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SK그룹 창업주 최종건가 후계인 최성환 사장이 SK네트웍스에서 지배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SK 주식을 팔아 SK네트웍스 주식을 사 모으더니 주식가치 불리기에 팔을 걷었습니다. SK네트웍스 자회사 SK렌터카 상장폐지 작업이 대표적으로, 모회사 성장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립니다. 이번 상폐를 위한 100% 자회사 지분 모집엔 모회사의 12.5%나 되는 자사주가 쓰이게 돼 눈길을 끕니다.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은 자회사 주식이 교환 대상인데 규모가 클 경우 소위 의결권 부활 논란을 자초할 수 있습니다.
SK네트웍스 주식 차곡차곡 장내 매수
30일 SK네트웍스 등에 따르면 최 사장이 지난 6월에 이어 이달에도 수차례 주식을 장내매수했습니다. 지난 23일부터 3일간 매수해 최종 지분은 3.01%가 됐습니다. 최 사장은 SK 보유 주식을 팔면서 SK네트웍스 주식을 늘려왔습니다. 지난 7월26일부터 3일간은 SK 보유 주식 2만1354주를 장내매도했습니다. 최 사장이 직접 경영하는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통상 지분을 매수할 때는 주식 저평가가 유리하지만 최근 자회사인 SK렌터카 상장폐지 작업에 나서 분기점이 도래했습니다. 앞서 물적분할에 따른 중복상장 이슈로 개인주주들이 모회사 주가 하락을 걱정하며 반발했던 것과 달리 자회사가 상폐되면 모회사에 주식 투자 수요가 쏠립니다. 최 사장이 모은 주식을 본격적으로 불리기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번 구조 개편엔 자사주가 활용됩니다. 회사는 자사주를 활용해 공개매수 비용을 아낄 수 있지만 기존 모회사 개인주주는 희석지분이 늘어날 염려가 있습니다. 자사주는 소각해야 주식 수가 줄어 주식가치 제고를 위한 취득 목적에 부합합니다. 하지만 자사주 교환으로 의결권 부활이 이뤄지면 거꾸로 부담입니다. 주식교환계약 승인 안건은 오는 12월14일 SK렌터카 임시주주총회에 오릅니다.
구체적으로 SK네트웍스는 SK렌터카 상폐를 위해 지분 100%를 확보해야 합니다. 이를 위한 공개매수를 진행 중입니다. 모회사는 자회사 지분 72.95%를 보유 중으로 나머지 자사주를 제외한 23.08%를 전부 매수하기로 했습니다. 공개매수기간은 21일부터 9월11일까지입니다. 매수가격은 주당 1만3500원입니다. 공개매수 결의한 8월17일 이후 18일부터 21일까지 매매거래 정지됐다가 29일 종가는 1만3420원을 찍었습니다. 공개매수가엔 이사회 결의일 전 최장 3개월동안 거래량 가중산술평균주가의 25.7% 할증 등이 붙었으나 시가가 거리를 좁혔습니다.
SK네트웍스 자사주 부활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은 주주는 12월 주총안이 통과될 경우 주식교환 대상이 됩니다. 이 때 SK네트웍스는 교환주식으로 자사주를 교부합니다. 교환 대상주주에게 이전될 수 있는 자사주 총수 한도는 최대 2094만3656주입니다. SK네트웍스가 반기말 보유한 자사주 총수는 보통주 2962만7598주입니다. 지분으론 12.5% 수준입니다. 만일 공개매수가 적으면 현 자사주 중 최대 70.6%가 주식교환을 통해 의결권 지분으로 바뀝니다. 해당 주식교환 한도 범위 자사주 지분은 전체 발행주식 8.8%로 적지 않습니다.
SK네트웍스와 SK렌터카 주식교환 비율은 1.9188319 대 1로 정해졌습니다. SK렌터카 주식 1주로 SK네트웍스 주식을 거의 2주 모을 수 있습니다. 주식 이전은 교환일 SK렌터카 주주가 소유하고 있는 주식 수에 교환비율을 곱해 이뤄집니다. 주식교환일은 2024년 1월16일 0시로 정해졌습니다. SK렌터카가 주식교환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를 여는 반면 SK네트웍스는 상법에 의해 12월14일 이사회 결의로 갈음합니다.
현재 7000원을 넘는 SK네트웍스 주식을 2주 확보하면 1만4000원을 넘게 돼 SK렌터카 주식 공개매수가인 13500원을 넘게 됩니다. 물론 주식교환을 기다리면 SK네트웍스 주가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감수해야 합니다. 공개매수는 장외거래로 양도차익에 따른 법인세 또는 소득세가 과세될 수 있는데 소액주주 개인은 2018년부터 적용된 개정 소득세법에 따라 주식교환에 따른 양도차익 또는 주식교환을 반대하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시 양도차익에 대해 소득세가 면제될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교환주식이 많아지면 모회사 주주에겐 부담입니다.
이에 대해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주식교환으로 인해 SK네트웍스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희석될 여지는 있지만 중복상장 문제가 해소돼 SK네트웍스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따라서 SK렌터카 상장폐지를 통해 SK네트웍스 기존 주주를 포함한 모든 투자자들의 가치가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주주인 최 사장의 경우 지분희석은 마찬가지이나 회사 자금 낭비를 줄여 장기적으로 보유 주식가치를 높일 수 있습니다. SK네트웍스는 이번 상폐 목적에 대해 완전자회사 편입 후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회사는 휴대폰 중심의 정보통신 유통사업, 글로벌 트레이딩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또 렌터카, 자동차 경정비 등 카비즈, 주방가전 및 환경가전 렌탈 사업 등 성장사업을 육성 중입니다. 워커힐 호텔도 운영합니다. 최근 제주도 내 전기차 전용 단지를 구축하는 투자도 관심입니다. 투자는 지난 2021년 6월14일부터 시작해 올해 6월30일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내년 9월30일로 연기됐습니다.
대주주의 리스크도 있습니다. SK렌터카는 부채비율이 높아 이자비용이 늘어나는 추세며 리스업을 허가받은 여신전문업체들의 오토리스 사업 진출로 경쟁 심화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SK렌터카의 부채비율은 반기말 573.56%로 SK그룹 내 상장사를 비롯해 동종 업계 1위 롯데렌탈(408.04%)보다 높습니다. 현금흐름상 상반기 지출한 이자비용은 426억원으로 전년 동기 244억원에 비해 2배 정도 불었습니다. 2021년 2년물 무보증사채 연이자율이 1%대였는데 지난해 하반기 발행한 2년물이 6%까지 뛰는 등 부채부담이 커졌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최종건 창업주 후손이 맡은 SK디스커버리(최창원)나 SK네트웍스 등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부친인 최신원 전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 사법 이슈에 묶인 만큼 아들인 최 사장이 명맥을 이어가려는 모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