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철근 누락’ 사태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매년 반복되는 부실공사를 막기 위해서 지자체·LH 등 인허가권자와 발주자의 책임이 대폭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뿌리 깊은 ‘전관 특혜’를 차단할 대통령 직속 위원회도 제안했습니다.
경실련은 21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안전한 대한민국 만들기 시민제안 기자회견’을 열고 “민간 건축물에 대한 인허가권자와 공공발주자는 가장 큰 권한을 갖지만, 대형 붕괴사고에 대해 어떤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이제부터 건설사업에 있어 권한만큼 책임도 지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를 위해 모든 지자체에 지역건축센터 설립을 의무화해 민간 건축물을 상시 관리·감독할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민간 건축물을 관리·감독할 능력이 없다면, 지자체의 인허가권을 박탈시켜야 한다는 게 경실련 입장입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21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안전한 대한민국 만들기 시민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안창현 기자)
또 공사 허가권자가 직접 감리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감리업무와 관련한 모든 정보를 허가권자에게 제출해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설계와 감리계약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적정한 비용이 산정돼 있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비용 및 감리대가도 지출자료 공개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설계사와 시공사, 감리사 등 건설사업 주체들에 대해서는 △원청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현행 70억원 미만의 직접시공제 대상 공사를 모든 공사로 확대 적용하면서 △인허가 시 하도급을 포함한 설계 계약서류 및 대가 지급자료 제출을 의무화하고 △외국인 불법고용을 근절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분양계약 시 설계도면, 공사비내역서 등을 계약 서류로 첨부하고 △감리보고서 등 공사수행 관련 정보를 수시 공개해서 수분양자·공공임차인인 비용부담 주체들이 감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이 정기적으로 시공현장을 출입할 수 있는 권리 또한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관피아 근절 위한 제도개선 시급”
경실련은 지난 4월 LH 인천검단 붕괴사고 원인이 부실시공뿐 아니라, 설계와 감리용역을 과점하도록 한 LH 전관 특혜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이에 경쟁의 공정성을 해치는 전관 영업업체는 출신 발주기관에 대한 입찰 참가를 원칙적으로 배제시켜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아울러 대통령 직속으로 ‘전관 특혜 근절 특별위원회’ 상설화가 불가피하다고 봤습니다. 신영철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은 “전관 특혜는 공직사회의 의례적 문화처럼 자리 잡은 지 오래”라며 “관피아 근절을 위한 공작자윤리법 등 제도개선 논의와 상시적 감시를 위한 특별위원회가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LH는 지난달 31일 이후 체결된 전관 업체와의 용역계약 11건(648억원 규모)을 취소하기로 했습니다. 입찰이나 심사 절차가 진행 중인 설계·감리 용역 23건에 대해서는 후속 절차를 전면 중단합니다. 국토부는 LH 퇴직자와 전관 업체 전수조사 이후 10월 중 ‘건설분야 이권 카르텔 혁신방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입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