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이 거론되면서 손님이 줄더니 이번 주는 매출이 반의 반토막 났어요. 직원들 월급도 줘야 하는데 앞으로가 막막하죠."
24일 오후 12시40분 수원시 광교 A 초밥집. 오전 11시30분부터 영업이 시작하는데,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 단 한 테이블밖에 채우지 못했습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정오가 지날 때쯤 최소 3~4개 테이블은 채워졌는데 이번주는 사정이 달랐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방류가 예고되면서 시민들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입니다.
기존에는 없었던 서비스 초밥을 추가 제공하는 등 손님 모시기에 나섰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습니다. 코로나19도 견뎌낼 만큼 입소문을 탄 식당이지만 이번만큼은 사정이 다릅니다.
24일 성남시 한 횟집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박한솔 기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텅 빈 식당
같은 시간 성남시 B 횟집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오전 11시 30분 영업을 시작했는데, 두 테이블밖에 손님이 없습니다. 평일, 주말 상관없이 항상 손님이 붐비는 곳이지만, 이날은 달랐습니다.
20년 넘게 횟집을 운영하는 B 횟집 전 사장은 "횟집들은 점심보다는 저녁 장사가 주긴 한데, 점심시간에 이렇게까지 없던 적은 없어서 걱정은 된다"면서 "사장들끼리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 같은 거 사서 손님들한테 확인시켜 주고 장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B 횟집은 대박집으로 소문나 얼마 전 더 큰 자리로 가게를 옮겨왔기에 이번 오염수 방류 소식이 반갑지 않습니다.
경제 상황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아 가게 운영이 어려운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까지 이어지면서 수산물을 취급하는 일식집과 횟집 등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졌습니다.
오염수 방류 이후 손님이 줄어들 것을 예상한 일부 자영업자들은 23일부터 수산물도매시장을 찾아 물건을 미리 사두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로 불안함을 느끼는 것은 비단 식당만이 아닙니다. 시민들 역시 오염수 방출 이후 해산물을 섭취하는 것에 대해 불안과 우려가 큽니다.
오염수 방출 걱정 태산…일부 '시기상조' 반응도
30대 주부 박모(34)씨는 "현 정부 덕분에 생선은 다 먹었다고 본다"면서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결정할까 봐 불안, 걱정했던 것이지 방류한다면 해산물은 입도 안 댈 텐데 불안, 걱정할 필요가 뭐가 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미래의 우리 아이들은 생선 반찬은 모르고 살 것"이라며 "윤정부가 나라를 망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시민 이모(31)씨는 "매일 표본검사를 한다고 한들 그걸 믿을 수 있는 국민이 얼마나 될지 싶다"며 "앞으로 굳이 횟집에 방문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울러 "오염수 방류에도 우리 해산물은 안전하다고 홍보하고, 수산물 소비 촉진을 위해 수백억원을 사용할 게 아니다"며 "주변국으로서 오염수 방류를 적극 저지했어야 하는 게 맞는 조치라 본다"고 지적했습니다.
성남에서 생선가게를 하다 지난 6월 폐업한 이모(62)씨는 "폐업을 고민할 당시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해 이야기들이 많이 들렸고, 실제로 장사에 여파도 있었다"면서 "언제까지 장사해야 하지 고민하던 차에 오염수 얘기가 들려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만뒀는데, 상황을 보니 잘 그만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이제 방출을 시작했을 뿐인데 걱정부터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반응도 있습니다.
김모(29)씨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출한다고 해도 당장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는데 왜 벌써부터 해산물을 먹으면 죽을 것처럼 말하는지 모르겠다"며 "예전 광우병 때도 먹으면 죽는다면서 촛불집회며 다 했는데, 결국 선동이었다는 것이 드러났었다"고 말했습니다.
70대 전모씨도 "바다에 방사능 방류하는 할 거라는 것을 모르진 않았기 때문에 새삼스러울 건 없고, 일본이 문제가 될 만큼 많은 양을 방출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윤 대통령이 시민들이 불안해하는 부분을 무시하지 않고, 잘 설명해 설득해 나가면 더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24일 경기도 수원시 광교 한 일식집에서 서비스로 제공된 초밥. (사진=독자제공)
수원=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