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언론사 입사 논술 시험을 준비할 때 단골 주제가 있습니다. ‘미중 패권 다툼 속 한국이 나아가야할 전략’ ‘3고 경제위기 대응방안’ 등 시의성 있는 주제도 있지만 '권력과 권위의 관계' ‘자유와 민주’ 등 고전 주제도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바로 “공직자의 도덕성과 능력 중 어느 것을 우선해야 하는가”입니다. 주로 선거 시즌에 등장하는 필수 준비 단골 문제입니다. 논리를 얼마나 잘 만드냐의 싸움이기 때문에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이 문제를 선거시즌이 아닌 지금 다시 평가해보면 어떨까요. 대체로 '공'직자라는 단어를 담은 만큼 도덕성이 중요하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때문에 글을 쓸 때도 도덕성을 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직자가 사익을 추구한다면 그건 무능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직자가 사익을 추구한다면 그 자체가 무능력하다고 평가 받아야하는 것 아닐까요? 도덕의 잣대가 아니라요. 요컨대 '도덕적이지만 능력 없는 인물'과 '부도덕하지만 능력 있는 인물'은 허상일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도덕성은 참 애매한 개념입니다. 누구 입장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죠. 어떤 이에게는 날 때부터 일탈하지 않을 수 있었던 환경이 도덕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일탈 가능성이 많은 환경 속에서 꿋꿋이 꽃을 피워낸 서사가 도덕이 되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선이 누군가에겐 악이 될 수도 있는 거죠. 도덕적 흠집잡기에 골몰하면 적격성 평가보다는 네거티브 위주의 논의가 되기 십상입니다.
핵심은 공직자는 대중의 리더라는 점입니다. 역사적으로 돌이켜봤을 때 리더는 단순히 인격적으로 훌륭한 인물은 아닙니다. 시각에 따라 평가가 갈리기도 하고요. 인격적으로 훌륭한 인물은 성인군자로 표현됩니다. 거기서부턴 종교의 영역입니다. 공직자나 정치인에게 도덕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순간 팬덤정치가 시작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내가 지지하는 인물이 도덕적으로 결함이 없다고 믿기 위해서 어떤 비판도 거부하게 됩니다.
리더가 능력을 평가받기 위해서는 과거 경험을 통해 검증받을 수밖에 없는데, 사익을 공익에 우선해 추구할 가능성 역시 이 경험적 근거로 추론할 수 있습니다. 성과가 괜찮았다면 그는 이미 공익적으로도 성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성과가 좋지 않았다면? 그 역도 성립할 겁니다. 만일 리더가 방향을 못 잡고 메시지 전달에 실패해 분열을 야기했다면? 그 역시 능력의 영역입니다. 도덕성이라고 생각되는 많은 영역은 사실 능력의 영역입니다. 그러니 부도덕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슬퍼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민심을 잃어온 과정 자체가 능력적 요소입니다.
(사진=픽사베이)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