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강제추행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민중미술가 임옥상 씨의 작품들이 철거되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시립시설 내에 설치된 임씨의 조형물 5점을 철거한 데 이어, 전태일재단도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에 임 씨가 제작한 전태일 동상 존폐 여부를 논의 중입니다. 전태일재단은 시민 참여로 제작된 조형물인 만큼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치겠다는 입장입니다.
조형물 철거 놓고 갈등
서울시가 일본군 위안부 추모공원 ‘기억의 터’에서 조형물을 일방적으로 철거하자 여성·시민단체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조형물 제작에 수많은 시민이 참여했는데, 향후 계획이나 협의도 없이 성급히 철거가 이뤄졌다는 겁니다.
5일 오전 서울 남산 기억의 터에 설치된 임옥상 화백의 '세상의 배꼽'이 철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태일 동상도 임옥상 씨가 제작했습니다. 재단에 따르면 ‘전태일 동상 존치·교체 숙의위원회’는 12일 회의를 열고 전태일 동상 존폐에 대한 각 분야 의견을 수렴할 예정입니다.
재단은 지난달 말 노동계와 문화·예술·종교계 인사 11명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관련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전태일 동상이 2005년 청계천 복원 당시 노동자와 시민들 모금으로 제작됐기에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박승렬 위원장(4·16연대 공동대표)은 “전태일 동상 존치나 교체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며 “지난 4일 이미 한 차례 회의를 열었고 두세 차례 더 논의 과정을 거쳐 동상의 존치·교체 여부와 후속 조치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조형물 철거, 논의과정 없어”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기억의터 건립추진위원회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서울시가 지난 5일 ‘기억의 터’에 설치된 임씨의 작품들을 일방적으로 철거했다고 반발했습니다. 철거된 임씨의 작품 ‘대지의 눈’과 ‘세상의 배꼽’ 제작에는 수많은 기억의터 추진위원과 여성작가들이 참여했고, 시민 1만9755명도 모금에 동참했다는 겁니다.
기억의터 건립추진위는 서울시와 조형물을 철거하되 기억의터 의미를 이어갈 수 있는 대안을 협의하는 중에 일방적으로 작품이 철거됐다는 입장입니다.
정의연 측은 “성추행 가해자의 작품 철거와 공공지원 배제 검토를 환영한다”면서도 “작품을 철거한다는 명분으로 일본군 위안부 역사를 지우려고 하는 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충분한 논의 과정 없이 다급하게 작품들을 철거하겠다는 서울시의 의도를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정말 서울시가 성추행 가해자의 작품을 공공장소에 설치하는 것에 반대하기 때문에 기억의 터 작품을 철거하겠다면, 기억의 터 공간을 어떻게 재조성할 것인지 로드맵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