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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 화물 사업 막 내린 아시아나항공
입력 : 2023-11-03 오후 3:13:30
2020년 1월 1일 아시아나항공 화물기가 화물을 싣고 있는 모습. (사진=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이 29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아시아나항공 이사진 5명은 지난 2일 오전 서울 모처에서 ‘화물분리 매각’ 안건을 의결하기 위해 이사회를 개최했습니다. 지난달 30일에도 이사회가 진행됐지만 8시간 가까이 격론을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안건을 표결에 부치지 못하다가 사흘 만인 2일 다시 열린 것입니다. 
 
표결에 부친 결과 찬성 3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화물사업부 전체를 매각하는데 동의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이 화물사업에 뛰어든 건 지난 1994년 11월 6일입니다. 이때 서울~LA 노선에 화물기를 처음으로 띄워, 미주 전 지역, 유럽 등 지구 한 바퀴를 돌 정도로 세계 항공 화물 시장에서 덩치를 키워왔습니다.
 
특히 아시아나 전체 매출에서 화물사업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어서며 회사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실제 최근 3년 아시아나 전체 매출을 보면, 화물사업부 매출 비중은 2020년에 56.1%, 2021년 72.5%, 2022년 48.4%로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하지만 30년 가까운 화물사업은 5명의 이사진 결정으로 운명을 달리했습니다. 
 
아시아나가 화물사업부를 전체 매각을 결정한 것은 대한항공과 합병 때문입니다. 대한항공은 한국을 비롯해 14개국으로부터 합병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현재 유럽연합(EU), 미국, 일본만 남겨둔 상황입니다. 그런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양사 합병에 따른 한~유럽 전 지역 역객 및 화물 노선 독과점 경쟁 제한을 우려해 대한항공이 이를 해소하기 위해 아시아나 ‘화물분리 매각’ 카드를 꺼내든 것입니다.
 
당초 대한항공은 10월 31일까지 EC에 화물분리 매각안과 이에 따른 고용 승계 그리고 EC가 독점이 우려되는 파리, 로마, 프랑크푸르트, 바르셀로나 등 유럽 주요 4개 노선을 티웨이항공에 이전한다는 내용을 담은 시정조치안을 제출할 예정이었으나, 아시아나 이사회가 ‘화물분리 매각’ 안건 승인을 내지 못하면서 EC 제출일도 현지시간 2일로 미뤄졌습니다.
 
2일에 열린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 최종 가결된 뒤 쏟아지는 뉴스 헤드라인 대부분은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급물살…메가 캐리어 탄생 임박’, ‘아시아나 이사회 화물분리 매각 가결…큰 고비 넘겼다’ 등이었습니다. 하지만 메가 캐리어가 탄생할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화물사업부 전체 매각으로 EU와 미국이 어렵지 않게 승인을 내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이는 전망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EU, 미국, 일본 3개국에서 어느 한 곳이라도 승인을 불허하면 사실상 합병은 불발되고 그 과정에서 다른 항공사아 아시아나 화물사업부를 인수하면, 아시아나는 화물사업부를 뗀 채 제3자 인수자를 찾아나서야 합니다.
 
사실상 아시아나항공 쪼개기로 남겨진다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시아나항공 일반 노동조합은 이사회의 가결이 된 지난 2일 유감의 뜻을 밝혔습니다. 입장문에서 노조는 “특히 지난 이사회 전날 사내이사의 갑작스런 사임은 이번 이사회 의결에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에 합병을 주도하는 세력의 압력이 있었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명분도 실리도 국익도 없는 이런 합병을 막을 수 있는 기회를 그리고 아시아나항공이 다시 날아오를 기회를 놓쳐버렸다”고 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오세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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