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9일부터 이틀간 경고파업에 돌입했습니다. 노조는 당초 무기한 전면파업 입장을 바꿔 시한부 경고파업에 나섰지만, 인력감축 문제로 노사 간 입장차가 커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2차 전면파업 가능성도 남아 있습니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이날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서울시와 공사의 인력감축과 안전업무 외주화 계획을 규탄했습니다. 명순필 교통공사노조 위원장은 “오세훈 시장은 시민의 발을 볼모로 파업을 진행한다고 했지만, 지하철 노동자들은 구조조정으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위해 투쟁에 나섰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교통공사노조 총파업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안창현 기자)
노조는 서울시와 공사가 인력감축과 안전업무 외주화 계획을 철회하지 않았고, 현장안전인력 공백을 우려해 제안한 정년퇴직 인력(276명) 채용도 거절했다고 밝혔습니다. 노조는 연말 정년퇴직하는 인력을 채용하지 않으면 당장 내년부터 현장의 안전인력 공백이 발생하는 상황으로, 채용 절차가 4~5개월 걸리는 것을 감안해 지금이라도 채용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공사는 대규모 적자를 줄이기 위해 올해 383명을 포함해 2026년까지 전체 인원의 13.5%에 해당하는 2212명을 감축하겠다는 경영혁신안을 내놨습니다. 전날 최종교섭에서 공사는 올해 383명을 계획대로 감축하고 이후 인력감축은 추후 협의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시의 인력감축과 핵심-비핵심 업무 분리 등의 경영혁신안은 ‘위험의 외주화’라는 게 노조의 입장입니다. 총파업 지지 발언에 나선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구의역·신당역 참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인력을 증원해야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사는 인력감축과 외주화 계획을 꺾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퇴근 교통혼잡 불가피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기존 입장에서 변화가 없다’는 태도를 변경해 노사간 협의기구 설치 등을 제안하면서 전면파업이 아닌 경고성 파업을 진행했다”면서도 “서울시와 공사의 입장 변화가 없으면 16일 수능 특별수송 이후 2차 전면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서울교통공사노조 조합원들이 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총파업에 돌입했다. (사진=안창현 기자)
이번 결의대회에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교통공사노조 조합원 6000여명(주최측 추산)이 참여했습니다. 지난 8일까지 연합교섭단으로 참여한 한국노총 통합노조는 파업을 앞두고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MZ노조’로 불리는 공사 올바른노조도 지난달 20일 입장문을 내고 파업에 동참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습니다.
한편, 파업 첫날 우려했던 출근길 교통대란은 없었습니다. 노사가 체결한 필수유지업무 협정에 따라 출근 시간대(오전 7~9시) 지하철 운행률 100%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운행률이 떨어지는 퇴근길 교통 혼잡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시와 공사는 퇴근 시간대(오후 6~8시)는 평상시 대비 87%, 전체 지하철 운행은 82% 수준을 유지한다는 계획입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