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미국 달러 강세가 지속되자 고점 인식에 달러 예금이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반면 엔화는 투자수요가 늘면서 관련 예금도 늘어나는 모양새입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총 507조9600만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8월 말 552억900만달러에서 한 달 반 사이에만 44억1300만달러가 줄어들었습니다. 4대 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지난 6월 말 526억8400만달러에서 7월말 573억8800만 달러로 늘었지만 7월부터는 줄곧 감소 추세입니다. 달러가 너무 오르자 고점 부담이 커지고 차익실현에 나선 영향입니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10개월 만에 1350원대로 급등했습니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건 고금리 장기화 전망과 함께 상대적으로 미 경제도 호조세를 보이고 있어섭니다. 미국 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9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신규 고용은 34만명가량 늘어 시장 예상치보다 2배 높았습니다.
중동발 지정학적 위험 확대도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달러 강세를 지속시킬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지난 9일에는 국제유가가 약 4% 급등했습니다. 달러화는 강세를 보여 블룸버그 달러 현물 지수는 0.2% 상승했고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도 0.08%p 오른 4.80%를 나타냈습니다.
심혜진 하나은행 도곡PB센터 부장은 "달러 정기예금 금리가 원화 예금보다 1%p이상 높은 상황이지만 현재 1350원대 고평가된 환율은 다시 기존으로 회귀할 거란 전망이 크다"며 "금리 매력도 보다는 고평가된 환율로 인한 환차익 수요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엔화예금 잔액은 엔저현상 지속에도 불구하고 줄곧 늘고 있습니다. 지난 6일 기준 4대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총 9943억엔으로 집계됐는데요. 지난 8월말 9537억엔에서 406억엔 늘었습니다. 4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지난 6월말 8818억엔이었는데, 7월말 9379억엔을 기록한 후 계속 늘고 있습니다.
일본 중앙은행이 저금리 기조를 이어가면서 엔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는데요. 7월 말 100엔당 896.95원까지 떨어졌던 엔화는 지난달 18일 924.14원까지 올랐습니다. 하지만 최근 엔화가 다시 100엔당 900원을 밑돌면서 엔화 투자가 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엔화예금 증가는 투자수요와 환전수요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엔저현상이 지속되면서 저점에서 사서 차익을 누리려는 수요와 일본 여행을 대비한 환전 수요가 겹쳤기 때문입니다. 엔화 예금의 경우 이자가 높지 않고 환전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엔화 가치가 오를 때 환차익(비과세)을 얻을 수 있습니다. 엔화는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평가받고 있고, 추가 하락이 진행될 우려가 적기 때문에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어 엔화예금 수요는 당분간 꾸준히 증가할 전망입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달러의 경우 고점 인식에 추가 진입 매력이 떨어지는 데다 환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세가 있을 걸로 해석할 수 있다"며 "엔화의 경우 바닥이라는 심리가 겹치면서 여행, 투자 등 수요로 잔액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 (사진=뉴시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