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다음 달 초 대규모 의약품 약가인하가 단행되면서 제약사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내달 5일 자로 기등재 약제 상한금액 재평가에 따라 7676개 품목의 가격 인하가 이뤄집니다. 2020년 8월1일 기준 '약제급여목록 및 급여상한금액표'에 등재된 제품 가운데 기준요건인 생물학적동등성시험과 등록된 원료의약품 사용(DMF) 등을 충족하지 못하는 의약품에 대해 진행되는 것인데요. 사용량 연동약가 인하 대상인 품목 136개의 약가도 같은 날 인하됩니다.
제약사들은 약가인하가 적용되면서 발생하는 손실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상당수의 제약사들은 비용 대비 수익이 예상되는 일부 품목은 제조원 변경을 통해 약가를 방어하는 '자사전환' 방식을 진행했는데요. 매출이 적거나 자사 생산이 불가능한 품목의 경우 자사전환이 어려워 약가 인하 대상이 됐습니다. 또 위탁 제네릭을 많이 보유한 중견·중소 제약사들의 경우 약가인하에 따른 손실이 더욱 큰 상황입니다.
업계에서는 약가인하가 연구개발(R&D) 위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입장인데요.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네릭은 중소제약사 대부분의 캐시카우인 경우가 많은데 약가가 깎이면 신약개발을 위한 투자 여력 자체를 잃을 수밖에 없고, 약가 인하가 반복되면 산업 전반에 대한 성장 동력이 침체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손실 규모를 메우기 위해선 향후 적극적인 영업 마케팅이 불가피한 상황인데, 각 업체는 거래처 확대 등 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정부는 약가인하를 통해 재정 절감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은 134개 품목 약가를 인하해 연간 약 281억원의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예상했는데요. 업계에서는 약가 인하 기전이 너무 많고, 신약 개발 경쟁력 악화를 막기 위해 약가 인하 유예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약가인하 관련 제도로는 사용량 약가 연동제를 포함해 실거래가 약가인하, 특허 만료 오리지널 약가 인하, 급여범위 확대시 사전 인하 등이 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약가가 국내에서 너무 깎이다보니 해외 진출 시 불리해 아예 해외 직진출로 선회하는 기업들도 많다"면서 "재정 절감도 중요하지만 업체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이 이뤄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