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금융감독원이 불법공매도 조사의 방점을 '종목'이 아닌 '투자자'로 전환합니다. 불법공매도 원천 차단을 목표로 공매도 특별조사단을 출범하고 글로벌 투자은행(IB) 전수조사에도 나설 예정입니다.
금감원은 31일 공매도 특별조사단 구성과 불법공매도 전수조사 계획을 밝혔습니다. 금감원은 최근 BNP파리바, HSBC 등 글로벌 IB의 대규모 불법공매도를 적발했는데요. 그간 시장에서 제기된 불법공매도에 의한 시장교란이 사실로 확인된 것으로 대형 금융회사가 조직적으로 국내 법규를 위반한 심각한 사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에 금감원은 공매도 조사 강화에 나섰습니다. 오는 11월 6일부터 현재 금감원 조사2국에 속해 있는 공매도조사팀을 부서 단위인 공매도 특별조사단으로 확대 개편합니다. 기존 조사팀은 팀장 1명을 포함해 8명이었지만 특별조사단은 총 20명으로 이뤄집니다. 공매도조사기획팀 5명, 공매도조사1반과 2반 각각 7명인데요. 실장급 단장 1명과 팀장 1명, 반장 2명이 포함됩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내 조사경력자, 영어능통자, IT 전문가 위주로 구성된다"며 "외국인 투자자 등에 대한 신속하고 효율적인 불법공매도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인력·예산 등을 충분히 편성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불법 공매도 전수조사에도 나섭니다. 글로벌 IB 등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는데요. 국내 공매도 거래 상위 글로벌 IB를 대상으로 2021년 5월 공매도 부분재개 이후 거래에 대해 조사합니다. 특히 금감원은 기존 '종목' 중심의 조사에서 '기관(투자자)' 중심의 조사로 패러다임을 전환해 특정기간 공매도 거래를 전수 조사합니다. 현재 조사 중인 곳을 포함해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조사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금감원은 글로벌 IB로부터 주문을 수탁받는 국내 증권사의 공매도 주문 수탁의무 이행 여부와 글로벌 IB에 대한 불법공매도 조사 과정에서 공매도 거래의 실질 투자주체인 최종 투자자(End Client)의 공매도 악용 개연성에 대해서도 면밀히 점검할 계획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문 수탁증권사에 대해 글로벌 IB의 무차입 공매도 묵인·결탁 등 투자자 보호의무 해태 여부도 조사하겠다"며 "악재성 정보공개 전 대량 공매도 및 개인투자자 등을 통해 제기된 주가 하락 목적의 시세조종성 공매도 혐의 등이 포착된 경우 신속하게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국제조사의 경우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 다자간양해악서(EMMOU)에 의거, 홍콩 금융당국(SFC) 등 외국감독당국과 공조를 통해 실효성 있는 국제조사에 나섭니다. 내년 1분기부터 홍콩 SFC, 싱가포르 MAS 등과 협업해 국제 공조조사를 실시할 계획입니다.
홍콩, 싱가포르 등 해외 소재 외국계 IB 등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실시해 국내 공매도 규제 위반사례 등을 안내하는 등 사전예방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간담회는 내년 상반기엔 외국인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실시합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그동안 '안 걸리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자행된 관행적 불법 행위에 대해 전수조사를 통해 철저하게 책임을 물어 더 이상 고의적 무차입 공매도가 발붙일 수 없도록 발본색원 하겠다"며 "공매도 시장의 신뢰회복을 위해 무차입 공매도가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주요 글로벌 IB의 자체 시스템 개선을 유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금융감독원 (사진=뉴시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