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금융감독원이 지난 2020년부터 최근까지 적발한 불법 공매도 위반자 중 85%가 외국인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금감원은 착오나 과실로 인한 위반에도 과징금을 조치에 나서고 있는데요. 집중조사 및 엄정조치에도 공매도 위반은 계속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7일 금감원은 외국계 증권사 준법감시인들과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습니다. 금감원에선 김정태 공시조사 부원장보, 이승우 조사2국장, 김진석 금융투자검사국장이 참석했고 업계에선 외국계 증권사(23사) 준법감시인, 금융투자협회 등이 참석했습니다.
공매도 위반자수는 꾸준히 증가세입니다. 2020년 4명, 2021년 14명, 2022년 28명으로 2년 동안 7배가 증가했습니다. 올해는 8월 기준 27명입니다. 이중 외국인 공매도 위반자가 대부분입니다. 2020년과 2021년은 모두 외국인이었고 지난해엔 25명, 올해 8월까지는 19명입니다. 지난 3년 반 동안 총 73명의 공매도 위반 중 84.9%인 62명이 외국인으로 나타났습니다. 과태료·과징금의 경우 2020년 7억3000만원이었지만 올해는 8월까지 101억8000만원으로 14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금감원은 지난해 6월 공매도조사반을 신설하고 같은 해 8월 공매도조사팀으로 확대했습니다. 이후 불법 공매도에 대한 집중 모니터링 및 조사를 실시해 공매도 위반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엄정 조치에 나서고 있는데요. 지난 3월 38억7000만원, 21억8000만원 등 2건의 과징금을 시작으로 올해 총 87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습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김정태 금감원 공시조사 부원장보는 "그동안 금융감독당국과 업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매도 위반 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유사한 유형의 위반사례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며 "현재 상당수의 공매도 위반 사례가 착오나 과실에 기인한다"고 말했습니다.
주요 공매도 위반사례로 A사는 악재성 정보를 이용해 매매차익을 극대화할 목적으로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고의로 무차입 공매도한 것이 드러났습니다. 해당 사례는 현재 심의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고의적 불법 공매도의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과징금 부과와 함께 형사처벌도 가능합니다.
B사는 펀드 평가를 위해 무상증자로 받을 예정인 신주 자체를 시스템에 미리 입고 처리하고 매도 가능한 것으로 잘못 인식해 무차입 공매도를 했는데요. 이에 대해 과징금 38억7000만원이 부과됐습니다. C사는 자산운용사로부터 D펀드의 주식 매도주문 요청을 받았으나 계좌번호를 착호해 E펀드에서 매도주문을 제출한 결과 무차입 공매도를 했고 과징금 10억6000만원이 부과됐습니다. 착오나 오류에 의한 공매도 위반이어도 공매도 주문 금액을 기준으로 거액의 과징금이 부과되고 있습니다.
김 부원장보는 "제재 수단이 과태료에서 과징금으로 변경됨에 따라 착오나 과실로 인한 위반에 대해서도 제재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며 "현행 법률이 불법 공매도에 대해 엄격한 제재를 부과하고 있으며 공매도에 대한 일반적 인식이 부정적인 상황이란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금감원은 공매도 위반에 따르는 책임을 실무상의 착오나 국내 증권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을 이유로 회피할 수 없고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해선 시장참여자의 내부통제 강화가 가장 효율적인 대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공매도 주문 프로세스 정비 및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 관련 임직원 교육 등 공매도 위반 방지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금감원은 공매도 주문을 수탁하는 증권사에도 유의사항을 전달했습니다. 수탁증권사의 공매도 관련 규정 위반사례를 소개하며 공매도 및 차입 여부 등에 대한 소극적 확인 방식에 의존한 공매도 위반이 지속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금감원은 "전력자 등 위반 가능성이 높은 주문에 대해서 추가적인 확인절차를 이행하는 등 관련 내부통제 시스템을 점검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향후 조사·검사 과정에서도 증권사의 공매도 주문 수탁·처리 과정의 적정성에 대해서도 엄격히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증권사에 고객에게 공매도 제도를 이해시키고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증권업계에선 외국계 증권사 준법감시인들이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준법감시인 역할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반복되는 무차입 공매도 등 불법행위가 근절될 수 있도록 증권업계에서도 내부통제 강화 등 적극적 자정노력을 통해 시장참여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공매도 위반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국제 거래관행 및 규제 차이 등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의 이해도도 높일 필요가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습니다.
김 부원장보는 "공매도의 필요성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여려가지 논란이 있는 점을 잘 알고 있고 향후 공매도 재개 등과 관련해 금융감독당국도 많은 고민과 검토를 하고 있다"며 "공매도 재개 여부를 논의함에 앞서 우선 시장에서 불법 공매도가 근절돼야 하고 공매도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을 개선시키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앞으로도 불공정거래 등 자본시장 현안과 관련해 증권업계와 수시로 긴밀히 소통하고 적극 협력하면서 금융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유지하는데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금융감독원 (사진=뉴시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