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당분간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부동산 규제 정책 등 정부가 동원 가능한 수단을 사용한 이후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에 한해 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국정감사를 진행했는데요. 의원들은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이 가계부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한 반면, 이 총재는 물가와 금융안정 등을 고려했다고 반박했습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는 것 자체가 대출을 늘리는 하나의 요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하지만 이 총재는 "가계부채가 오른 것은 지금 판단하기엔 정책 시차가 있기에 몇 달 두고 보고 잡히는지 봐야 한다"면서 "금리를 더 올릴 경우 가계대출을 잡을 수 있지만, 이에 따른 금융시장 안정 문제는 어떻게 할지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는 "물가가 계속 올랐다면 아마 기준금리도 계속 올렸겠지만 물가가 내려가는 구도를 보였고 한때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까지 내려갔기 때문에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로 봐 달라"고 부연했습니다.
이 총재는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해선 "먼저 완화했던 부동산 규제 정책을 다시 조여서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조절하고 그래도 늘어나는 속도가 잡히지 않으면 그 때는 심각하게 금리 인상을 고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기준금리를 덜 올리는 등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 운영이 아쉽다는 지적이 재차 이어지자 이 총재는 "지난해 어느 중앙은행 총재보다 많이 금리를 올리고 물가를 안정시켰다고 본다"면서 "지금 평가가 다른 것이 개인적으로는 의아하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물가상승률이 미국의 경우 거의 10%까지 올라가고 우리는 6%일 때 (기준금리를) 거의 미국 이상으로 올렸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한은은 국내 물가상승률이 한은의 목표수준을 웃돌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상당기간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적인 정책 기조를 이어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환율 등의 변동성 확대로 향후 물가경로에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이 총재는 금리를 더 이상 올리지 않을 물가 상한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기대인플레이션을 2%선에서 안정시키고 싶은데 물가가 올라가는 것뿐만 아니라 기대인플레이션이 변하느냐 안변하느냐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총재는 금융시장과 경기 안정을 위해 가계부채 조정은 긴 호흡으로 가겠다고 재차 언급했습니다. 그는 "이자율이나 정부와의 정책 공조를 통해 가계부채의 GDP 대비 비율을 100% 미만, 90% 가깝게 가도록 하는 것이 제 임기 내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당장 너무 빨리 조절하려다 보면 경기가 너무 나빠지기 때문에 천천히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3년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선서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