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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용 실장 말대로 북한은 윤정부 임기 내 붕괴할까
(북중 접경지대 답사①)북한, 코로나19 중에도 고층건물 서고, 뙈기밭은 퇴조 중
입력 : 2023-10-04 오전 6:00:00
 
[단둥·옌지=뉴스토마토 황방열·한동인 기자]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지난달 24일 "북한 경제가 3년째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고 식량난이 심해져서 아사자까지 나오는 상황"이라며 "우리 정부가 끝나기 전에 북한이 더 버티기 어려운 시점도 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정부 임기 내에 북한이 붕괴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과연 북한은 어떤 상황일까요?
 
코로나19 발생 전인 지난 2018년 8월 북한 신의주시(위)와 그 이후인 2023년 9월 신의주시(아래)의 같은 장소. 주상복합건물로 알려진 빨간 동그라미 속 주황색 건물은 코로나19 기간 중에 최종 완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옆 빨간 네모 속 15층 이상 건물로 추정되는 건물(아파트) 3동도 눈에 띈다. (사진=뉴스토마토)
 
코로나 기간에 등장한 신의주의 고층 건물…농촌에도 문화주택 건축 중
 
<뉴스토마토>는 지난 9월 압록강과 두만강을 따라, 단둥(단동·丹東)에서 옌지(연길·延吉)까지 1334km에 달하는 북중접경지대를 답사했습니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단둥 건너 북한 제2의 도시인 신의주 강변의 고층건물들입니다.
 
꼭대기에 '일심단결'이라고 쓴 약 15층 높이 주황색 건물과 그 옆으로 같은 높이 아파트 건물 3동이 들어서 있습니다. 2020년 1월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는 볼 수 없는 광경입니다. 주상복합건물로 알려진 '일심단결' 건물은 코로나19 이전에 골조공사는 마친 상태였으나, 그 옆 3동 건물은 그때는 없었습니다.
 
거의 매년 북중접경지대를 답사하는 한 북중관계 전문가는 "이 건물들로 인해 신의주의 스카이라인이 바뀌었다"고 전합니다.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가운데가 끊긴 압록강 단교에서 바라보는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 강변 고층건물 격차가 이전과 많이 줄어들었다는 겁니다.
 
지난 9월 중국 지린성 장백현 조선족 자치현에서 바라본 북한 양강도 혜산시 경관.(사진=뉴스토마토)
 
중국 지린성 장백조선족자치현에서 좁은 압록강을 끼고 바로 붙어있는 양강도 혜산시는 신의주보다는 작지만 역시 대표적 국경도시입니다. 여기도 시 아래쪽에 새로운 건물들이 대거 들어섰습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까지는 없던 건물들이 들어섰는가 하면, 그때까지 짓고 있던 건물들이 최근 완공된 겁니다.
 
지난 9월 북한 양강도 압록강변 인근 문화주택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이들 도시를 비롯해 압록강변과 두만강변 곳곳에 이미 지은 '문화주택'과 한창 짓고 있는 문화주택들이 보입니다. 북한은 2010년대 중반부터 농촌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문화주택 꾸리기 사업’을 벌였고, 남한 연구자들과 언론들은 이를 '북한판 새마을 운동'이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주목되는 것은 코로나19 기간에도 이 운동이 지속됐다는 점입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2020년과 2021년에 계속 마이너스 성장이었지만 건설업은 2020년에 1.3%, 2021년 1.8%로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9월 중국 지린성 린장시에서 바라본 북한 양강도 혜산시 외곽의 건설 현장. 사진 속 빨간 깃발은 북한의 건설전문 조직인 돌격대가 동원된 것을 상징한다.(사진=뉴스토마토)
 
만성 경제난과 국제 제재에 코로나19 셀프봉쇄까지 겹치면서 공장가동 등 산업활동을 원활하게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노동집약적인 건설분야가 북한으로서는 만만한 분야입니다. 또 시멘트, 철근 원재료인 철광석 등 건설 원자재는 제재와 관계없이 자체 조달이 가능합니다. 북한의 시멘트 생산은 2019년 560만t, 2020년 568만t, 2021년 596만t(이상 한국은행 통계)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있고, 철광석도 2017년 574만t에서 2021년 265만t, 즉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지만 수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내수용으로만 사용됩니다.
 
지난 9월 중국 지린성 장백조선족자치현에서 바라본 북한 함경북도 김형직읍 인근의 뙈기밭.(사진=뉴스토마토)
 
뙈기밭 재조림화, "산이 산 같아졌다"…식량사정 개선 징표
 
뙈기밭(개인 텃밭이나 농장·기관·기업소의 부업지 중 소규모 밭)은 북한 식량난의 상징입니다. 1980년대 초 농촌에서 시작된 뙈기밭은 1980년대 중반 이후 국가배급체계가 약화됨으로써 활발해졌고, 1980년대 말에 단속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1990년 중후반 '고난의 행군'기에 당국 묵인하에 활성화되면서 2000년대 초반에는 등산 밧줄을 걸고 올라가야 할 것 같은 비탈면까지 뙈기밭을 만들었습니다. 일반 주민들뿐 아니라 뙈기밭을 단속해야 할 보위부원, 심지어 군당비서도 뙈기밭을 만들 정도로 확산됐다고 합니다.
 
이는 북한 환경파괴의 상징이 된 것은 물론이고, 조금만 비가 와도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는 원인이 됐습니다. 2015년 2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금은 나라의 산림이 황폐화 되는가 아니면 다시 추서는가(회복 되는가) 하는 갈림길에 놓여있다"며 "10년 내 산림녹화를 완성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후 북한은 전국적으로 산림 재산림화 사업에 나섰으나, 이곳 북중접경지대 즉,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 함경북도는 그 속도가 더디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이 지역이 북한의 최대 산악지대로 상대적으로 경제도 더 낙후하고 식량 사정도 나쁜 곳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9월 중국 지린성 린장시에서 바라본 북한 중강진의 청년림·소년단림 조성 모습.(사진=뉴스토마토)
 
그런데 코로나19를 거치는 가운데서도 이 지역들의 재조림화가 눈에 띄게 진행된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집중적으로 오와 열을 맞춰 나무를 심은 곳도 있었고, '청년림'과 '소년단림' 팻말을 붙인 지역도 보였습니다. 또 별도로 나무를 심지는 않았으나 더 이상 뙈기밭으로 사용하지 않으면서 관목들이 자라나는 곳도 많았습니다.
 
한 북한 경제 전문가는 "북중 접경지대까지 포함해 북한 전역에 걸쳐 뙈기밭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 분위기"라며 "대북제재와 코로나 국면에서 북한 당국이 뙈기밭을 재산림화하고, 북한 주민이 이를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식량 수급이 안정되었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분석합니다.
 
지난 9월 중국 지린성 지안시 외곽에서 바라 본 북한 만포시 인근의 조림 사업. 사진은 뙈기밭 일부가 인위적으로 조림화된 모습.(사진=뉴스토마토)
 
2019년 여름에 이어 4년 만에 다시 북중접경지대를 방문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나무 하나 없는 벌건 민둥산이 북한의 대표 이미지 중 하나인데, 최근에는 산이 산 같아져 가는 모습"이라면서 "일반 주택이나 군 관련 시설의 철조망, 나무울타리들도 낡고 낙후되기는 했어도, 그냥 방치돼있는 것보다는 전체적으로 정비되고 정돈된 모습이 많이 보이는 것이 인상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은 인구의 40%인 1천만 명이 영양실조 상태라고 평가(세계식량계획, 2020년)될 정도로 경제난이 심각하지만, 그것이 곧 붕괴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윤석열정부의 외교안보사령탑인 조태용 실장은 앞으로 불과 3년 반 내에도 북한이 붕괴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기대'를 밝히고 있으나, 북중 접경지대에서 본 북한의 모습은 이와는 차이가 컸습니다.
 
단둥·옌지=황방열·한동인 기자 hby@etomato.com
 
황방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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