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은행 경영현황 공개한다더니…꼭꼭 숨긴 '가산금리'
'은행 경영현황 공개 보고서' 기존 사업보고서 풀어쓴 수준
입력 : 2023-11-0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은행권 이자이익과 임직원 보수 현황 등 수익구조와 지출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던 금융당국과 은행연합회의 발표는 허언이 되고 말았습니다. 
 
은행연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은행권 제도개선 TF의 지적을 반영해 1일 공개한 '은행 경영현황 보고서'는 그야말로 은행별 사업보고서를 모아논 것에 불과했습니다. 정작 금융소비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던 대출이자 산정내역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은행들은 그동안 가산금리를 올리는 등의 방법으로 이자수익을 높여왔는데, 그 내역은 일체 공개하지 않은 것입니다. 기준금리는 그대로인데 왜 내 대출이자가 오르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구조입니다. 
 
이익 창출 내역에서 전년 대비 예금·대출금리, 순이자마진(NIM), 예대금리차 등 변화 배경을 나열하긴 했지만, 원론적인 설명에 불과합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상승,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증가로 대출 평균금리가 상승했다는 내용이 있을 뿐 가산금리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예대금리차 변화에 대한 배경 설명 역시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등에 따른 회사채 시장 경색, 수신금리보다 대출금리 상승폭이 가팔랐다는 등 설명이 은행별로 차이가 없었습니다. 예대금리차와 NIM 추이 등은 은행연합회의 매월 정기 공시와 분기별 은행 실적을 통해 공개하고 있는 정보인데요. 기존 자료를 재취합하거나 은행별 해명을 더해 풀어쓴 수준입니다.
 
대출금리를 정할 때는 준거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는데요. 준거금리는 기준금리와 코픽스 등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은행이 이자 수익으로 얻을 수 있는 대출 이익은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산정하는 가산금리로 결정됩니다. 은행들은 통상 업무원가, 리스크 관리 비용, 목표이익률 등을 포함해 가산금리를 정한다고 할 뿐입니다. 
 
대출금리 원가 공개를 위한 법적 근거가 미비한 만큼 현재 정치권과 금융당국 차원에서 관련 제도를 손질하고 있는데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금리산정 체계 관련 TF를 운영하고 있어서 연내 또는 너무 오랜 기간이 지나기 전에 (대출금리 원가 공개) 관련 문제를 공론화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나마 임직원 급여, 성과급(상여금) 및 퇴직금 내역이 은행별 같은 기준으로 처음 공개된 게 유의미하다는 평가인데요. 은행들은 보고서에서 임직원 보수가 전년 대비 얼마나 늘었으며, 실적 반영 등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만 스톡옵션을 행사한 것까지 성과급에 포함시키는 등 뭉뚱그려 공개한 부분이 있는 만큼 더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은행권에서도 이 정도 수준의 보고서를 굳이 또다시 발표하는지 의아해합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 사업보고서를 풀어 쓴 수준에 불과해 애초 경영활동보고서를 따로 내야하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용산구에서 한 시민이 은행 ATM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