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통이 늘어나면서 이를 악용한 '로맨스 스캠' 범죄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환전·코인 투자·상류층 사칭·혼인 빙사 사기 등 수법도 다양하고 교묘해지면서 피해자와 피해 금액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5년 간 피해액 92억…80%가 코로나19 이후
12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로맨스 스캠 피해 건수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간 총 281건으로 피해 총액은 92억2000만원입니다. 특히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2022년에 전체 피해액의 80%가 발생했습니다. 2020년에는 3억2000만원 수준이던 피해액이 2021년에는 31억3000만원으로 급증했고, 2022년에는 39억6000만원을 기록하며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로맨스 스캠은 사랑 또는 연애를 뜻하는 로맨스(Romance)와 신용 사기를 뜻하는 스캠(Scam)의 합성어입니다. 연애 감정을 자극해 피해자에게 접근한 뒤 금품 등을 갈취하는 신종 피싱 사기로 통합니다.
수법도 다양합니다. 홍콩 사업자를 가장해 가짜 플랫폼에 암호화폐 투자를 권유한 뒤 이를 가로채는 '코인 투자 사기', 특정 사이트에 묶인 3000만원 상당의 포인트를 대신 찾아달라며 돈 입금을 유도한 뒤 잠적하는 '포인트 환전 사기' 등입니다. 재벌 3세를 사칭해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씨에게 접근한 뒤 수십억대 투자 사기를 벌인 전청조씨도 로맨스 스캠 범죄자로 거론됩니다.
보이스피싱에 비해 처벌 낮아
그렇다면 로맨스 스캠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와 처벌 기준은 어디까지 마련됐을까요. SNS 등 가상의 공간에서 이뤄지는 로맨스 스캠 또한 전화 사기로 이뤄지는 보이스피싱 사기와 얼핏 비슷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보이스피싱에 비해 로맨스 스캠 범죄에 대한 구형과 처벌 수위는 낮습니다. 보이스피싱은 총책·중간책·조직원들이 역할을 분담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는 '다중 사기 범죄'에 속하고 범죄단체조직죄 적용도 가능하지만, 이에 비해 로맨스 스캠은 아직까지 '사기'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피해액이 같아도 보이스피싱에 비해 로맨스 스캠은 처벌 수위가 낮습니다. 피해액 1억원 미만을 기준으로 최대 양형 기준은 보이스피싱이 3년인 반면 로맨스 스캠은 1년 6개월로 절반 수준입니다.
하지만 최근 로맨스 스캠도 보이스피싱처럼 총책·유인책·조달책·인출책 등 조직 형태를 띤 범죄들이 발각되고 있습니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사람을 낚시하듯 보이스피싱 형태에 로맨스 스캠이 더해진 경우입니다. 국회에서도 이러한 형태의 로맨스 스캠은 다중 사기 범죄에 포함해 처벌 수위는 높이자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3년 넘게 계류 중입니다.
형사사건 전문 법률사무소 유 박성현 대표변호사는 "빌릴 때와 다른 용도로 돈을 썼다는 것을 입증하거나, 변제 자력이나 변제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빌린 것으로 사기를 입증할 수 있다"며 "로맨스 스캠은 신뢰 관계를 쌓은 상태에서 상대방을 속여 재산적 처분 행위를 한다는 점에서 일반적 사기와는 조금 결이 다르지만 어쨌든 본질은 기망이 성립되는 사기"라고 설명했습니다.
로맨스 스캠 사기에 이용된 SNS 대화 화면.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