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 급락한 코스피 지수가 2400선을 간신히 지키고 있습니다. 미국 증시가 반짝 살아났음에도 국내증시는 반등에 실패했는데요. 증시 전문가들은 2400선 붕괴 위험성을 경고하는 상황입니다. 저가 매수와 보수적 대응 권고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코스피 2거래일 연속 약세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0.09% 하락한 2403.60포인트로, 코스닥은 0.79% 밀린 801.02포인트로 마감했습니다. 추석과 개천절 연휴로 4거래일 만에 문을 연 4일, 코스피는 2.41% 하락한 2405.69포인트로 마감하며 하루 만에 2400선 코앞까지 떨어졌는데요. 코스닥도 4% 하락하며 807.40으로 장을 마친 바 있습니다.
주요 증권사가 전망한 연말 밴드 하단 수준인 2400선까지 지수가 밀리면서 추가 하락을 염두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는데요. 자기자본 규모 10대 증권사(KB·NH투자·대신·미래에셋·메리츠·삼성·신한투자·키움·하나·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들은 연말까지 코스피 저점을 2400선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코스피가 2400선을 하회한 것은 올해 3월 21일(2388.35)이 마지막이죠.
연휴 이후 증시 급락의 원인은 금리와 환율이 꼽힙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3일(현지시각) 4.8%를 넘어서 4.81%까지 뛰어오르며 2007년 8월 이후 16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30년물 국채 금리 역시 4.9%를 웃돌아 16년래 최고치를 기록했죠. 원·달러 환율의 경우 지난 4일 전 거래일 대비 14.2원 급등한 1363.5원에 마감했습니다. 지난해 11월 10일 종가 1377.5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전날 국내증시는 미국 9월 민간 고용 둔화와 국제유가 급락에 반등한 미국증시의 영향으로 장중 반등세를 보였으나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며 하락 마감했습니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5일 반등은 국제유가와 미 국채금리 반락으로 안도심리가 들어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미 국채금리에 대한 레벨 자체가 높게 형성돼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진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10일 연속 순매도 공세에 나서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도 불안 요소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0일 동안 외국인 순매도 누적 규모는 1조5912억원입니다. 외국인이 증시로 돌아오기 위해선 원·달러 환율 급등세가 진정돼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김 연구원은 "미 국채금리 하락세는 달러 약세 요인"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진정되면 외국인 수급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400선 무너질 수도"
금리와 환율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는 만큼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피 2400선 붕괴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시장금리 또는 실질금리가 계속 오르는 것은 곧장 증시 할인율 상승을 의미하기 때문에 코스피는 2350선까지 증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전했습니다.
2400선 이하로 떨어질 순 있지만 현재 수준이 저점일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2400선 하회) 가능성은 존재하나 일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며 "미 국채 10년물 금리 추가 상승 우려 등을 고려하더라도 현 수준이 저점 부근일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의 하방은 열려 있다"며 "금리와 환율 불안정 문제는 가볍게 볼 사항이 아니며 실물경제에 가져다줄 수 있는 영향을 생각해야 한다" 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금리가 올라가면 조달비용이 상승하고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 생산비용이 상승하는 마이너스 효과가 발생해 물가가 안정되는 낙관적인 시나리오가 다시 부정적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비중 확대" 대 "저가매수 위험할 수도"
하방 압력이 상존하면서 대응 전략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식 비중이 많은 투자자는 추격매도에 동참하기 보다 주식 비중을 유지하면서 코스피 반등시 지금보다 높은 가격에 정리할 수 있다"며 "현금 비중이 많은 투자자의 경우 2400선 전후에서 단기 등락을 활용해 반도체, 자동차, 기계 등 점진적으로 비중 확대를 권고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윤 센터장 역시 "실질금리 상승에 기인한 국내외 주식 및 채권의 동반침체 현상은 연준의 연내 추가 금리인상을 제약하는 추가 논거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며 "10월 막바지 조정 과정이 연말 이후를 겨냥한 시장 재진입 및 포트폴리오 재정비의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저가매수를 시도하는 것에 대해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김 센터장은 "투자자들은 증시 바닥을 찾고 저가매수와 관련해 학습 반응을 보일때가 있다"며 "학습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엄청나게 위험할 수도 있다. 시장의 키 팩트가 되는 금리, 환율이 안정될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딜러 (사진=뉴시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