썽입니다. 높은 금리에 사채 등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기업들의 유상증자 선택이 많아졌습니다. 기업에게 유상증자는 무이자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라 차입보다 유리합니다. 하지만 일반주주에게 부담을 지웁니다. 주주는 유상증자 결정 전후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고 지분희석이나 추가 출자부담이 생깁니다. 기업이 부채가 많아 유상증자에 나설 경우 주가하방요인으로도 작용합니다. 불가피할 경우 대주주가 적극 출연 등 솔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물적분할 다음엔 유상증자 논란
 
23일 업계 및 한국주식투자연합회 등에 따르면 근래 KC코트렐, 코스모화학, 코스모신소재, SK이노베이션, 롯데케미칼 등이 유상증자를 진행했습니다. 또 한화오션이 실시 여부를 검토 중입니다. 한화오션은 증자설이 일자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해 신사업 투자자금 등 조달 방안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전날 공시했습니다. 이에 대해 주주모임 대표는 “애초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전 막대한 부채로 인해 반대하는 여론이 많았다”며 “인수한 지 3개월여 만에 유상증자를 한다는 것은 주주에게 인수부담을 떠안기는 것 아니냐”고 따졌습니다.
 
KC코트렐은 작년에도 유상증자를 실시한 바 있습니다. 회사가 여러번 유상증자에 나서는 것은 중국 환경설비사업에 투자했다가 손실이 생기는 등 경영부실이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지난해 중국법인에 대한 대손상각비를 크게 인식해 당기순손실을 봤습니다. 이번 회사의 유상증자 목적에는 운영자금과 채무상환자금 조달이 담겼습니다. 보통은 사채나 영업해서 벌어들인 돈으로 충당해야 하지만 그게 안 되자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주주에게 부담을 안기는 셈입니다. 이 때문에 회사 주가도 최근 부진합니다.
 
유상증자 파장이 컸던 SK이노베이션은 김준 부회장이 직접 자금조달 목적에 대해 설파하고 나섰습니다. 김 부회장은 2분기 실적설명회에서 “유상증자에 대해 투자자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나 배터리를 포함한 그린 포트폴리오 강화와 기존 사업 친환경 전환 등 기업가치를 제고하려는 시도”라며 “2025년까지 화학 대비 그린 자산 비중을 2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설득했습니다.
 
코스모 계열 유상증자의 경우 조달금이 시설투자 등 긍정적 목적으로 인식돼 한때 주가가 오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시 주가가 부진해 시장 기대감을 실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주주 쉽게 이용한 자금조달 안돼”
 
유상증자로 인한 주가 향방을 떠나 기본적으로 일반주주는 불리합니다. 증자 불참 시 지분이 희석되고 참여하기엔 출자금 부담이 있는 기회비용을 안게 됩니다. 유상증자 시 신주는 가격할인을 받기 때문에 회사 실적 성장으로 추후 배당확대 등이 예상되면 신주 구매 수요가 몰려 주가가 오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실적 부진에다 부채가 쌓여 경상이익으로 차입금을 상환할 여력이 부족한 경우 유상증자는 ‘급한 채무를 주주 돈으로 막는다’는 부정적 인식을 낳습니다. 이 때문에 주가도 하방 압력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일반주주와 달리 대주주는 여러모로 유리합니다. 회사 주가가 부진할 때 유상증자를 하면 대주주가 출자해 의결권 지분을 확보, 지배력을 늘릴 기회가 생깁니다. 주가 활황 시에는 유상증자 기준가가 높아 그만큼 대규모 자금 조달에 유리합니다. 일반주주의 경우 양쪽 사례 모두 부담이 따릅니다. 주가 부진 시 회복에 대한 기대가 약하고 반대의 경우 돈을 더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유상증자 시 계열사의 참여율을 확대해 고통분담하거나 대주주가 출연해 솔선하는 방법 등이 그나마 주주 부담을 줄일 방법으로 거론됩니다. 자체 자금 조달 여력 없이 유상증자까지 이르게 된 경영책임을 대주주가 져야 한다는 관점입니다. 과거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때 이재용 회장이 직접 사재 출연을 약속해 증자 흥행을 끌어낸 사례도 있습니다.
 
일반주주는 주주배정증자 시 신주인수권을 팔아 손해부담을 더는 방법도 있습니다. 본래 주주배정 유상증자 시 신주인수권증서 발행은 의무가 아니었으나 2013년 관련 법이 개정돼 필수가 됐습니다. 근래 유상증자를 진행한 기업들 모두 신주인수권증서를 발행하고 이를 시장에서 사고 팔 수 있도록 상장시켰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상증자는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게 된다. 주식수가 20~30% 많아지게 되면 주당 순이익이 줄어들게 되면서 주가가 떨어지니까 기존 주주들이 대부분 반대하는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선 자본금과 현금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유증하고 싶어하는데 좋은 방법은 기업 주주가치를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대주주가 출연을 많이 한다든지, 그런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기업입장에선 유증해서 자금 용도가 기업 시설확장이나 성장을 위한 것이란 걸 명시하고 주주를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연합회 대표는 “유상증자는 회사 성장에 도움되는 부분도 있다. 증자가 건전한 증자와 불건전한 경우가 있는데 오너나 사측이 지나치게 주주만을 이용해서 편하게 자금을 구하려는 의도라면 후자다. 회사에 대규모 투자라든지 생산을 위해 증자에 성공하면 실적이 획기적 증대되는 좋은 증자도 있다. 그럼 주가도 오히려 올라서 도움이 되기도 한다. 오너들이 다른 데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데도 기존 주주를 쉽게 이용하려 한다면 그런 것은 배척돼야 마땅하다고 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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