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금융위원회가 우수 대부업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대출 플랫폼 진입을 허용한지 2년이 지났지만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저신용자들의 금융선택권을 확대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하겠다는 게 제도 취지인데요. 대부업체들이 신규 대출을 취급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 등 온라인 플랫폼 '빅3' 뿐만 아니라 핀다·핀크·뱅크샐러드 등 금융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높은 온라인 대출 중개 플랫폼에 입점한 대부업체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위원회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 여파로 대부업권이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신규 대출을 줄이면서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릴 것을 우려해 우수 대부업체를 대상으로 대출 중개 플랫폼 진입을 허용한 바 있습니다.
우수 대부업체 선정기준은 최근 3년간 위법 사실이 없고 저신용자 개인 신용대출이 100억원 이상 또는 대출잔액 대비 비중 70% 이상 등 관련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금융위는 올 상반기 기준 26개 우수 대부업체를 선정했는데요. 플랫폼 기업 입점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대부업계 한 관계자는 "플랫폼에 입점할 수 있는 대부업체가 거의 없고 입점 이후 대출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다"며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취급하는 대부업권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영향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대통령까지 나서서 직접 불법사금융을 뿌리 뽑겠다고 밝혔는데요.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불법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에서 "서민과 불법사금융과의 접촉을 차단하기 위해 서민생계금융을 확대하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서민층 신용공급 확대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우수 대부업체 선정 제도가 반쪽짜리에 그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융위는 우수 대부업체들을 대상으로 시중은행을 통한 자금 조달을 허용했지만 이마저도 시원치 않습니다.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우수 대부업체들이 은행으로부터 차입한 자금 잔액은 1459억원에 불과합니다. 지난해 3월 잔액이 2100억원에 비해 30% 가량 줄었습니다.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대부업 자금줄 역할을 한다는 이미지 때문에 자금 조달에 난색인데요.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인센티브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는 않는 것에 속수무책입니다. 금융위에서는 은행권 자금 차입 통로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TF 등을 통해 논의한다는 계획입니다.
불법사금융으로 인한 서민들의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센터에 상담·신고된 불법 사금융 피해 건수는 6784건으로 지난 2019년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소액·단기 대출을 해주면서 연 5000% 이상의 이자를 요구하는 불법사채업자들이 다수 검거되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불법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