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의 연고지가 '전주'에서 '부산'으로 바뀌었습니다. 한국 프로농구 리그(KBL)에서 우승을 5번이나 차지한 팀이 갑작스럽게 연고지를 이전한 것이어서 꽤 충격적입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프로농구의 연고지 이전이 그렇게 생소한 일도 아닙니다. 프로농구팀 가운데 출범 이래 지금까지 처음 연고지를 지키고 있는 팀은 총 10개팀 가운데 3개팀에 불과합니다. 무려 7개팀이 26년 동안 연고지를 옮긴 겁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KBL에서 '제29기 제3차 KBL 이사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전주 KCC 이지스의 연고지 이전에 대한 안건을 논의했다. (사진=뉴시스)
한국의 대표적 인기 스포츠인 한국 프로야구의 경우 40년이 역사 가운데 연고지 이전 사례는 단 2차례뿐입니다. 두산베어스가 대전에서 서울로, 현대유니콘스가 인천에서 수원으로 연고지를 이동했습니다. 이후 한국 프로야구에서 연고지 이전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연고지 이전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구단주의 의중, 좋은 성적에도 늘지 않는 관중, 지자체의 지원 부족 등이 있습니다. 이번 KCC의 연고지 이전은 이 중 지자체의 지원 부족이 핵심 이유입니다. 2001년 대전 현대를 인수하면서 전주로 건너간 KCC는 창단 22년 만에 전주를 떠나게 됐는데요. 호남의 유일한 프로농구팀으로서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팬들의 사랑에도 KCC가 연고지 이전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새 체육관 건립 문제로 발생한 구단과 지자체의 감정싸움 때문입니다. KCC는 전주시가 약속을 이행할 의지가 없었다는 입장이고, 전주시는 KCC가 협의 도중 일방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누구의 책임인지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요. 여론은 전주시의 책임이 더 크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2001년부터 홈구장으로 쓰던 전주실내체육관(1973년 완공)이 너무 낡아 안전 문제(C등급) 등이 불거지면서 KCC는 이전에도 연고지 이전을 추진했습니다. 그때마다 전주시는 새 체육관을 지어주겠다고 약속하면서 위기를 넘겼습니다. 하지만 새 체육관을 짓는 공사는 지지부진했습니다. 지자체 시장 교체에도 체육관 건립 문제가 명쾌하게 풀리지 않으면서 결국 연고지 이전이란 파국을 맞았습니다.
핵심은 KCC에 대한 지자체의 지원 부족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프로농구를 단순히 경기장에서만 열리는 스포츠라고 치부하지 말고 공공재적으로 접근한다면 훨씬 적극적인 정책이 나올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지자체가 시민들의 건전한 여가 선용과 지역 경제 활성화 등 공익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시민들의 크나큰 자부심이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명문 뉴욕 양키스는 홈구장인 양키스타디움을 새로 지으면서 부지를 공짜로 제공받았습니다. 또 뉴욕 양키스는 뉴욕시에 40년 동안 연간 10달러, 총 400달러라는 상징적 이용료만 내고 있습니다. 뉴욕시가 이러한 결단을 하게 된 배경에는 단순히 시의 재정이라는 산수적 계산이 아니라 스포츠 산업이 가지는 지역경제와 지역민에 대한 문화 서비스를 감안한 겁니다.
지자체가 열린 마음으로 스포츠 팀에 대한 지원을 늘린다면 한국 스포츠는 한 단계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자체의 홍보 수잔으로 스포츠를 이용하지 않길 바랍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