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사모 전환사채(CB) 보유 규모가 큰 증권사에 대한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임직원의 사익 추구행위가 발견됐습니다. 해당 증권사 기업금융(IB)본부 임직원들은 직무상 정보를 이용해 CB에 투자하고 수십억원의 사적 이익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1일 금감원은 증권사 사모CB 기획검사 중간 검사결과(잠정)를 발표했습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3년간 사모CB 발행금액은 총 23조2000억원으로 발행규모가 확대되고 있는데요. 이와 함께 사모CB 인수 후 시세조종,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주가를 상승시키고 주식으로 전환해 부당이득을 획득하는 등 불공정거래기 지속 발생하는 중인데요. 금감원은 지난 6월 말 기준 40건의 사모CB 악용 불공정거래 조사사건을 발굴해 14건에 대한 조사를 완료했습니다.
금감원은 올해 중점 검사사항으로 사모CB 매매 ·중개 과정에서 증권사의 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해 선정한 바 있는데요. 사모CB 보유규모가 큰 증권사 A사에 대해선 지난 8월 16일부터 9월 22일까지 총 28영업일간 기획검사를 실시했습니다.
사적 이익 추구행위 등 자본시장의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 위규 혐의 여부를 점검한 결과, A증권사 임직원의 사익 추구행위 등이 발견(잠정)됐습니다. A증권사 IB본부 직원들은 상장사 CB 발행 관련 투자자 주선 및 A증권사 고유자금 투자 업무상 지득한 직무정보를 이용해 직원 본인·가족·지인 등이 업무대상 CB를 2차례 투자하고 수십억원 상당의 수익을 거두는 사익 추구 행위가 있었습니다.
A증권사 임직원, 직무정보 이융한 사적 CB 투자 통한 사익추구 내용 (자료=금융감독원)
IB본부 직원들은 B상장사의 CB 발행 주선 및 투자 업무를 2차례에 걸쳐 담당하면서 직원 본인·가족·지인 자금을 모집하고 가족·지인 명의로 조합(1차, 수십억원) 및 SPC(2차, 수십억원)에 자금을 납입한 후 B상장사 CB를 조합 및 SPC를 통해 취득, 처분한 결과 수십억원 상당 수익을 거뒀습니다.
또한 IB본부 직원들은 해당 CB에 A증권사 고유자금기 선순위로 투자되는 상황에서 직원 및 가족 등의 자금도 조합 ·SPC 형태로 후순위 투자되는 사실을 소속회사인 A증권사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금융투자회사 임직원은 직무상 알게된 정보 등을 정당한 이유없이 본인 또는 제삼자가 이용하게 해서는 안되는데요. 특히 증권사 IB부서는 사모CB의 발행, 유통 정보를 업무상 먼저 지득하고 발행조건 및 투자자 주선 등을 발행사와 논의하는 지위에 있습니다. 인수, 주선, 직접투자 등을 통해 발행사에 사업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은 물론, CB 발행사 주식에 투자하는 일반투자자의 이익도 고려해야 하는 책무를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검사 결과 확인된 사익추구 행위 등에 대해 법규 위반소지 검토 후 엄정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외에도 담보채권 취득·처분시 증권사의 우월적 지위를 활용하거나 발행사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에게 편익을 제공한 사례 등도 확인됐습니다.
A증권사는 CB 일부 종목을 발행사로부터 최초 취득하면서 발행사에게 CB 전액에 상당하는 채권을 담보로 제공하도록 했습니다. 담보채권의 취득은 A사 채권부서를 통해서만 이뤄졌으며 A사는 본인들이 보유하고 있던 채권도 담보채권으로 매각했습니다.
A사가 담보채권을 해제해 발행사가 신규사업 진출 ·운영자금 사용 등에 쓸 수 있도록 동의한 사례는 없었으며 CB 투자금액 회수 차원에서만 담보채권 해제를 동의했습니다.
상장사 C사는 특수관계자 갑이 최소자금으로 C사 발행 CB의 전환차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줄 것을 A증권사에 요청했습니다. 이에 A증권사는 C사 발행 CB를 취득한 후 이중 50% 상당 CB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장외파생상품(TRS) 계약을 갑과 맺었습니다.
해당 TRS 계약은 A증권사가 CB 관련해 개인과 맺은 유일한 TRS 거래였습니다. 거래상대방에 대한 신용평가도 수행되지 않았으며 장외파생상품 계약의 담보는 10% 상당 금액만 수취됐는데요. 주식 ·메자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여타 담보대출 또는 파생상품(CFD 등) 거래의 담보비율 대비 현저히 낮았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금융 과정에서 다른 사적 추구행위 개연성이 존재하는 만큼 A증권사에 대한 추가 검사를 통해 여타 위법행위 개연성을 집중 점검토록 하고, 자본시장 신뢰회복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강구토록 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금융감독원 (사진=뉴시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