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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용, 지명 즉시 논란…사법부 지각변동 본격화
법원 내부에서 기대감과 우려 동시에 나와
입력 : 2023-08-23 오후 5:32:41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사법부가 보수화에 본격 시동을 걸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이균용 후보자가 사법부 본연의 역할인 '행정부 권력 견제'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윤 대통령과 친분 관계, 판사 시절 진보 성향의 김명수 대법원장을 수차례 정면 비판한 전력 등을 두고 자칫 사법부가 행정부에 휘둘리지 않을 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대통령과 친분
 
이균용 후보자는 23일 오전 김 대법원장 면담차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를 찾은 가운데 윤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지명됐다는 비판에 대해 "제일 친한 친구의 친구다 보니까 작년 청문 과정에서도 그런 질문 받았다"라며 "당시 서울대 법과대 160명 중 고시 공부하는 사람 몇 안 되기 떄문에 그냥 아는 정도지, 직접적인 관계라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1년 후배지만, 사법연수원 기수로는 23기인 윤 대통령보다 7년 선배입니다. 법조인이 된 후 윤 대통령의 대학동기이자 이 후보자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변호사를 매개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수 성향 짙은 '일본통'
 
법원 내 보수 성향 엘리트 판사 모임 민사판례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한 이 후보자는 대표적인 보수 성향의 법관으로 통합니다.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지낸 김 대법원장과 대조적입니다. 이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당시 김 대법원장이 임명되자, 그의 사법개혁 조치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습니다.
 
아울러 이 후보자는 법원 내 지일파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1994년과 2002년 일본 게이오대학에 연수를 다녀와 일본 법제를 잘 알고, 일본 법조인들과의 교류도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강제징용 제3자 변제안, 미국 국방부의 독도 일본해 표기 등으로 국민들의 반일 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통'으로 꼽히는 이 후보자의 대법관 임명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판결에서 드러난 보수 성향…법원·검찰 갈등 해소 창구?
 
이 후보자가 취임은 곧 대법원 판례나 사법행정 시스템이 보수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과거 판결을 통해 보수적인 정치 성향이 드러난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 때는 수사의뢰 반대 의견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고, 같은 의혹으로 기소된 판사들에게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습니다. 또 '천공 의혹'을 제기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저서 대한 출판·판매금지 가처분을 일부 인용한 바 있습니다.
 
이 같은 사례들을 볼 때, 윤석열 대통령은 번번이 사법부에 제동이 걸렸던 윤정부의 사법정책을 이 후보자 지명으로 해소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대법원은 현재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 제도' 도입을 위한 형사소송규칙 개정안 입법예고 등으로 검찰과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을 안 해봤기 때문에 차후 차차 말씀드리겠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32년 경력의 엘리트 법관…시스템 개선 기대감도
 
이 후보자는 32년간 오로지 재판과 연구에만 매진해 온 '정통 법관'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간 40여편의 논문과 판례평석을 발표하며 실무 능력과 법 이론을 겸비했고 서울남부지방법원장, 대전고등법원장 등 주요 법원의 기관장을 거치며 행정 능력도 검증됐다는 점입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 후보자가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된 22일 "장애인 권리를 대폭 신장하는 판결, 노동자 권리를 보호하고 개인의 초상권을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판결 등을 통해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신장하는데 앞장서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원 내부에서는 중립적인 재판과 지연 재판들이 신속히 처리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감돕니다.
 
현직에 있는 한 부장판사는 "이 후보자가 중요 형사 재판 등에서 판사들이 좀 더 비정치화된 중립적인 재판을 해야 한다는 것과 그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는 알고 있다"며 "그런 쪽의 정책들은 당연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대법원이 보수화되는 건 분명하지만 지금 우리가 당면한 문제는 김 대법원장 체제에서 재판이 많이 늦어진 점"이라며 "신임 대법원장이 재판 지연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사법행정 경력 없음'에 대한 우려도
 
반면 이 후보자가 사법행정 업무를 맡은 적 없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 후보자는 대법관 경력과 법원행정처 근무 경력이 없습니다.
 
서울의 한 지방법원에 있는 부장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취임 당시에 사법행정을 어떻게 추진해야 할 지 1년 정도를 고민하던 모습을 봤다"라며 "사법행정을 했던 대법관이나 대법원장은 사법행정의 어떠한 부분을 짜고, 그것이 연장이 되거나 추진이 안 된다는 점이 예측이 됐지만 이 후보자 체제에서는 예측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우려했습니다.
 
다른 부장판사도 "지방법원장 선거 제도, 폐지된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를 상고법원이 다시 추진하는지 여부 등에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 후보자가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 알기에는 이르다"고 말했습니다.
 
대법원장 임명은 국회 인사청문회와 표결을 거쳐야 합니다. 국회 최대 의석을 갖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해 야당의 표심이 관건입니다. 김 대법원장의 임기는 9월 24일 끝납니다. 새 대법원장은 6년 간 대한민국 사법부를 이끌게 됩니다.
 
이균용 신임 대법원장 내정자가 김명수 대법원장과 면담을 위해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들어서며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사진)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윤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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