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이다.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 "오펜하이머는 자기 이야기가 영화로 나와서 얼마나 좋았을까"
지난 2011년 하하는 MBC '무한도전' '정총무가 쏜다' 특집에서 '핵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평전을 읽고 독후감을 공개했는데요. 오펜하이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핵무기 개발을 위해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물리학자입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하하는 평전임에도 불구하고 인물의 내용이나 감정이 아닌 대학 등 외적인 요소에 대해 '얼마나 좋았을까'만 붙이며 감평을 끝내 밈(meme)이 됐죠. 특히나 이런 부분들이 웃음포인트로 끝없이 회자되자, 하하는 이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가 개봉되자 홍보대사를 맡게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펜하이머, 하하의 말처럼 정말로 좋았을까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랜 팬으로서, 저는 오펜하이머 영화가 개봉하자마자 영화관에 다녀왔는데요. 놀란 감독의 시선으로 바라본 오펜하이머는 자신의 재능으로 인해 끝없이 고통받았던 인물이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을 끝낼 구국의 영웅이자 연이어 일어날 핵무기 개발의 서문을 연 죽음의 신이었죠.
영화 속에서 오펜하이머는 끊임 없이 고민합니다. 핵폭탄 만들 방법을 알아버린 오펜하이머는 이 기술이 '어떠한 미래'를 불러올 것임을 아인슈타인과의 대화를 통해 확증받게 됐는데요. 그렇다고 폭탄을 만들지 않는다면, 그리고 해당 이론을 독일의 나치나 소련이 먼저 알게 된다면, 자신이 속해있는 미국 등 나라들이 고통받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폭탄을 만든다면 세계는 핵무기 전쟁에 휩싸이게 될 것이고요.
이 복잡한 오펜하이머의 고뇌는 놀란 감독이 제시하는 촘촘하고 뒤섞인 플롯으로 관객에게 전달됩니다. 놀란 감독은 과거는 흑백화면, 현재는 컬러화면를 통해 3시간 동안 켜켜이 쌓인 서사를 분명하게 정리해내는데요.
덕분의 과거의 선택이 어떻게 현재의 오펜하이머의 처지와 연결되는지, 그리고 노인이 돼 과거를 돌이켜 보게 되는 오펜하이머의 심정이 어떤지 담담하고 절절하게 서술됩니다. 가령 '센 무기를 가져야 적들이 넘보지 못해 전쟁이 끝난다'라고 믿었던 과거의 오펜하이머는 노인이 돼 그 선택을 돌이켜 보게 됩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라고요.
이를 본 관객들의 반응은 예상대로 극명하게 나뉩니다. 맞습니다. 오펜하이머는 그 당시 추가적으로 더 일어날 수 있었던 인명피해를 종식시킨 구국의 영웅입니다. 또한 그의 결정 덕분에 전 세계가 핵무기 개발에 집중하게 되는 죽음의 서막에 들어서게 되죠. 다만 이렇게 해석은 다를 지라도 놀란 감독의 영화를 보면 오펜하이머의 선택은 얼추 이해가 되는데요.
그래서 저는, 그리고 관객들은 이정도는 동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펜하이머는 얼마나 좋았을까?' 라는 질문에 "그는 끝없이 고통 받은 학자"일 것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