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찬 바람이 불고 있는 결혼 시장에서 증권맨들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증권맨의 경우 돈을 저축하지 않는다는 이미지가 존재한다고 하는데요. 안정성이 부각된 금융맨과 다른 모습입니다. 모험 자본을 다루는 증권 시장의 모습이 종사자에 투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결혼시장 선망 대상 상위권에 랭크된 시절과 비교하면 선호도는 일반 기업 종사자와 유사하단 분위기입니다.
가을 단풍이 완연하 여의도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혼인 건수는 19만1690건으로 2011년 이후 11년 연속 감소세입니다. 같은 해 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죠. 혼인율과 출산율 모두 바닥을 기는 가운데 <뉴스토마토>는 여의도 현장에서 실제 증권사 미혼 남녀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2010년대부터 증권사 직원들이 결혼 시장에서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는데요. 10년여 전 <중매 시장서 고개 숙인 증권맨…"1등 신랑감 옛말">이란 제목의 보도도 나왔습니다. 모 증권사 30대 남직원 A씨는 "7년 전 입사 당시 증권사 남자를 만나면 안 된다는 말을 실제로 몇 번 들은 적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은행을 다니는 금융맨은 안정적으로 보는 반면 증권맨에겐 현금 저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A씨는 "증권사에 다니면 주식을 많이 하고 돈을 못 모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은행에 다니는 남자들은 결혼도 일찍 하고 돈도 더 빨리 모아 가정을 빨리 꾸린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증권사 직원들은 돈을 못 모으는 이미지가 은연 중에 있는 것 같긴 하다"고 말했습니다. 수백, 수천, 수조억원이 오가는 주식시장과 가까이 있으면서 번 돈을 모으지 않고 주식에 투자하거나 영업으로 써버리는 허세 이미지로 증권맨을 묘사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증권업계의 특성으로 알려진 영업이나 접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배우자로서 기피 요인으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다른 증권사 20대 여직원 B씨는 "증권가라고 하면 영업이라든지 접대라든지 이런 게 있다 보니까 아무래도 평범한 일상은 아니라는 인식이 있어서 기피하는 사람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주식 투자가 대중화되면서 과거 특수한 직장으로 보였던 증권사가 이젠 일반 기업과 다를 바 없어졌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20대 여직원 C씨는 "증권사 직원이라고 하면 과거엔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 같다는 인식을 많이 했던 것 같다"며 "주변 친구 중에도 정장을 입고 일하는 사람에 대한 선망을 가진 친구가 많았는데 요새는 복장도 자유로워지는 등 요소가 바뀌면서 일반 사기업 직원 정도로 평범하게 바뀐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반대로 증권사 직원들이 선호하는 직군에 대해서도 물어봤는데요. 30대 남직원 D씨는 "너무 같거나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이면 생활 패턴이 모두 일 얘기만 하게 될 것 같아서 별로일 것 같다"며 "퇴근 시간, 복지 등이 잘 돼 있어야 직장의 행복이 가정으로 오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잘된 회사에 다니는 분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보다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결혼한 30대 남직원 E씨는 "영업 부서 남자의 경우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기 때문에 돈을 많이 벌 수 있지만 고용 시장에서 불안감은 늘 있다"며 "전문계약직 형태로 있다 보니 교사, 공무원 등 안전한 직종을 선호하는 것 같다. 어떤 이유로 일찍 퇴사해도 어느 정도 지지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진 사람을 찾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찬바람 부는 대한민국의 결혼 시장, 여의도의 가을 바람이 유난히 차게 느껴집니다.
여의도 증권사 미혼 여직원과 김한결 기자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