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페이스북 트윗터
서초구 교사 유족, 순직 신청…"업무 스트레스 극심"
유족 대리인 문유진 변호사 "고인, '연필 사건'으로 두려움 느껴"
입력 : 2023-08-31 오후 3:59:11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교사의 유족이 고인의 순직 처리를 해달라고 청구했습니다. 고인이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데다 사망 장소도 교실이었던 만큼 공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경찰이 학부모 범죄 확인 못했다지만…"고인, 학부모 민원에 안절부절"
 
유족 대리인인 법무법인 판심의 문유진 변호사는 31일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을 방문해 '순직 유족 급여 청구서'를 접수했습니다.
 
그는 "고인이 맡은 문제 학생 지도와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업무의 경우 일반 교사가 홀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나 있었다"며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극한에 이른 순간 이른바 '연필 사건'까지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학부모의 민원과 항의가 지속되자 24살의 사회 2년 차인 고인이 이를 감당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연필 사건'은 지난달 고인이 담임을 맡았던 학급에서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그은 일입니다. 고인이 숨진 채 발견되자 '연필 사건'과 관련한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연필 사건' 가해 학생의 학부모가 경찰공무원과 검찰공무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아직까지 학부모의 폭언·갑질 등과 같은 범죄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입장입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28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까지 학부모들의 범죄 정황은 발견된 것이 없다"면서 "갑질과 관련한 특별한 내용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문 변호사는 "고인이 '연필 사건'으로 느낀 두려움은 개인용 휴대전화로 오는 학부모의 민원에 '소름 끼친다'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안절부절못했던 행동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며 "그 결과 고인은 '연필 사건' 발생일로부터 불과 5일이 지난 지난달 17일 오후 9시쯤 퇴근도 하지 못한 채 자신이 학생들을 가르치던 교실에서 사망하기에 이르렀다"고 항변했습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교사의 유족 대리인인 법무법인 판심의 문유진 변호사가 31일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을 방문해 고인에 대한 '순직 유족 급여 청구서'를 접수했다.(사진 = 장성환 기자)
 
"개인 사정 있었다면 사망 장소 교실 택하지 않았을 것"
 
특히 그는 '경찰 수사'와 '순직 인정'이 다른 절차라고 강조했습니다. '경찰 수사'는 학부모를 포함해 고인 주변 관련인의 범죄 혐의 여부를 찾는 '형사적 절차'이고, '순직 인정'은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정상적인 인식 능력을 떨어뜨려 자해 행위에 이르게 됐을 때 인정받을 수 있는 '행정적 절차'라는 겁니다.
 
문 변호사는 "고인의 순직 인정 여부와 학부모 범죄 혐의에 대한 인정이 필연적 관계에 있는 건 아니다"라며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다면 사망 장소로 굳이 교실을 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번 사건이 순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나는 누구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는 문서가 있어야만 순직으로 인정한다는 뜻"이라면서 "고인의 순직 인정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 순직을 신청하는 이유에 대해 "폭언이나 괴롭힘처럼 형사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아도 고인에 대한 민원 괴롭힘이 인정되면 공무상 재해로 사망했다는 점도 인정돼 순직 역시 인정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접수된 순직 신청은 교육당국 의견서를 첨부해 공무원연금공단으로 넘겨집니다. 국공립 교원이 공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인 순직으로 인정받으려면 인사혁신처가 주관하는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에서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현행법에 따라 교사 등 공무원이 공무상 질병이나 부상으로 재직 또는 퇴직 후 3년 이내에 사망했다고 인정받으면 유족에게 전체 기준소득월액 평균액의 24배의 보상금이 지급됩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교사의 유족 대리인인 법무법인 판심의 문유진 변호사가 31일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을 방문해 고인에 대한 '순직 유족 급여 청구서'를 접수했다.(사진 = 장성환 기자)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장성환 기자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