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대형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임기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립니다. 업계에선 금융지주 계열사인 KB증권과 NH투자증권 등의 CEO 교체 가능성에 주목합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정림, 김성현 KB증권 대표,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사진=각사 제공)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기자본 순위 10대 증권사 중 오는 12월에 임기가 끝나는 CEO는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와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입니다. 내년 3월에는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를 비롯해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 등의 임기가 종료되죠.
임기 만료가 예정된 대형 증권사 CEO의 연임 여부는 늘 시장의 주목을 받는데요. 올해의 경우에는 작년 안정에 방점 찍힌 연임에 성공했던 CEO의 거취가 관심입니다. 올해 유난히 증권업계 이슈가 많았고, 고객 신뢰가 훼손될 소지가 다분한 악재가 쏟아졌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선 교체가 유력한 CEO에 대해 KB증권을 우선 꼽는데요. 현재 KB증권은 박정림 대표(자산관리), 김성현 대표(투자은행) 체재로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KB금융그룹 계열사 대표는 2년 임기에 1년 연임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2019년 선임 이후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연임에 성공한 두 대표인데요. 올해는 거취가 불투명해 보입니다.
KB금융그룹은 이달 말 윤종규 회장이 물러나고 양종희 회장 체제로 들어섭니다. 박 대표와 김 대표는 윤 회장의 신임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전체적인 틀이 바뀌는 만큼 세대교체가 단행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회장 교체에 이어 연말 조직개편에서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교체될 가능성이 있는데, 증권의 경우 현재 전 회장 라인 인사로 분류되는 만큼 교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박 대표는 라임·옵티머스 펀드 판매사 최종 제재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달 중 금융위원회는 박 대표를 비롯해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에 대한 제재를 확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2020년 11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박 대표와 양 부회장(당시 사장)에게 라임펀드 판매 관련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으로 중징계인 '문책 경고'를 결정했습니다. 금융위에서 최종적으로 징계 수위가 문책 경고 이상으로 확정되면 연임 불발과 더불어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됩니다.
정 대표도 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으로부터 2021년 3월 문책 경고를 받았습니다. 정 대표 역시 금융위 징계 수위가 연임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6년째 NH투자증권을 이끌고 있는 정 대표는 2020년, 2022년 3월 2년 연임에 성공했습니다.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정 대표의 경우 사실상 연임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미 장수 CEO로서 NH투자증권 수장으로 존재감을 드러냈기에 이번 연임과 관련해선 의지가 크게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 지난달 1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 대표는 본인의 장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증권회사의 경우 보통 3년 연임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난번 연임 때 사의 표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채권 회수에 적극적으로 임하라는 게 (연임의) 주요 목적 중 하나라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는 지난해 말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취임한 이후 단일대표에 올랐는데요. 김 대표 임기는 올해말까지 입니다. 투자은행(IB) 전문가인 김 대표는 대우증권을 시작으로 메리츠증권, 유진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을 거친 외부 출신입니다. 진옥동 회장 선임 이후 은행, 카드, 생명보험, 자산신탁 등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교체된 상황에서 임기 막바지에 들어온 김 대표가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 등 내년 3월 임기 종료를 앞둔 CEO의 교체 가능성도 대두됩니다.
지난달 23일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며 증권업계 CEO 교체에 대한 관심이 커졌는데요. 업계 최장수 CEO이자 미래에셋 창업멤버인 최 회장이 세대 교체를 명목으로 퇴임하면서 타증권사에서도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업계에선 12월이 되면 CEO 인사와 관련한 윤곽이 잡힐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 CEO들의 임기가 만기이다 보니 지켜보는 눈이 많아졌다"며 "변화를 추구할 때 세대교체와 관련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리스크가 상존한 요즘 같은 시국에서는 (연임을 통한) 안정을 추구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