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정부가 지역 내 학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주는 '교육자유특구' 도입 움직임을 보이자 교육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원래 목적과 달리 학교 간 서열화가 심화되거나 '교육자유특구' 내 학교와 일반 학교 간 양극화 현상만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교육자유특구', 지역이 맞춤형 혁신 방안 마련해 상향식 제안
3일 교육계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는 최근 지방을 살리기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로 '교육자유특구'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역에서 양질의 공교육을 받은 인재가 지역 대학에 진학한 뒤 해당 지역에서 취·창업해 정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는 취지입니다.
'교육자유특구'로 지정되면 중앙 정부·지방자치단체·지역 교육청·기업·대학·공공기관 등이 협력해 지역 공교육 발전을 위한 인재 양성 지원 체계를 갖추게 됩니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교육청이 지역 맞춤형 공교육 혁신 방안을 마련해 중앙 정부에 상향식으로 제안하면, 중앙 정부는 지역의 수요를 반영한 규제 완화와 행·재정적 지원을 할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유아 단계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돌봄 기능을 강화하고,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나뉜 유아 교육·보육 시스템을 하나로 합치는 '유보 통합'도 시범 실시합니다. 초·중·고교의 경우 각종 규제를 완화해 교과과정과 학생 선발 등에 대한 자율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대학은 '지역 인재 장학금'과 '지역 인재 전형' 확대로 학생 유출을 막고자 노력하게 됩니다.
교육부는 12월 시범 사업 공모를 시작해 내년부터 4~5개 지역을 '교육자유특구'로 시범 운영하고자 준비하고 있습니다.
교육 전문가들이 정부가 도입하고자 하는 '교육자유특구'에 우려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은 우동기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방시대 비전과 전략'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다른 일반고 피해 볼 수도…"특혜 받는 대신 대입에서는 불이익 필요"
교육 전문가들은 '교육자유특구'가 '학교 서열화·양극화 현상'만 초래할 수 있다고 걱정합니다. 각종 규제 완화로 경쟁력을 가지는 '교육자유특구' 내 학교가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외고)처럼 우수한 인재들을 선점해 '지역 명문고'로 발돋움하면서 '교육자유특구' 외 지역의 일반고만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겁니다.
아울러 이러한 '지역 명문고'가 지역의 인재들을 양성하는 게 아니라 좋은 사교육으로 입시에 철저히 훈련된 수도권 지역의 학생들만 대거 입학해 혜택받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소장은 "'교육자유특구' 내 학교에 학생 선발권을 주게 되면 수도권에서 입시에 철저히 대비한 학생들만 대거 입학하게 될 것"이라며 "이들은 결국 수도권의 좋은 대학에 입학한 뒤 수도권에서 취업해 살아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당초 정책 취지인 지역 인재 양성에는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와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교육자유특구' 내 학교 학생들이 교과과정 등에서 특혜를 받는 대신 대입에서는 불이익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견해도 존재합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자사고·외고·국제고 체제를 유지하면서 '교육자유특구'도 만들려면 다른 일반고 학생들에게 돌아올 이익이 필요하다"며 "'교육자유특구' 내 학교 학생들은 별도의 학교 체제 안에서 특별한 교육을 받는 대가로 대입에서는 손해를 보도록 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교육 전문가들이 정부가 도입하고자 하는 '교육자유특구'에 우려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은 특권 학교 폐지를 촉구하는 전국교육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4월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