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에도 국내 증시를 이탈했던 투자자의 복귀가 더딘 상황인데요. 반대로 해외 주식 투자 비중은 지속 증가 추세입니다. 동학개미들 사이에선 '답 없는 국장을 버리고 미장을 선택하는게 정답'이라는 식의 조롱섞인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예탁결제원이 1년8개월만에 서학개미를 위한 투자자 유의사항 자료를 배포했는데요.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예탁원은 지난 14일 '미국주식시장 투자자 유의사항 안내' 자료를 펴냈습니다. △결제지연 발생 가능성 △제한 없는 주가 변동 폭 △매매 제한 조치 등 돌발 이벤트 △현지 과세체계에 따른 고율 과세(배당금 등) 가능성 △권리행사 조건·기간 수시 변경 가능성 △배당금(주식·현금) 등 정정지급 및 지급지연 가능성 △의결권 간접행사 원칙 등 총 7가지의 유의사항을 전했죠.
표면적으론 '서학개미'를 위한 투자자 유의 사항인데요. 내용적으로 보면 지난해 3월과 동일합니다. 당시 미국 증시는 기준금리 인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슈로 전년 말 대비 크게 하락한 상태였습니다. 당시 내용과 하등 다를 것 없는 유의사항을 1년 8개월여 만에 다시 낸 것인데요. 일각에선 국내증시에서 미국증시로 투자자들이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환기책을 낸 것이 아니냐고 설명합니다. 국내 증시의 매력도가 떨어진 상황이 이어지면서 자금이 미국으로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한 자구책이란 건데요.
예탁원에 따르면 올 3분기 말 기준 예탁원이 보관·관리하는 미국주식은 624억달러로 전체 외화주식 대비 88%, 전체 외화증권 대비 65%입니다. 해당 수치는 전고점을 회복한 수준입니다.
반면 국내증시는 거래대금과 증시 대기자금 성격의 투자자예탁금이 크게 늘지 않고 있는데요. 최근 공매도 금지와 양도세 완화 추진 등 정책적인 이슈로 국내증시 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투자자의 발길은 쉽사리 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4일 국내증시 거래대금 규모는 12조1722억원으로 올해 1월초 12조원과 비슷합니다. 공매도 금지 첫날과 이튿날 거래대금은 각각 26조5600억원, 23조6767억원을 기록했죠. 다만 이틀 반짝 급등이었을 뿐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때 50조원을 넘었던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3일 47조9082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예탁금 역시 공매도 금지 이후 크게 반등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때문에 현 시점에 배포된 예탁원의 미국주식 경계령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주식 시장이 활황도 아니고 과거 서학개미 열풍이 불던 때와 같이 시장이 들뜨는 분위기도 아닌데 과거에 나온 것과 같은 자료를 배포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잘 안된다"고 의문을 표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유의사항을 안내한다고는 하지만 시기적절한 자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해외증시 자금으로 버블이 생겨서 국내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상황이 아닌 지금 이 시기에 주의를 환기하는 것 자체가 뭔가 시장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만들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시기적으로 연말이 다가오고 있으니 연간으로 계산되는 해외 주식 양도 소득세에 대한 부분을 다시 한번 투자자들에게 인지시키기 위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습니다.
예탁원 관계자는 "미국시장 투자자가 증가하면서 국내 시장과 다른 투자환경·제도로 인해 투자자의 문의 사항이 많은 내용을 위주로 자료를 배포했으며 추후에도 필요시 유의사항 안내를 지속할 예정"라고 답했습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달 6일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증시 공매도 금지를 발표했고 정부와 여당은 양도세 완화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증시 부양에 사활을 건 셈인데요. 이런 조치에도 국내증시 일일 거래대금은 연초 수준으로 회귀한 상태입니다.
한국예탁결제원 (사진=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