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원색적인 비난을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습니다.
시작은 송 전 대표. 그는 지난 9일 출판기념회에서 한 장관을 "어린놈, 건방진놈", "정치를 후지게 한 건 한동훈 같은 XX(들)"이라고 욕설을 섞어 비난했는데요.
일단 한 장관이 얼마나 어린지 찾아봤더니 1973년생, 그러니까 만 50세더라고요. 1996년생인 우리팀 막내기자의 아빠뻘은 되네요.
송 전 대표는 1963년생으로 만 60세. 저희 어머니와 비슷한 또래고요, 한 장관보다 10살이 많습니다. '어린놈'은 요즘 MZ세대들에게 소위 말하는 '꼰대' 소리를 충분히 들을만한 발언이겠습니다. 송 전 대표의 저서 이름이 '송영길의 선전포고'이니, 책의 컨셉을 의식한 발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한 장관도 지지않고 응수합니다. 11일에 무려 공식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 같은 사람들이 어릴 때 운동권 했다는 것 하나로 사회에 생산적인 기여도 별로 없이…", "대한민국 정치를 수십년간 후지게 만들어왔다"고 받아쳤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14일 송 전 대표는 라디오에 출연해 "후지게 정치를 하는 정도가 아니라 후지게 법무부 장관을 하고, 수사도 후지게 하고 있다"고 또 한 장관을 비난했습니다.
"정치가 후지다"하니 "수사가 후지다"로 맞받기. 어릴 때 친구가 욕이나 듣기 싫은 소리를 하면 그 말을 받지 않고 너에게 돌려준다는 뜻의 '반사' 놀이 같습니다. 대한민국 법무부 장관과 거대 야당의 전 대표가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며 싸우고 있습니다.
설전에 불을 붙인 건 송 전 대표이지만, 한 장관 또한 정치권에서 비난 또는 비판이 나올 때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경제가 얼어붙고, 민생 범죄가 판을 치는 시기에 사법부와 정치계가 힘을 합해 국민들을 안심시켜도 모자를 판국에 드라마에서도 보기 힘든 유치한 말싸움으로 갈라치기를 하고 있습니다. 예산안을 심사하는 지금 형국에 이러한 싸움은 더욱 격해지겠지요. 다들 입 좀 다물었으면 좋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며 '여야 협치' 메시지를 던졌는데요. 역대 모든 대통령들이 협치를 강조해왔겠지만요. 지금이 협치는 좀 다른 의미입니다. 여야가 아닌 여는 여(+검찰)끼리, 야는 야끼리 협치해 서로 맹공격을 하는 것 같습니다.
연말에는 또 여야가 무슨 작심삼일 발언을 내놓을지 모르겠네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린 ‘송영길의 선전포고’ 출판기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