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인터뷰)‘마스크걸’ 염혜란 “김경자, 극단적으로 편협한 인물”
“김경자 ‘모성애’로 해석하면 절대 안됐다…그 부분은 경계했다”
입력 : 2023-09-13 오전 7:00:22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7부작 시리즈 마스크걸’. 주인공 김모미31역 캐스팅이란 파격 라인업. 극중 주요 캐릭터 중 한 명은 주오남을 연기한 배우 안재홍의 놀라울 정도의 연기 변신. 그의 모습에 은퇴를 염두한 것이냐란 말이 나올 정도로 파격을 넘어선 파격의 모습이었습니다. 김모미를 연기한 3인의 배우, 신예 이한별, 걸그룹 애프터스쿨 출신 나나 그리고 레전드 여배우고현정까지. 모두가 파격이란 단어가 민망할 정도로 놀라운 연기와 이미지 변신을 완성시켰습니다. 하지만 이들 모두를 무색하게 만드는 단 한 사람으로 마스크걸의 염혜란을 꼽기에 주저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아들 주오남을 잃고 분노와 복수에 눈이 멀어 김모미를 죽이려 삶 전체를 받친 인물.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이코패스 혹은 소시오패스와는 다른 혜란패스란 신조어를 만들어 낼 정도였습니다. 눈을 뒤집어 까고 허연 흰자를 보인 채 거친 목포 사투리를 쏟아내는 이 여인. 김경자는 마스크걸을 통해 원작 웹툰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닌 현실에 등장했습니다. 배우 염혜란은 웹툰 속 김경자를 현실로 고스란히 이끌어 냈습니다. 그의 연기는 마법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배우 염혜란. 사진=넷플릭스
 
염혜란이 생각한 김경자’. 그에게 김경자는 분명 빌런이었습니다. 나쁜 사람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렇지 않기도 했습니다. 김경자는 그저 아들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엄마였습니다. 그러나 김모미로 인해 아들 주오남이 죽은 뒤 복수에 눈에 멀어 버린 괴물이 됐습니다. 진짜 괴물이 됐습니다. 하지만 본인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런데 본인이 스스로가 괴물이 됐다고 느꼈던 지점. 그 지점이 염혜란에겐 더 끔찍하게 다가왔었답니다. 한마디로 김경자는 배우로서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다층적인 캐릭터였습니다.
 
너무 파격적이었죠. 아들을 향한 삐뚤어진 모성애, 그 이면에 억척스럽고 강인한 생활력의 엄마. 그 두 가지가 공존해야 했죠. 근데 그런 엄마가 죽은 아들을 봤을 때 어떻게 무너질까. 복수의 감정으로 똘똘 뭉친 경자가 모미의 딸인 미모를 만났을 때의 감정은 어땠을까. 죽은 아들에게 듣고 싶었던 사랑스런 말을 아들을 죽인 모미의 딸에게서 듣게 되는 아이러니는 뭘까. 근데 그 아이가 자신의 손녀인 건 꿈에도 몰랐고. 정말 너무 끔찍하잖아요. 빌런이지만 빌런으로서 갖는 갈등에 많이 집중했어요.”
 
염혜란에게 김경자는 결국 단순한 빌런이었을까. 일단 빌런은 맞습니다. 그리고 빌런은 나쁜 사람입니다. 김경자는 빌런이기에 나쁜 사람입니다. 하지만 염혜란에게 김경자는 너무 연민이 생기게 만드는 인물이었습니다. 갈수록 측은지심이 생겨서 가슴이 아프고 마음이 아리는 느낌이었답니다. 도대체 김경자는 무엇 때문에 자신의 인생과 삶 전체를 김모미를 찾아 죽이는 일에 사용했을까. 아들의 복수를 위해서라지만 너무 극단적이었습니다. 그것도 모성애였을까. 염혜란의 의견입니다.
 
배우 염혜란. 사진=넷플릭스
 
저도 그랬고 감독님도 마찬가지였어요. 모든 걸 모성애로 해석하면 이 얘기 자체가 무너진다고. ‘모성애이니 다 용서할 수 있어. 이렇게 된다고. 결국 김경자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해석 했어야 했죠. 그는 그냥 자신만이 맞고 자신이 생각하고 자신이 보는 게 정답이라고 믿는 사람이었어요. 너무 편협한 인물이었죠. 그러니 극중에서 등장하는 모든 걸 자신의 잣대로 해석하고 바라봐요. 세대간의 갈등이나 차이 종교에 대한 지점까지. 아들을 위한 것이라면서 하느님을 찾고 그러면서 살인의 행위를 계획 하잖아요.”
 
눈치가 빠른 시청자들은 알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모르고 본 시청자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극중 김경자가 공(?)을 들이던 소녀 김미모. 김경자의 아들 주오남을 죽인 김모미가 낳은 딸입니다. 극중 김모미는 딱 한 번 남자와 관계를 맺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그 장면이 바로 주오남과의 관계이고, 그 관계를 통해 주오남을 죽입니다. 그리고 김모미는 성형 수술을 하고 새로운 김모미로 다시 태어납니다. 이 부분부터 나나가 김모미를 연기합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김경자와 김미모. 두 사람의 관계. 앞서 언급했지만 두 사람은 사실 친 할머니와 친 손녀의 관계입니다. 물론 극중 두 사람은 이 사실을 모릅니다.
 
결과적으로 김경자는 미모가 자신의 손녀인지 모르고 최후를 맞이 하잖아요. 근데 이런 아이디어도 냈었어요. 경자가 미모가 손녀인지 알 듯하게 얘기가 끝나면 어떨까. 그러면 더 비극적이지 않느냐 라고. 사실 극중에서 된장국 장면으로 오남이가 좋아하던 것이라면서 약간의 힌트를 좀 주려고 설정을 한 것도 있어요. 근데 경자 입장에서 미모가 자신의 손녀란 걸 알았다 한들 그걸 믿었을까요. 이미 경자의 분노는 선을 넘은 상태였잖아요. 절대 믿지도 않았을 것이고 믿으려 하지도 않았을 거에요.”
 
배우 염혜란. 사진=넷플릭스
 
염혜란은 젊은 시절의 모습부터 대략 70대의 모습까지를 혼자 연기했습니다. 반면 김모미는 이한별 나나 그리고 고현정 세 사람이 나눠서 했습니다. 어떤 부분에선 염혜란이 너무 불리했던 것도 있고, 반대로 굉장히 유리했던 것도 있습니다. 유리하고 불리한 것을 떠나서 가장 눈에 띈 것은 특수 분장까지 하면서 노년의 김경자를 연기한 염혜란의 소름끼치는 연기력 이었습니다. 혹시 염혜란도 배역을 나눠서 해보고 싶었던 속내는 없었을까 싶었습니다.
 
저도 사실 그랬으면 했었어요. 노년의 김경자는 다른 선배님께서 하셔도 되지 않을까 싶었죠. 제가 워낙 노안이지만 그래도 아직 40대 중반 밖에 안됐어요(웃음). 근데 제가 특수 분장을 하고 찍는 순간 이건 못하겠다싶었어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 육체적으로 너무 힘든 장면들이 많잖아요. 이 나이의 저도 죽을 맛이었는데 60~70대 선배님들이 했다면 어휴. 안되요. 진짜(웃음). 그리고 전 상대역인 모미가 각각 다른 사람으로 나오니 세 번의 색다른 재미가 있더라고요. 하하하.”
 
염혜란은 전라남도 여수 출신입니다. 그의 사투리 연기는 이미 정평이 나 있습니다. 이번 마스크걸에서도 사투리 연기는 빛을 발합니다. 하지만 좀 다르게 들립니다. 호남지역 사투리인 듯하면서도 뭔가 억양과 단어가 묘하게 이질감이 높았습니다. 흡사 호남 사투리와 제주도 사투리를 섞어 놓은 듯한 느낌이 강했습니다. 김경자의 억센 이미지와 정말 잘 어울리면서 특이하게 다가왔습니다.
 
배우 염혜란. 사진=넷플릭스
 
그걸 구분을 하시네요. 목포 사투리에요. 제가 여수 사람인데, 같은 전남 지역이라도 많이 다르더라고요. 어설프게 흉내 내면 진짜 목포 분들이 보고 흉 보실 것 같아서 목포 출신 스태프를 앉혀두고 마스터했어요(웃음). 차이를 좀 설명 드리자면 할머니를 여수쪽이라면 할매그런데 목포는 할마씨이렇게 표현해요. 그리고 대사 중에 욕이 이렇게 많았던 작품은 또 처음이었어요., 보신 분들이 우리 이모 같았다’ ‘우리 엄마 같았다라고 하셔서 너무 웃었죠.”
 
염혜란은 나이가 꽤 많아 보이는 노안배우로 데뷔 초기부터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의 출연작 대부분이 아줌마 역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실제로는 자신보다 10세 어린 안재홍을 아들로 둔 엄마로 등장했습니다. 분장의 힘도 있었지만 외모적으로 큰 이질감이 없었습니다. 염혜란은 박장대소를 하면서 노안으로는 여배우 중에 몇 손가락에 든다고 웃었습니다. 앞으로 선보일 다양한 색깔의 아줌마 캐릭터가 아직도 많다고 합니다.
 
배우 염혜란. 사진=넷플릭스
 
아줌마가 그냥 전형적으로만 그려내면 뻔하지만 사실 얼마나 다양해요. 전 아줌마를 40대의 여성으로만 한정시켜서 표현하고 그리는 게 너무 싫어요. 저만 할 수 있는 아줌마, 다양한 아줌마, 더 멋진 아줌마, 염혜란을 떠 올리면 반드시 생각나는 아줌마 캐릭터. 또는 굴곡 많은 사연을 가진 아줌마. 그런 인물들을 다양한 작품에서 꼭 만나고 싶어요. 물론 아줌마 전문으로만 절 한정 짓지는 말아주세요. 다른 인물도 아주 잘할 수 있습니다. 많이 써 주세요. 하하하.”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김재범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