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서울시 자치구 중 유일한 ‘3선’ 구청장인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민선 8기에 들어 ‘스마트 문화도시’로 새로운 성동구의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스마트 포용도시’를 만들어 온 경험을 기반으로 문화 비전을 더하겠다는 겁니다.
정 구청장은 최근 성동구청 회의실에서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를 통해 “2018년부터 다양한 스마트기술을 정책에 적극적으로 적용해 누구도 소외되거나 차별 받지 않는 포용도시 조성을 위해 힘썼다”며 “이제 문화기술(CT)을 활용해서 누구나 문화를 생산하고 누리는 데 장벽이 없는 ‘스마트 문화도시’를 새 비전으로 삼고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 (사진=성동구청)
이런 노력들이 집약된 것이 9월 18일부터 일주일간 성수동 전역에서 올해 처음 개최했던 ‘크리에이티브X성수’였습니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매년 3월 열리는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를 벤치마킹했습니다. 성수가 가진 역동적인 문화산업을 기반으로 이 축제를 문화예술과 기술이 어우러진 글로벌 창조산업축제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입니다.
정 구청장은 ‘살기 좋은 도시’는 삶터와 일터, 쉼터가 균형 있게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지난 10년간 복지와 보육, 교통 등 생활밀착 행정으로 살기 좋은 ‘삶터’를 가꾸고, 성수의 준공업 지역을 중심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의 ‘일터’를 조성했다”며 “한강과 중랑천을 낀 성동구의 긴 수변환경과 서울숲, 응봉산 등의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려 계절마다 운동하기 좋고 쉼이 있는 ‘쉼터’로 도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마트 포용도시’를 내걸고 구정에서 생활밀착형 정책들을 강조하셨습니다. 그동안 얻은 성과를 소개해주신다면.
일상의 불편을 해결하며 좋은 평가를 받았던 스마트 쉼터와 스마트 횡단보도, 스마트 흡연부스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집중조명과 차량번호 인식 등 8종의 스마트기술을 집약한 횡단보도는 주·야간 주행 차량의 가시성을 개선시키고 정지선 위반차량을 대폭 감소시켰습니다.
성동구 ‘생활밀착의 날’ 행사에서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성동구청)
담배연기를 막는 스마트 흡연부스는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에게 큰 호응을 얻어 내년에도 확대 설치할 계획입니다. 또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해 초등학생들이 직접 안전통학로 조성에 참여하는 안전 통학로 리빙랩을 운영하고 있고, 최근에는 개인 휴대폰과 구청 관제센터를 연결해 무차별 범죄 등 위험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범죄예방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현재 응봉산과 달맞이 공원 내 산책로에서 시범 운영 중입니다.
성수동은 도시재생 사업의 성공모델로 꼽히는데, 추진하고 있는 2차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대책에서 주안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성수동의 도시재생을 추진하면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도 함께 추진하며 오늘날의 성수동이 ‘핫플’로 자리매김하는 데 밑바탕이 됐습니다. 그런데 지속가능발전구역을 중심으로 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은 성공적으로 안착한 반면, 성수역과 연무장길을 비롯한 성수동 전역에서 조금씩 젠트리피케이션 조짐이 나타나 대응이 필요했습니다.
이번에 추진하는 대책들은 서울숲길과 뚝섬역 주변을 중심으로 추진한 정책을 성수역과 연무장길 일대 등 성수동 전역으로 확장하는 것입니다. 이에 지난 8월 초 지속가능발전구역을 기존 면적 대비 8.6배 확대하고, 성수전략정비구역과 입주 예정인 아파트 단지를 제외한 성수동 대부분 지역을 지정했습니다.
지역 고유의 개성을 지켜 골목길이 획일화되지 않도록 체인사업(프랜차이즈)의 신규 입점을 제한하고 건물주·임차인·성동구 간 상생협약 체결 권장, 지구단위계획과 연계한 용적률 완화에 따라 임대료 안정 이행협약 체결 구역 설정 등으로 도시관리 체계를 구축할 예정입니다. 또 지속가능발전구역이 확대됨에 따라 팝업스토어나 식음료 중심 상권, 지식산업센터 중심 상권 등 상권별 특성을 고려해 세부 구역별 모니터링 방안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민·관·경 합동 범죄예방 캠페인. (사진=성동구청)
지난해 10월부터 실시한 성수역 일대 실태조사 결과, 유동인구와 상권 매출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임대료 역시 급격히 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임대료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상가임대차법 미적용 대상인 신규 임대차계약으로, 기존 임차인과의 임대료마저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제도적 허점을 개선하기 위해 제가 협의회장으로 있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와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한 지방정부협의회에서 상가임대차 제도적 개선방안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보완방안을 도출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다시 한번 상가임대차법 개정 등 관련법과 제도 개선에 나서고자 합니다.
민선 8기 구정에서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주요 성동구 정책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기존 ‘스마트 포용도시’에서 문화도시로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지역 기업가와 예술가, 주민들이 함께 협력해 문화도시의 방향성을 논의하고 협업할 수 있는 소통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또 기존 문화자원과 기업·주민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새로운 서비스를 창조하는 도시 브랜딩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지난달 열린 ‘크리에이티브X성수’가 그런 노력의 일환이었습니다. 향후 성동구의 대표 문화축제로 자리 잡으면 문화예술 활성화는 물론 관광과 상권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 지역산업과 연계되는 성동구의 성장 엔진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 외에도 성수동 일대 문화 잠재력 향상을 위해서 삼표레미콘 공장 유휴부지에 공연장을 열고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컬처 스페이스’나 청년 지원 네트워크를 조성하는 ‘청년 크리에이터 성장 플랫폼’ 등 다양한 문화사업도 추진합니다. 도시의 품격은 문화 영역이 얼마나 발전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문화 영역의 발전을 위한 예산 확보와 투자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겁니다.
지난달 18일 성수동 일대에서 열린 ‘크리에이티브X성수’ 행사 모습. (사진=성동구청)
성동구 발전의 장기적 비전과 구청장으로서 향후 계획이 있다면.
도시가 난개발되지 않고 체계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중장기 도시계획이 꼭 필요합니다. 그래서 지난해 5월 미래 성동의 도시경쟁력 확보를 위한 ‘2040 성동 도시발전 기본계획’에서 경제와 행정, 교육, 문화를 아우르는 4대 도약과 권역별 4대 중심 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
특히 왕십리 글로벌 비즈니스타운 조성은 가장 핵심이 되는 계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왕십리역 일대는 50층 건축이 가능한 역세권 일반상업지역임에도 각종 공공기관이 모여 있어 비효율이고 개발 계획도 부재한 상황입니다. 이에 현재 구청·경찰서 등을 행당동 소월아트홀 부지로 이전시키고 향후 동북선 개통과 GTX-C 노선의 왕십리역 정차 등 광역 교통 기능이 확장되는 강점을 최대한 살려서 이 일대를 왕십리 글로벌 비즈니스타운으로 조성할 계획입니다.
더불어 성수동 일대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 시즌2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지난 3월 착수한 필수노동자 임금체계·지원방안 연구용역을 바탕으로 한 필수노동자 권리보호 및 공공서비스 강화 정책도 마련하고자 합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