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일단 제목이 ‘마스크걸’입니다. 주인공이 여성이고, 그 여성이 마스크를 쓰고 등장합니다. 마스크를 쓴 ‘그 여성’, 누군지 비밀이었습니다. 아니 사실 비밀은 아니었습니다. 동명의 웹툰이 원작인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여성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립니다. 이 여성은 후에 성형 수술을 통해 외모를 탈바꿈합니다. 그래서 주인공을 맡은 여배우가 한 명이 아닙니다. 다시 설명하자면 마스크를 쓴 포스터 속 여성, 이 여성이 누군지 비밀이었습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여성, 즉 성형 수술 이후 외모를 바꾼 주인공은 걸그룹 애프터스쿨 출신 나나가 맡았습니다. 그리고 ‘마스크걸’이 특이했던 것은 주인공을 3명의 여배우가 연기 했단 점입니다. 앞서 언급한 나나, 그리고 그 이후의 모습은 레전드 여배우 고현정이 맡았습니다. 그럼 나머지 한 명이 남습니다. 앞서 언급한 마스크를 쓴 여배우. 실질적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의 주인공. ‘김모미’를 연기한 3명의 여배우 중 한 명. 나나 그리고 고현정 그리고 그 한 명. 철저히 베일 속에 가려져 있던 이 여배우. ‘마스크걸’이 넷플릭스에 공개된 뒤 얼굴이 드러났습니다. 우선 모두가 놀랐습니다. 원작 웹툰을 본 마니아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원작 속 ‘못생긴 김모미’를 현실로 끄집어 낸 듯한 외모. 여배우에게 ‘못생겼다’란 표현을 하는 게 너무 무례하게 들릴 수 있고 당연히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여배우는 결코 그렇지 않았습니다. ‘못생긴 캐릭터’를 연기했을 뿐, 그의 연기는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습니다. 신인 여배우 이한별입니다.
배우 이한별. 사진=넷플릭스
이한별은 말 그대로 신데렐라입니다. 그는 연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연기를 하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20대가 거의 끝나갈 무렵쯤 이랍니다. 1992년생, 올해로 31세이니 몇 년 되지도 않았습니다. 학생들이 만드는 단편 영화 속 배우들을 모집하는 유명 영화 커뮤니티를 뒤지며 배우와 스태프 등 가리지 않고 경험을 했습니다. ‘마스크걸’ 합류는 오디션을 통했습니다. 무려 1000대의 1의 경쟁률이었답니다.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 중에 제일 큰 작품이 대학교의 졸업작품 정도였어요. 일반 분들이 아실 만한 작품은 전혀 없다고 봐야죠. 여기저기 프로필을 돌리며 준비를 하다가 한 광고 에이전시를 통해 연락을 받았어요. 일단 코로나 때문에 비대면으로 영상을 보냈는데, 그렇게 오디션이 진행되면서 한 참 뒤에 대면 오디션을 할 수 있었죠. 그때 감독님 미팅을 하는 데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다’라고 하셔서 전혀 기대를 안하고 편하게 했는데 됐다고 연락이 왔어요. 이게 꿈인가 싶었죠. 첫 비대면 오디션에서 출연 결정까지 4개월 정도 걸린 것 같아요.”
배우 이한별. 사진=넷플릭스
이한별이 연기한 ‘마스크걸’ 속 ‘김모미’. 이한별은 자신이 연기한 ‘김모미’를 ‘김모미A’라고 불렸습니다. 자신과 나나 그리고 고현정까지. 3인 1역의 파격 캐스팅 설정. 이한별은 ‘마스크걸’의 오프닝을 담당합니다. 실질적으로 이 시리즈의 전체 색깔과 사건의 시작을 알리는 아주 중요한 지점을 담당합니다. 특히 원작 속 설정과 마찬가지로 그는 극심한 외모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첫 데뷔작이 이른바 ‘못생긴’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게 여배우로선 속상할 법도 했습니다.
“’못생긴 여성’ 여성 캐릭터 연기라 속상한 마음? 생각도 못해봤어요(웃음). 제 생각에 모미는 못생겼다기 보단 그저 인정 받고 싶고 사랑 받고 싶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자신에게 호의를 보이는 사람에게 너무 쉽게 넘어가요. 그러다 상처를 받고. 굉장히 자존감도 낮지만 BJ를 하며 꿈을 놓지 않는 희망도 안고 살고. 너무 복잡한 인물이라 한 마디로 설명이 안되지만 안쓰러운 면도 강하면서 자신의 삶에 굉장히 충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촬영 현장에 들어가면 그런 지점들이 제 안에 들어오는 느낌이 들 정도였어요.”
'마스크걸' 스틸. 사진=넷플릭스
김모미를 얘기할 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첫 번째로 언급돼야 할 지점이 바로 ‘못생겼다’란 점입니다. 시리즈 첫 시작부터 모미의 엄마는 그런 외모를 지적하며 친딸을 비난합니다. 흡사 모미가 의붓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해할 수 없는 비난을 하는 엄마였습니다. 어긋난 모녀 관계, 사실 여기서부터 ‘마스크걸’의 모든 사건이 시작됐습니다. 엄마와 모미의 관계, 정말 이상할 정도로 어긋나 있었습니다. 도대체 왜 엄마는 그토록 자신의 친딸인 모미를 싫어했을까. 이한별의 해석은 이랬습니다.
“엄마가 모미에게 ‘못생겼다’고 말 하고 그 때문에 상처 받는 장면이 있어요. 거기부터 틈이 벌어진 게 아닐까 싶어요. 날 낳아준 엄마가 날 부정한 것이라 느꼈을 거에요. 내 모든 걸 사랑하는 게 아닌 것에 대한 배신감 같은 거죠. 그렇게 벌어진 모녀 관계가 봉합 되긴 힘들었을 듯해요. 그러니 함께 있으면 정말 괴로웠겠죠. 그러면서 서로가 점점 더 이해하기 힘들어졌고. 엄마가 모미를 미워했다가 아닌 감정의 골이 너무 깊어지면서 서로의 인생을 가게 된 것이 아닐까 싶어요.”
배우 이한별. 사진=넷플릭스
앞서 설명한 ‘못생긴 여자’란 설정에 대한 질문을 다시 했습니다. 극중 모미는 ‘못생긴 여자’로 시작해서 성형 수술을 한 뒤 예쁜 여자가 됩니다. 여성으로서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스토리도 있지만 이런 설정에 대해 어떤 생각이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마스크걸’이 공개된 뒤 온라인에는 이한별과 원작 속 ‘못생긴 김모미’와의 싱크로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태였습니다. 이한별에겐 솔직히 달가운 표현은 아닐 듯 싶었습니다.
“(웃음)캐스팅에서 원작 속 이미지와 싱크로율을 무시할 수는 없으셨을 거에요. 제 첫 촬영 첫 신이 복사기 앞에서 서 있는 모미의 모습이었는데, 그때 감독님이 원작 속 느낌을 살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셨어요. 화장과 분장을 반복하다가 모든 걸 지운 광대가 도드라진 맨 얼굴이 눈에 띄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약간의 메이크업을 하고 촬영에 들어갔는데 모든 스태프들이 ‘느낌 난다’고 좋아해 주셨어요. 그 뒤부터는 사실 ‘못생겼다’란 생각을 하는 게 아닌 즐거운 마음만 있었던 것 같아요.”
배우 이한별. 사진=넷플릭스
이한별은 ‘마스크걸’ 이전 단편영화 출연 경력이 있지만 주류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실질적으로 이른바 ‘무명’ 시절이 전혀 없이 ‘마스크걸’로 글로벌 스타로 주목을 받게 된 것입니다. 이한별은 ‘너무도 운이 좋았다’고 말합니다. 20대 후반에 연기를 하겠다고 마음 먹은 뒤 불과 몇 년 만에 ‘마스크걸’을 통해 데뷔를 하게 됐습니다. 이 작품을 소화할 때는 소속사도 없었지만 이제는 어엿한 소속사도 생겼습니다.
“우선 주변 친구들이 제가 연기하는 걸 처음 보는 거잖아요. 놀라는 친구들이 많고, 또 신기해 하는 친구도 많아요. 부모님은 시사회에서 봤는데 별다른 말씀은 없으셨다가 다음날 ‘고생했겠다’고 문자 남겨 주셨어요. 인기라면 SNS를 안하다가 요즘 다시 보는 데, 외국어로 쓰인 댓글들이 정말 많아서 번역해서 보곤 해요(웃음). 최근 한 조사에서 배우 브랜드 인지도 순위로 1위가 이정재 선배님, 2위가 고윤정씨 그리고 3위가 저로 나오던데, 뭐 그냥 너무 신기하기만 해요. 이제 시작이니 앞으로 정말 다양한 작품의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 보고 싶어요. 첫 시작이 너무 거창한데, 나나 고현정 두 대 선배님의 그늘 안에서 전 숟가락만 얹은 것뿐입니다. 천천히 배우 이한별로서 한 걸음 한걸음 나아가 볼게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