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하반기 고금리 정기예금 만기가 도래할수록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증권사로의 연금 머니무브(대규모 자금 이동)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디폴트옵션 초저위험 상품 비율이 90% 달하는 은행·보험의 경우 수익률 측면에서 경쟁력이 뒤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조명훈 한국투자증권 연금솔루션부서장은 1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뉴스토마토>와 <토마토TV>가 공동 주최한 '2023 은퇴전략포럼' 강연자로 나서 "디폴트옵션은 은행권에서 증권사로 머니무브 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조 부서장은 "낮은 수익률의 예금 예치는 미래의 은퇴자금으로는 부족하다는 인식이 확대됨에 따라 적극적 투자 인식이 제고될 것"이라며 "증권사의 다양한 상품, 포트폴리오 구성 역량, 디폴트옵션 전용 상품 등으로 수익률을 차별화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디폴트옵션을 한국보다 조기 도입한 호주와 미국의 경우 퇴직연금 수익률이 한국의 3배 이상입니다. 퇴직연금 최근 10년 평균 수익률을 살펴보면 2020년 12월 기준 미국이 8.6%, 2021년 6월 기준 호주는 7.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한국은 원리금 보장에 편중돼 2021년 말 기준 2.7%(DC), 2.5%(IRP)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7월12일부터 본격 시행된 디폴트옵션은 현재 은행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업권별 디폴트옵션 운용 적립금 규모를 살펴보면 올해 2분기 기준 은행이 9925억원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어 증권(1034억원), 보험(80억원) 순입니다.
문제는 당초 퇴직연금의 수익률 제고를 위해 도입된 디폴트 옵션의 취지와 달리 은행상품 대부분이 원리금 보장 수준에 머물러있다는 점입니다. 조 부서장은 "은행·보험 업권은 초저위험에 빠져있다"며 "업권의 특성이 디폴트옵션 위험등급별 상품 비중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 상품 중 '초저위험'은 100% 정기예금으로 운용됩니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은행의 디폴트옵션 초저위험 상품 비율은 88.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험사 역시 90.5%에 달해 사실상 대부분의 퇴직연금이 정기예금으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증권사 초저위험상품 비율은 58%로 가장 낮았고, 저위험상품 16.7%, 중·고위험은 25.3%에 달해 가장 다양한 상품 비중을 보였습니다.
조 부서장은 증권사가 보다 다양한 상품군으로 높은 수익률을 실현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는 "디폴트옵션 상품은 TDF(타깃데이트펀드) 비중이 평균 76%인 반면 증권사는 BF(밸런스드펀드) 비중이 31%로 상대적으로 상품 구성의 다양성을 보인다"며 "투자에 강점을 가진 증권사들은 디폴트옵션 전용 신상품 출시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명훈 한국투자증권 연금솔루션부서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23 은퇴전략포럼'에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머니무브의 시작'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