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정부여당이 '기울어진 운동장' 비판을 받아온 공매도 제도를 개선해 개인과 기관·외국인이 동일규제를 받도록 추진합니다. 상환기간이나 담보비율 등에서의 차별을 없앤다는 계획인데요. 증권업계는 '조삼모사', '혹세무민'이라며 반발했습니다.
상환기간·담보비율, 개인·기관·외인 모두 동일 적용
국민의힘과 금융당국 16일 국회에서 개최된 공매도 제도개선 방향 민당정협의회에서 '공매도 제도개선 방향'과 '불법공매도 조사현황 및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공매도 제도 개선 방향에서 꼽은 첫 번째 개선 사항은 '기울어진 운동장' 해소입니다. 기관 투자자는 대차를 통해, 개인 투자자는 증권사 대주를 통해 주식을 차입한 후 공매도를 할 수 있는데요. 대차와 대주 간 주식 차입조건이 완전 동일하지 않아 개인 투자자가 기관 투자자보다 불리하다는 문제제기가 지속됐습니다.
대차·대주 제도 개선 이후 비교 (자료=금융위원회)
때문에 개선안에 대차와 대주의 주식차입 상환기간 및 담보비율을 통일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대차 상환기간을 대주와 동일하게 (90일+연장)으로 제한합니다. 단 대차는 대여자의 중도상환요구를 유지해 대주가 유리하다는 설명입니다.
대주 담보비율은 기존 120%에서 대차와 동일하게 105% 이상으로 인하합니다. 현금은 대차와 동일한 105%로, 주식은 할인평가를 감안한 담보비율을 정하되 코스피200 주식은 120%를 유지합니다. 이 역시 대차의 135%보다 유리한 부분으로 꼽았습니다.
무차입 공매도, 전산시스템으로 사전방지
무차입 공매도 사전방지를 위해 기관 내부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 및 내부통제기준 마련이 의무화됩니다. 올해 기준 공매도 거래 전체 92%를 차지하는 외국계 21개사, 국내 78개사가 적용대상이죠. 기관 투자자가 자체적으로 매도가능 잔고를 전산관리하는 내부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인데요. 현물 보유분, 대차 차입분, 기타 매도가능 권리 등을 입력·전산화해 관리합니다. 다만 공매도 거래가 소규모인 기관 투자자나 공매도 주문시마다 증권사에 대차계약 증빙을 제출하는 경우에는 전산시스템 적용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아울러 전산시스템 적용 예외 대상을 포함한 모든 공매도 기관 투자자는 무차입 공매도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증권사는 의무화 대상 기관의 기관 내부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을 확인한 경우에만 공매도 주문이 허용됩니다. 전산시스템·내부통제기준 및 확인의무 위반시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불법 공매도 적발·처벌에 대해선 글로벌 IB를 전수조사하고 다양한 제재수단을 활용해 엄벌할 방침인데요. 불법 공매도가 적발될 시 최장 10년의 주식거래 제한, 국내 상장사·금융사 임원선임 제한 등 공매도 위규행위자에 대한 제재수단을 다양화할 계획입니다. 국회 논의를 거쳐 처벌 수준도 보다 강화하겠다고 전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불법 공매도 조사 및 제재현황을 발표했습니다. 올해 중 무차입 공매도 62건을 조사해 33건을 조치완료했고 나머지 29건은 조사·제재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금감원은 "현재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에 대한 점검도 진행 중"이라며 "시장조성자 및 유동성공급자의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 등을 중심으로 거래소 등 관련기관과 함께 모니터링을 강화해 이상징후 발견시 신속하게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업계에선 비판 목소리…"대대적 수정 보완 필요"
업계에선 제도 개선안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기관 대차 상환기간 제한과 개인 대주 담보비율 인하가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해석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매도 제도하에서 개인에게 기관, 외국인과 같은 조건을 준다고 하더라도 자금력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기관이 더 우위에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상환기간 90일에 연장과 관련해서도 연장할 때마다 담보비율을 체크하겠지만 기관은 자금력이 있으니 담보비율이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개선안의 방향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기관 투자자가 이용하는) 대차 상환기간을 90일에 플러스 알파로 연장 가능하게 만든 것은 기존과 별 차이가 없는 조삼모사라고 본다"며 "90일 이후 재연장 금지, 90일 강제상환 후 1개월 간 재공매도 금지 이런쪽으로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정 대표는 "담보비율의 경우 공매도 시장 99%를 차지하는 외국인과 기관의 허들을 높여야 하는데 공매도 할 실력도 제대로 없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공매도 시장 문호를 개방해주는 담보비율 105%로 인하는 오히려 국민 피해를 키울 위험이 있다"며 "(담보비율 인하는) 혹세무민이라고 평가절하를 하고 싶을 정도기 때문에 향후 대대적으로 수정 보완하고 민의가 반영된 개선 방안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공매도 제도개선 민당정협의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