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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급발진 논란)①의심 사례 증가세…결함 인정은 '전무'
친환경차 급발진 신고 비중 27%…내연기관차 육박
입력 : 2023-10-24 오후 3:19:07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2013년 10월 24일(현지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1심법원 배심원단은 2007년 오클라호마주에서 일어난 '캠리' 승용차의 급발진 사건과 관련해 토요타가 피해자들에게 300만달러(약 38억9800만원)를 배상하라는 평결을 내렸습니다.
 
캠리가 오클라호마주의 한 고속도로 출구에서 급발진하며 장벽에 충돌해 운전자가 중상을 입고 동승자 1명이 사망한 사건으로, 미국 법정이 급발진 사고에 대해 제조업체의 책임을 물은 것은 이때가 처음입니다. 토요타는 이 소송 이후 400여건의 급발진 소송에 휘말렸고 리콜과 소송 합의금, 벌금 등으로 지급한 금액은 총 40억달러(4조7000여억원)에 이릅니다.
 
지난 6월 경기 수원시 영통구에서 전기택시가 신호등을 들이받는 '급발진' 의심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택시기사가 골절상 등 부상을 당했다.(사진=뉴시스)
 
우리나라에서도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사고가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함이 인정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보급 증가세인 전기차 의심 사고도 늘고 있어 급발진 방지 시스템 도입 등 제조사의 책임이 더욱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4일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자동차리콜센터에 접수된 급발진 의심 신고는 2018년 39건, 2019년 33건, 2020년 25건, 2021년 39건, 2022년 15건, 올해 7월까지 18건 등 5년 간 총 169건이 접수됐습니다.
 
유종별로는 △경유 53건 △휘발유 52건 △전기 28건 △LPG 18건 △하이브리드 18건 등이었습니다.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차의 신고 건을 합치면 총 46건(27%)으로 차량 등록 대수 대비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친환경차 비중이 7.9% 정도임을 감안하면 증가세가 눈에 띄게 빠릅니다.
 
자동차 급발진 의심 신고 추이.(그래픽=뉴스토마토)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국토부에 접수된 건 극히 일부분이고 실제는 20배 정도 예상한다"며 "전기차 보급이 50만대뿐이 안되는데 급발진 발생 건수가 많아지고 있는 것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급발진 의심 사고 반복에도 차량 결함에 의한 인정 사례는 현재까지 없습니다. 가장 큰 문제로는 급발진으로 인한 차량 결함 증명 책임이 소비자에게 있는 점이 꼽히는데요. 차량에 대한 정보와 전문 지식이 없는 소비자가 급발진 원인을 증명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전문가들은 급발진 원인을 전자제어장치(ECU) 소프트웨어 오류 가능성을 꼽습니다. '자동차의 뇌'로 불리는 ECU는 자동차 엔진 기능이 최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데요. 이 장치에 오류가 발생하면 RPM이 치솟고 급발진이 진행된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모터 하나가 구동과 제동 일부를 담당하기 때문에 원하지 않는 출력이 발생할 수 있어 급발진 가능성은 더 커집니다. 
 
급발진 의심 신고 차량 연료별 현황.(그래픽=뉴스토마토)
 
하지만 소프트웨어 오류는 하드웨어 고장과 달리 사고 이후 흔적이 남지 않습니다. 이미 소프트웨어가 오작동한 뒤여서 급발진이 발생한 후 로직을 복구해 재연하는 것도 불가능하죠.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급발진 원인이 현재로서는 하드웨어 보다는 소프트웨어의 결함일 것으로 추정하지만 뜯어도 보이질 않아 아무도 정확하게 규명을 못하고 있다"며 "문제점을 못 찾고 있는데 대응방안이 나올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보완책을 만들고 기술 발전으로 해결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업계에선 급발진 사고 이후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사고 원인을 찾아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 교수는 "사후에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적 체계가 마련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페달 블랙박스를 탑재해서 소비자가 직접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황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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